"제 복장을 보고 의아해하거나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절대로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2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신년사 발표를 시작하며 이렇게 당부했다.
짙은 색 정장에 흰 셔츠, 타이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정 부회장은 "여러분처럼 편하게 입고 오면 좋은데 저는 대한상의 신년회가 있어서 이렇게 왔다"며 "각자 목적대로 입은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직원들에게 "떡국은 잘 드셨습니까.
저는 아침에 떡국, 점심에 떡국, 저녁엔 된장찌개로 먹었습니다"라는 인삿말로 말문을 열었다.
정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후 첫 신년회는 이렇게 시작됐다.
1946년 처음 설립되고 2000년 현대차그룹으로 새로 출범한 이래 의례적인 식순과 엄숙한 분위기로 이어진 시무식은 이름도 신년회로 바뀌었고 유쾌한 웃음이 나오는 행사로 달라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처음 주재한 지난해 시무식까지만 해도 있었던 단상도 없어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무대로 나오기 전 자리도 맨 앞줄이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 있었다.
원고를 읽으며 일방적으로 사업 목표를 통보하는 방식에서 비전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이정표를 제시하는 형식이었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 모바일로 생중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가 바뀌자고 하는 가운데 메시지를 전달하는 형식이 바뀐 것 자체도 메시지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조직문화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저부터 솔선수범해 여러분과의 수평적 소통을 확대하고,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과 역량이 어우러지는 조직문화가 정착되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자세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시장 리더십 확보 원동력은 우리로부터 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직급· 호칭 체계 축소·통합, 승진연차 제도 폐지, 유연 근무제 도입, 복장·점심시간 등 자율화, 비대면 보고 확대 등을 했다.
임직원들이 다양한 주제로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을 활성화했으며 정 수석부회장도 참석해 직원들과 대화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임직원이 합심해서 기술과 사업, 조직역량 혁신을 지속하면 고객에게 더욱 신뢰받는 기업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최근 그룹 내 오케스트라 공연 관람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동호회인데 그 안에서 각자 연주자, 지휘자 역할을 하고 있다"며 "나도 지휘자 역할을 하기도, 때로는 연주자가 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서로 잘하는 점을 존중해가며 조화를 이뤄가면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내듯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신년사 마무리로 직원들에게 일어서서 옆 사람과 악수하며 새해 인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것도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