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 개성 존중하고 잘 맞춰야"
▽ 수평 소통, 직원들 서로 악수 유도
2일 현대차그룹 신년회는 채 20분도 지나지 않아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신년회에 정 수석부회장은 짙은 색 정장에 흰 셔츠, 타이 차림으로 연단에 올랐다. 지난해 근무 복을 청바지 등 자유복장제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의외의 모습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떡국은 잘 드셨습니까. 저는 아침에 떡국, 점심에 떡국, 저녁엔 된장찌개로 먹었습니다"라며 인사로 신년회를 시작했다. 이어 "여러분처럼 편하게 입고 오면 좋은데 저는 대한상의 신년회가 있어서 이렇게 왔다"며 "각자 목적대로 입은 것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시무식에 있었던 단상도 올해는 없어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무대로 나오기 전 자리도 맨 앞줄이 아니라 직원들 사이였다. 현대차가 1946년 처음 설립되고 2000년 현대차그룹으로 새로 출범한 이래 의례적인 식순과 엄숙한 분위기로 이어진 시무식은 정 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후부터 크게 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나온다.
또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그룹 관계자들과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한 것을 언급했다. 그는 "저도, 여러분도 지휘자역과 연주자역을 하고 있다"며 "조화를 이루면서 서로의 개성을 존중하고 잘 맞춰 나가면 크고 훌륭한 음악을 만들 수 있듯 우리도 원하는 것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조직문화 혁신을 강조하며 "저부터 솔선수범해 여러분과의 수평적 소통을 확대하고, 개개인의 다양한 개성과 역량이 어우러지는 조직문화가 정착되도록 더욱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거대한 조직의 단순한 일원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창업가'와 같은 자세로 창의적 사고와 도전적 실행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직급· 호칭 체계 축소·통합, 승진연차 제도 폐지, 유연 근무제 도입, 복장·점심시간 등 자율화, 비대면 보고 확대 등을 했다.
아울러 임직원들이 다양한 주제로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을 활성화했으며 정 수석부회장도 참석해 직원들과 대화하기도 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발언을 마무리한 후 "새해 첫날부터 신년회를 하며 다소 긴장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새해 첫날이니 다같이 일어나 옆분들과 악수를 하자. 이게 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하며 악수를 유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는 직원들을 위해서도 모바일로 생중계했다. 현대차는 이날 임원식당을 닫고, 직원식당에서 전 직원에게 떡국한상과 다과를 제공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