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충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전략무기 개발 의사와 대미(對美) 강경노선을 밝힌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대미 압박 수위를 높여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센터(CNI) 한국담당국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김정은은 위험한 지정학적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이 제재 해제와 체제 보장을 얻기 위해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꺼냈다”며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영향력과 외교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긴장을 점차 고조시킬 것”이라며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부터 먼저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통일연구원은 2일 북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 관련 보고서에서 “1~2월이 한반도 정세의 중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1~2월에 한국과 미국이 북·미 협상의 불씨를 살리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북(對北) 메시지와 선언적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신년사를 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로 대신한 이유에 대해선 “‘새로운 길’의 전환적 결정을 당 전체 총의를 통해 결정하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이 대미 장기전 체제를 설정한 의도와 관련해선 “향후 1년간의 정세 불확실성을 관망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정치적 시간으로 활용하는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올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새해 첫 공개 행보로 당 간부들과 함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김정은은 집권 후 해마다 1월 1일 0시 이곳을 찾았다. 하지만 이번엔 이례적으로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에 관련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집권 후 처음으로 육성 신년사를 내놓지 않은 데 이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모습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김정은의 ‘잠행’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한국에서 취소되거나 축소된 모든 군사 훈련을 완전히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이 미국을 상대로 “충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한 데 대해 ‘강수’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미군이 진정으로 ‘오늘 밤 싸울’ 준비가 돼 있는지에 대한 의회 청문회를 열라”고도 했다.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볼턴 전 보좌관은 외교 정책 이견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를 빚다 지난해 9월 경질됐다.

이미아/임락근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