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윤흥길·권여선·김연수…간판급 소설가들 역작 쏟아진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는 2019년 출판계 키워드 중 하나로 ‘기성문단의 몰락’을 꼽았다. 이른바 ‘순수문학’ 중에서는 서점가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신작이 없었고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른 신간도 조정래 장편소설 《천년의 질문》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는 이유였다. 올해는 한국문학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한강 권여선 김연수 조남주 윤흥길 등 한국 문단의 간판급 작가들이 새해 새 소설로 독자들을 찾는다. 장르소설 강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순수문학이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서점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황정은, 정세랑, 박상영, 손보미 등 한국 문학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작가들도 올해 신간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 작가’ 한강·김연수 신작 나온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 한강이 새 연작소설로 돌아온다. 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작별’, 지난해 겨울부터 계간지 ‘문학동네’에 연재를 시작한 ‘작별하지 않는다’를 묶은 이른바 ‘눈 3부작’(제목 미정)을 상반기에 출간한다. 2016년 발표한 《흰》 이후 4년 만에 내놓는 단행본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과 관련한 이야기를 다룬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맨부커상 수상 이후 한강 소설의 현재를 보여줄 기대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수 작가는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이후 7년 만에 시인 ‘백석’을 소재로 연작소설집을 발표한다. 40대 후반 시골로 유배당해 ‘실패한 시인’으로 살아가야 했던 백석의 삶과 내면을 통해 글쓰기와 삶에 대한 작가의 오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는 지난해 6월 출간한 《사하맨션》에 이은 신작 소설집을 상반기께 내놓는다. 민음사를 통해 출간하는 이 소설집은 다양한 세대 여성과 가족을 바라보는 조 작가의 섬세한 시선을 담아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권여선 작가는 오랜만에 여섯 번째 소설집으로 돌아온다. 2016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안녕 주정뱅이》에 이어 4년 만에 펴내는 단행본이다. 19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 ‘모르는 영역’ 등을 포함해 여덟 편의 단편을 담을 예정이다. 윤흥길 작가는 2018년 등단 50년을 맞아 20년 만에 집필 중인 대하 장편소설 《문신》(문학동네)을 올 하반기 마무리한다. 2018년 1~3권이 출간된 《문신》은 일제강점기 한반도를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분투하는 한 가족 이야기를 다룬다.

2018년 위안부 할머니의 진술을 바탕으로 쓴 《흐르는 편지》로 많은 독자를 울렸던 김숨 작가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을 내놓는다. 6월 출간 예정인 《떠도는 땅》(은행나무)은 1937년 신한촌(러시아 연해주 인근) 거주 조선인 강제 이주에 관한 이야기다. 전작들과 비슷하게 폭력적인 역사 속에 매몰된 인간의 숭고함을 담담한 문체로 풀어간다.

젊은 작가들 ‘새 바람’ 이어갈까

한국 문단을 이끌어 갈 젊은 작가들의 신작도 잇달아 나온다. 박상영 작가는 하반기 문학동네를 통해 장편소설을 내놓는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와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박 작가의 첫 번째 장편이다.

오는 3월 문을 여는 문학동네의 장편 연재 전문 플랫폼인 ‘웹진 문학동네’를 통해 신작을 발표하는 작가들도 주목된다.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되고 미국에서도 1억원이 넘는 선인세로 계약된 스릴러 장편 《설계자들》을 쓴 김언수 작가는 《뜨거운 피》 이후 4년 만에 쓴 장편 《빅 아이》를 ‘웹진 문학동네’에 선공개한다. 이 작품은 1970년대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축인 원양어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암투와 그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군상의 드라마를 다룬다.

장편 《보건교사 안은영》 《지구에서 한아뿐》 《덧니가 보고 싶어》 등 순수문학에 장르문학적 성격을 더한 새 소설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 정세랑도 3년 만에 내놓는 장편 《시선으로부터》(가제)를 ‘웹진 문학동네’에 연재한 뒤 상반기에 출간한다. 이 밖에 연작소설집 《디디의 우산》(창비)으로 지난해 큰 인기를 얻었던 황정은 작가와 단편소설집 《가만한 나날》로 2018년 젊은 작가상을 받은 김세희 작가는 올해 창비를 통해 각각 새 장편소설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몬드》(창비) 열풍을 일으켰던 손원평도 《일종의 연애소설》(가제, 은행나무)을 내놓는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