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日에 신병 인도 부정적…프랑스도 "곤 오면 송환 안해"
터키는 도주 도운 혐의로 7명 체포


일본을 발칵 뒤집어놓은 카를로스 곤 (65)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의 레바논 도주를 둘러싸고 관련국들의 신경전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난감한 일본 검찰이 2일(현지시간) 도쿄도(東京都) 미나토(港)구에 있는 곤 전 회장의 자택을 압수 수색을 한 가운데 레바논과 프랑스 정부는 그의 송환과 관련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지중해 연안 중동국가 레바논은 곤 전 회장의 신병을 인도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거듭 밝혔다.

알베르트 세르한 레바논 법무장관은 이날 AP통신에 곤 전 회장에 대한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의 수배 요청을 받았다며 "검찰이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르한 장관은 "레바논과 일본은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레바논 당국이 인터폴에 협력할 수 있지만, 자국 시민권을 가진 곤 전 회장을 일본에 직접 넘기기 어렵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곤 전 회장은 레바논에서 자라 레바논 시민권을 갖고 있으며 전처와 현 부인도 레바논 출신이다.

게다가 레바논에서는 곤 회장을 해외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있다.

레바논 정부가 곤 전 회장의 일본 탈출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 입국하기 열흘 전 레바논 정부가 일본 정부에 그의 송환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레바논 정부는 곤 전 회장에 대한 송환 요청과 그의 레바논 입국은 우연이라며 이번 사태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일본 외무성 측은 "레바논 정부와 의견을 교환한 것은 틀림없다"면서도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곤 전 회장의 '탈출극' 놓고 日과 레바논·프랑스 신경전
곤 전 회장이 시민권을 가진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는 레바논을 지원사격 하는 모양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의 아녜스 파니에뤼나셰 국무장관은 이날 BFM 방송에 출연해 "곤 전 회장이 프랑스로 온다면 우리는 그를 (일본으로)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면서 "프랑스는 국민을 (외국으로) 송환하지 않으며 이런 원칙은 다른 모든 프랑스인과 마찬가지로 그에게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곤 전 회장은 지인들의 접견도 제한되는 등 가택연금 조건이 열악했다"며 일본 측에 불만을 표시했다.

프랑스 정부는 곤 전 회장의 일본 내 수사와 재판 절차, 구금 여건 등에 대해 일본에 여러 차례 불만을 드러내 왔다.

프랑스는 과거 레바논을 식민통치한 국가이고 지금도 양국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터키 당국은 곤 전 회장의 도주를 도운 혐의로 7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터키 현지 언론이 2일 전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달 29일 자가용 비행기로 비밀리에 일본 간사이(關西)국제공항을 출발해 이스탄불을 거쳐 레바논 베이루트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곤 전 회장이 레바논에서 직접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적 긴장 국면은 이어질 공산이 크다.

로이터통신과 레바논 현지 언론에 따르면 곤 전 회장은 오는 8일 레바논의 수도인 베이루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을 탈출한 경위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그는 2018년 11월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기재와 특별배임죄 등 혐의로 일본 사법당국에 의해 구속됐다가 10억엔(약 106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3월 풀려났다.

이후 한 달여 만에 재구속된 뒤 추가 보석 청구 끝에 5억엔(약 53억원)의 보석금을 내고 작년 4월 풀려나 가택연금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곤 전 회장의 '탈출극' 놓고 日과 레바논·프랑스 신경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