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대분열 진행 중"…이코노미스트 신년 화두 제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닉슨-마오쩌둥 관계복원 후 가장 위험한 분열단계"
자유시장·언론자유·동맹존중·공정한 절차 등 기존가치 위기
지난 3년 동안 치열한 무역 전쟁을 펼쳐온 미국과 중국이 오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예정이지만, 이 서명식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분열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2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초강대국이 50년 전 리처드 닉슨과 마오쩌둥이 관계를 복원한 이래 가장 위험한 분열 단계에 놓여 있다"며, 미중 갈등이 여전히 새해를 지배할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는 두 나라가 함께 번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제 상대가 뒤처져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됨에 따라 양국의 결속력 해제가 현재 진행 중이라며, 2020년대에 세계는 미중 양국의 비동조화(decoupling)가 어느 범위까지 나아갈지, 어떤 대가를 초래할지 등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중국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된 미국이 이 과정에서 세계 질서, 자유 시장, 공정한 절차 등 자국의 가치를 타협 대상으로 삼으려는 유혹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두 슈퍼파워의 분열의 뿌리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내부의 개혁론자들과 해외의 우방은 중국이 WTO 체제 편입을 계기로 경제를 자유화하고, 아마도 정치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매끄럽게 동화할 것이라 전망했으나, 이 같은 생각은 실현되지 못했다.
막대한 무역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떨어지는 등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으나,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통치 아래 더 암울한 독재국가의 행태로 진입했고, 미국을 불신을 갖고 바라보게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또한, 모든 신흥 강대국이 그러하듯 자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갈망이 커진 것도 사실이며, 중국은 세계 무역에 있어 규칙 입안자가 되고자 하며, 정보 유통과 무역 표준, 금융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주장했다.
중국은 또한 남중국해에 기지를 조성하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4천500만명의 중국인들에게 간섭하는가 하면, 해외의 비판자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잡지는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이 같은 행동에 대결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내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에 운집한 대중국 강경파들은 미국의 목표가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고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등 무역에 방점을 둬야 할지, 아니면 중국의 팽창정책 저지라는 지정학적 측면에 둬야할지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라고 잡지는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때로는 국가적 자립을 단호히 촉구하고, 때로는 세계화를 칭송하는 등 왔다갔다 하고 있고, 유럽연합(EU) 역시 소원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미국의 동맹인지, 아니면 중국의 파트너인지, 그도 아니면 독자적인 역량을 지닌 진보적 슈퍼파워로 자리매김하려 하는지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
이처럼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은 뒤죽박죽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가령, 중국의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매출이 18% 뛰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EU의 경우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동참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등 회원국 내 엇박자를 드러냈다.
중국은 또한 올해 내내 글로벌 금융허브인 홍콩 시위에 강경 대응하면서도 미국에 자국 자본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가운데 이뤄진 미중의 1단계 무역합의는 대부분의 관세에는 손을 대지 않고, 양국 사이의 더 깊은 이견은 이후로 미뤄놓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바라봤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의 해에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 중국은 시간을 버는 데 만족하며 1단계 합의에 도달했으나, 양측의 대결은 중국 유학생의 스파이 행위를 우려하는 미국 대학, 안보 우려에서 비롯된 중국의 동영상 공유앱 틱톡에 대한 미국의 규제 등에서 드러나듯 새로운 영역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양국은 상대방의 일상적인 영향력을 제한하고, 장기적인 위협을 줄이며, 경제적인 방해 행위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관계 청산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두 나라가 IT 공급망과 통화 정책 등에 있어 긴밀히 얽혀 있는 만큼, 이런 계획은 예외적으로 복잡한 계산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중 양국의 경쟁 구도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경우에는 기술장비 공급망을 중복해 갖추는 데 양국의 합산 GDP의 6%가 소요되고, 공동 대응해야 할 기후변화 등에서도 협력이 어려워지는 등 그 비용도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또한, 전 세계 65개국이 중국을 최대 수입국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택을 강요받을 경우 특히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힘의 원천인 동맹 체계도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잡지는 내다봤다.
아울러, 무엇보다 미중의 분열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자유시장, 언론 자유, 동맹에 대한 존중, 공정한 절차 등 미국적 가치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2020년대에는 미중의 완전한 분열로 미국이 중국과 더 비슷해질 수 있다는 문제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자유시장·언론자유·동맹존중·공정한 절차 등 기존가치 위기
지난 3년 동안 치열한 무역 전쟁을 펼쳐온 미국과 중국이 오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할 예정이지만, 이 서명식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분열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숨길 수는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가 2일(현지시간)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초강대국이 50년 전 리처드 닉슨과 마오쩌둥이 관계를 복원한 이래 가장 위험한 분열 단계에 놓여 있다"며, 미중 갈등이 여전히 새해를 지배할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과거에는 두 나라가 함께 번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이제 상대가 뒤처져야 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됨에 따라 양국의 결속력 해제가 현재 진행 중이라며, 2020년대에 세계는 미중 양국의 비동조화(decoupling)가 어느 범위까지 나아갈지, 어떤 대가를 초래할지 등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중국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된 미국이 이 과정에서 세계 질서, 자유 시장, 공정한 절차 등 자국의 가치를 타협 대상으로 삼으려는 유혹을 받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두 슈퍼파워의 분열의 뿌리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중국 내부의 개혁론자들과 해외의 우방은 중국이 WTO 체제 편입을 계기로 경제를 자유화하고, 아마도 정치에 대한 규제도 완화해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에 매끄럽게 동화할 것이라 전망했으나, 이 같은 생각은 실현되지 못했다.
막대한 무역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까지 떨어지는 등 일부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으나,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통치 아래 더 암울한 독재국가의 행태로 진입했고, 미국을 불신을 갖고 바라보게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또한, 모든 신흥 강대국이 그러하듯 자국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의 갈망이 커진 것도 사실이며, 중국은 세계 무역에 있어 규칙 입안자가 되고자 하며, 정보 유통과 무역 표준, 금융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주장했다.
중국은 또한 남중국해에 기지를 조성하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4천500만명의 중국인들에게 간섭하는가 하면, 해외의 비판자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잡지는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이 같은 행동에 대결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내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하지만, 워싱턴에 운집한 대중국 강경파들은 미국의 목표가 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고 중국에 있는 미국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등 무역에 방점을 둬야 할지, 아니면 중국의 팽창정책 저지라는 지정학적 측면에 둬야할지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라고 잡지는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은 때로는 국가적 자립을 단호히 촉구하고, 때로는 세계화를 칭송하는 등 왔다갔다 하고 있고, 유럽연합(EU) 역시 소원해지긴 했으나 여전히 미국의 동맹인지, 아니면 중국의 파트너인지, 그도 아니면 독자적인 역량을 지닌 진보적 슈퍼파워로 자리매김하려 하는지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
이처럼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은 뒤죽박죽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가령, 중국의 통신장비 기업인 화웨이는 미국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매출이 18% 뛰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EU의 경우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동참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는 등 회원국 내 엇박자를 드러냈다.
중국은 또한 올해 내내 글로벌 금융허브인 홍콩 시위에 강경 대응하면서도 미국에 자국 자본시장을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가운데 이뤄진 미중의 1단계 무역합의는 대부분의 관세에는 손을 대지 않고, 양국 사이의 더 깊은 이견은 이후로 미뤄놓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바라봤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의 해에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 중국은 시간을 버는 데 만족하며 1단계 합의에 도달했으나, 양측의 대결은 중국 유학생의 스파이 행위를 우려하는 미국 대학, 안보 우려에서 비롯된 중국의 동영상 공유앱 틱톡에 대한 미국의 규제 등에서 드러나듯 새로운 영역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양국은 상대방의 일상적인 영향력을 제한하고, 장기적인 위협을 줄이며, 경제적인 방해 행위의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관계 청산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두 나라가 IT 공급망과 통화 정책 등에 있어 긴밀히 얽혀 있는 만큼, 이런 계획은 예외적으로 복잡한 계산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중 양국의 경쟁 구도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경우에는 기술장비 공급망을 중복해 갖추는 데 양국의 합산 GDP의 6%가 소요되고, 공동 대응해야 할 기후변화 등에서도 협력이 어려워지는 등 그 비용도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경고했다.
또한, 전 세계 65개국이 중국을 최대 수입국으로 삼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 선택을 강요받을 경우 특히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힘의 원천인 동맹 체계도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잡지는 내다봤다.
아울러, 무엇보다 미중의 분열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던 자유시장, 언론 자유, 동맹에 대한 존중, 공정한 절차 등 미국적 가치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2020년대에는 미중의 완전한 분열로 미국이 중국과 더 비슷해질 수 있다는 문제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