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의 컬처insight] 스토브리그, 블랙독, VIP…신인 작가들이 일으키는 드라마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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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블랙독’ ‘VIP’….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들이다. 야구팀 단장, 기간제 교사, 백화점 VIP를 관리하는 전담팀 등 국내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던 다양한 소재와 탄탄한 스토리로 많은 인기를 모았다.
이 작품들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신인 작가가 썼다. ‘스토브리그’는 이신화 작가, ‘블랙독’은 박주연 작가, ‘VIP’는 차해원 작가의 데뷔작이다. 신인 작가의 작품들이 단막극이 아닌 미니 시리즈로 편성되고, 작품만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국내 드라마 업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부에 그쳤던 신인 작가들이 드라마 시장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백꽃 필 무렵’도 데뷔 3년 차였던 임상춘 작가가 집필했다. 얼굴과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임 작가는 드라마 그 자체로 인정 받았다. 그렇다면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시청자들은 왜 유명 작가의 이름이 아닌 작품 자체에 반응하게 된 것일까.
드라마 작품 수 자체는 2~3년 전부터 빠르게 늘어났다. 채널 수가 많아지면서 드라마 제작도 함께 증가했다. 그런데 오히려 새로운 드라마에 대한 갈증은 갈수록 커져갔다. 천편일률적인 작품들이 쌓일수록 피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인 작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이런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시청자들이 신인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보이는 반응들은 그 갈증이 얼마나 컸는지 잘 보여준다. 지난달 30일 JTBC에서 방영된 ‘루왁인간’은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이 작품은 미니 시리즈가 아니었다. 신인 작가들의 단막극을 모은 ‘드라마 페스타’ 작품 중 하나였다. 이전엔 단막극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런데 기발한 상상력으로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원두를 수입하려다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50대 세일즈맨이 커피 생두를 낳는 ‘루왁인간’으로 변한다는 독특한 설정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신인 작가들의 아이디어가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한 것은 시스템의 변화 덕분이다. 과거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신인 작가들이 활동하기 어려웠다. 스타 작가 밑에서 오랜 시간 보조 작가로 일하다 데뷔를 해야 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지상파 공모전을 통해 데뷔할 수도 있었지만, 이후 미니 시리즈 등을 집필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이젠 분위기가 달라졌다. 각 방송사와 제작사는 신인 작가를 찾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다소 완성도는 떨어지더라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원석을 발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기획 PD 등이 한데 모여 신인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보완할지 함께 고민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신인 작가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체계도 만들어졌다. CJ ENM은 2017년부터 신인 작가들의 데뷔를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 ‘오펜’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공모를 통해 선발한 신인 작가들을 위해 다양한 물적 지원을 제공한다. 드라마 작가에겐 한 명당 500만원, 영화 작가에겐 1000만원의 창작 지원금을 준다. 교도소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개인적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작가들을 데리고 가 취재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블랙독’을 쓴 박주연 작가도 오펜 1기 출신이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저자 조너선 갓셜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 되길 원한다. 드라마는 이런 인간의 본능에 최적화된 콘텐츠다. 그러나 기존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이야기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기 어렵다. 수많은 콘텐츠에 둘러쌓인 현재는 과거보다 더욱 자극에 무뎌지고 있다. 그렇기에 참신하고 기발한 이야기만이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즉각적이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이 작품들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신인 작가가 썼다. ‘스토브리그’는 이신화 작가, ‘블랙독’은 박주연 작가, ‘VIP’는 차해원 작가의 데뷔작이다. 신인 작가의 작품들이 단막극이 아닌 미니 시리즈로 편성되고, 작품만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국내 드라마 업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일부에 그쳤던 신인 작가들이 드라마 시장 전면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동백꽃 필 무렵’도 데뷔 3년 차였던 임상춘 작가가 집필했다. 얼굴과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임 작가는 드라마 그 자체로 인정 받았다. 그렇다면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갑자기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시청자들은 왜 유명 작가의 이름이 아닌 작품 자체에 반응하게 된 것일까.
드라마 작품 수 자체는 2~3년 전부터 빠르게 늘어났다. 채널 수가 많아지면서 드라마 제작도 함께 증가했다. 그런데 오히려 새로운 드라마에 대한 갈증은 갈수록 커져갔다. 천편일률적인 작품들이 쌓일수록 피로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인 작가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이런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다.
시청자들이 신인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보이는 반응들은 그 갈증이 얼마나 컸는지 잘 보여준다. 지난달 30일 JTBC에서 방영된 ‘루왁인간’은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이 작품은 미니 시리즈가 아니었다. 신인 작가들의 단막극을 모은 ‘드라마 페스타’ 작품 중 하나였다. 이전엔 단막극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별로 크지 않았다. 그런데 기발한 상상력으로 단숨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원두를 수입하려다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50대 세일즈맨이 커피 생두를 낳는 ‘루왁인간’으로 변한다는 독특한 설정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신인 작가들의 아이디어가 시청자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한 것은 시스템의 변화 덕분이다. 과거엔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신인 작가들이 활동하기 어려웠다. 스타 작가 밑에서 오랜 시간 보조 작가로 일하다 데뷔를 해야 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지상파 공모전을 통해 데뷔할 수도 있었지만, 이후 미니 시리즈 등을 집필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었다. 이젠 분위기가 달라졌다. 각 방송사와 제작사는 신인 작가를 찾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다소 완성도는 떨어지더라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원석을 발견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기획 PD 등이 한데 모여 신인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보완할지 함께 고민하는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신인 작가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체계도 만들어졌다. CJ ENM은 2017년부터 신인 작가들의 데뷔를 지원하는 사회공헌사업 ‘오펜’을 진행하고 있다. 매년 공모를 통해 선발한 신인 작가들을 위해 다양한 물적 지원을 제공한다. 드라마 작가에겐 한 명당 500만원, 영화 작가에겐 1000만원의 창작 지원금을 준다. 교도소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개인적으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에 작가들을 데리고 가 취재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블랙독’을 쓴 박주연 작가도 오펜 1기 출신이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저자 조너선 갓셜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 되길 원한다. 드라마는 이런 인간의 본능에 최적화된 콘텐츠다. 그러나 기존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이야기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기 어렵다. 수많은 콘텐츠에 둘러쌓인 현재는 과거보다 더욱 자극에 무뎌지고 있다. 그렇기에 참신하고 기발한 이야기만이 스토리텔링 애니멀의 즉각적이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것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