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80 외관 디자인 [사진=제네시스]
GV80 외관 디자인 [사진=제네시스]
미국 경제 매거진 '포춘(Fortune)'지가 판매 부진에 시달리는 렉서스 대신 현대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제네시스는 올해 최대 기대작인 브랜드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을 새해 첫 날 전격 공개하면서 럭셔리 세그먼트 강화에 첫 발을 뗐다.

포춘은 지난달 30일 "노후된 SUV 라인업 때문에 렉서스가 라이벌 브랜드(제네시스)에 뒤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제이크 피셔(Jake Fisher) 컨슈머리포트 자동차테스트 수석 디렉터의 말을 인용해 "렉서스는 과거의 영광을 잃고 있는 반면 제네시스는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네시스는 과거 렉서스가 고객에게 제공하던 편안한 승차감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췄다는 평가다.

제네시스는 올해 미국 럭셔리 세그먼트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신차를 대거 투입할 예정이다. 첫 번째로 지난 1일 GV80을 공개하면서 "후륜구동 기반의 대형 SUV로, 초대형 세단 G90와 함께 제네시스를 이끌어갈 플래그십 SUV"라고 소개했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GV80의 차명은 '제네시스(Genesis)'의 'G'와 '다재다능한(Versatile)'의 'V', 그리고 대형 차급을 뜻하는 숫자 '80(에이티)'가 더해져 완성됐다. 제네시스의 사전적 의미는 '기원', '발생'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성경 구약성서의 첫 번째 서적, 창세기를 의미한다.

요약하면 제네시스 GV80은 자동차의 기원, 혹은 성능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진보와 혁신을 지속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기원을 열겠다는 의지가 담겨진 것으로 풀이된다.
제네시스 로고 [사진=제네시스 제공]
제네시스 로고 [사진=제네시스 제공]
GV80로 제네시스를 명차 반열에 올려놓으려는 현대차의 전략은 자동차 경기 불황과 맞닿아 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지난해 2% 줄었고, 올해도 1% 증가에 그치며 저성장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게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자동차 수요는 부진하지만 럭셔리 자동차 수요는 양호한 편"이라며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세그먼트는 2013년 이후 연평균 6% 성장해 지난해 기준으로 1080만대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동차 전체 시장의 성장률 2% 대비 3배 높은 성장이고 자동차 시장 내 비중이 2013년 9%에서 2019년 11%로 상승한 것이다.

기아차를 포함한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 4년간 점유율이 하락했던 원인은 중국에서의 입지 약화보다 미국에서의 럭셔리 세그먼트 부문에 대한 대응력 부재가 가장 컸다. 미국에서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등 SUV 신차를 통해 점유율을 일부 회복했지만 럭셔리 부문은 여전히 부진하다.

현재 미국 내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체 점유율은 7.3%이고 승용·SUV 세그먼트 내 점유율도 각각 13.3%, 6.1%이지만 럭셔리 세그먼트 점유율은 0.5%에 불과하다. 도요타 렉서스의 점유율이 아무리 추락했다고 해도 13%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상대적으로 약한 럭셔리 세그먼트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G90 외관 디자인 [사진=제네시스 제공]
G90 외관 디자인 [사진=제네시스 제공]
럭셔리 세그먼트는 평균 판매단가가 일반 차량에 비해 2~4배 이상 높고 이익률에서도 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4%에 그치지만 다임러·BMW의 영업이익률은 7% 이상이다. 때문에 럭셔리 모델 라인업 확장은 현대차 수익성 개선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을 아는 현대차도 2021년까지 제네시스 라인업을 SUV 3종 포함, 세단까지 대폭 늘리며 총 6종의 라인업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 선봉에 서 있는 GV80이 오는 23일 미디어 프리뷰를 통해 실물을 공개하고 이달 중 국내에 출시한다. 현장의 반응이 중요한 만큼 차량 공개 당일 GV80을 넘어선 제네시스의 미래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