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에 노출된 연예인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기사와 무관)
사생활 침해에 노출된 연예인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기사와 무관)
언제부턴가 1월 1일 하면 모두를 놀라게 할 톱스타들의 열애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수년째 새해 첫날에 열애설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이는 알게 모르게 연례 행사 비슷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데이트 사진이 공개되면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따라 붙었지만 그럼에도 '핫'한 이슈를 기다리는 모순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올해 여실히 드러났다.

가수 비, 김태희를 시작으로 수많은 연예인들의 열애설이 매년 1월 1일 대중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올해 고정적으로 나오던 열애설 보도가 한 차례 쉬어가며 그 공식이 깨졌다. 특히 지난해는 가수 겸 배우 고(故) 설리와 구하라의 사망으로 악플이 사회적인 문제점으로 대두되면서 공론장 역할을 하는 보도 행태 등도 거센 비판을 받았던 바 파파라치 사진이 더해지는 보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열애설이 나오지 않자 대중들이 먼저 이를 찾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간 꾸준히 열애설 보도를 해오던 매체의 이름이 이날 오전부터 각종 포털사이트 1위를 장식하더니 다음날까지도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연예인들의 열애설이 마치 새해 첫날 하나의 흥미 요소로 정착되어 버렸고, 기대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열애설 보도를 표방한 파파라치 사진이 온라인 상에서 퍼지기도 했다. 남녀 아이돌 그룹 멤버로 추정되는 이들이 쇼핑몰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고, 함께 적힌 글에는 '1월 1일이 곧 지나가는데 왜 아직 발표를 안 하냐. 답답해서 대신 하나 올린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열애설 보도가 나오지 않는 것에 '답답함'을 표하며 역으로 네티즌들이 열애설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엄연히 당사자들 몰래 찍은 사진이었지만 거론된 연예인들은 결국 '사실 무근'이라고 입장을 냈다. 일부 팬들은 반발했다. 연예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쫓는 이른바 사생이 촬영한 사진으로 열애설을 제기하고, 이에 해명해야 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다시금 사생활 보호가 연예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권리인 것인지 물음표가 따랐다.

그간 파파라치 사진과 함께 연예인들의 열애 보도가 터지면 '알권리'와 '사생활 침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연예인은 대중에게 보여지는 직업이니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모습 또한 알려져도 괜찮다는 의견은 '알권리'를 방패 삼아 '사생활 침해'에 맞섰다. 그러나 연예인도 공인이기에 앞서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몰래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가혹한 일임이 분명하다.
방탄소년단 뷔·정국, 엑소 수호·백현 /사진=한경DB
방탄소년단 뷔·정국, 엑소 수호·백현 /사진=한경DB
이제 연예계에도 도 넘은 관심은 애정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나가고 있다. 방탄소년단 뷔는 라이브 방송 도중 사생으로 인해 전세기를 탄다고 밝히며 "우리가 타는 걸 알고 앞자리나 옆자리에 앉는 분들이 있다. 아무래도 사적인 공간에서 마음 놓고 편히 못 쉬어서 많이 불편하다. 정말 무섭다"고 토로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 정국도, 엑소 백현과 수호도 비슷한 이유로 고통을 호소해 왔다.

그럼에도 연예인들의 사생활은 여전히 수많은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 실정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분명히 사생활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많이 정착되긴 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열애설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더라. 파파라치 사진이 공개되면 사생활 침해라고 지적하면서도 그걸 기다리고 또 안 나오면 안 나온다고 아쉬워한다. 연예인의 사생활 자체가 대중의 흥밋거리가 되어 버린 현실이 안타깝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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