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스군 사령관 美공습에 폭사…이란 "가혹한 보복" 무력 대응 예고
이라크, 미·이란 '외세의 전쟁터' 될 수도
美, 이란 군부실세 살해 '초강수'…양국 무력충돌 '일촉즉발'
미국이 3일(현지시간)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으로 폭사시키면서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2018년 5월 미국의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탈퇴로 가열한 미국과 이란의 긴장은 정치·경제적 영역을 넘어 '전쟁 발발'을 진지하게 그려봐야 할 만큼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5월부터 유조선 피습, 미 무인정찰기 피격,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폭격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충돌에 필요한 에너지가 임계점 근처까지 축적된 터다.

급기야 지난달 27일 이라크 미군 주둔 기지가 로켓포 공격을 받아 미국인 1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은 그 배후를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헤즈볼라의 소행이라고 단정하고 이틀 뒤 이 조직의 군사시설 5곳을 폭격했다.

이에 시아파 민병대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 이라크 주재 미 대사관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강경하게 맞섰다.

미국은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란 군부의 최고 권력자이자 상징이나 다름없는 솔레이마니 사령관과 카타이브-헤즈볼라 창립자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를 정밀 타격해 살해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 장소가 이란이 아닌 이라크였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는 이란 내부뿐 아니라 이라크, 시리아 등 '시아파 벨트'를 활보하면서 친이란 무장조직의 작전과 정보, 정책을 판단하는 인물이다.

그만큼 이번 미군의 솔레이마니 살해는 중동 전체의 안위에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치게 될 전망이다.

테러감시 단체 시테(SITE)의 리타 카츠 대표는 "솔레이마니와 알무한디스 살해는 이슬람국가(IS)의 알바그다디나 알카에다의 빈 라덴 경우와는 다르게 봐야 한다"라고 논평했다.

이어 "솔레이마니는 국가 체제와 연결된 인물로 훨씬 더 정교하고 광범위하게 중동에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다"라며 "중동 주둔 미군과 시설은 이제 한층 위험한 상황에 놓였다"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전개를 종합하면 미국과 이란 모두 더는 물러설 수 없는 한계선에 다다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달 27일 이라크에서 미국인이 로켓포 공격에 사망한 데 대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공격이라고 단정한 순간 스스로 그은 한계선을 넘게 됐다.

이란으로서도 '영웅'으로 칭송받을 정도의 상징성이 있는 장군이 '최악의 사탄'으로 생각하는 미국에 폭사한 현 상황을 엄포로만 넘길 수 없는 처지다.
美, 이란 군부실세 살해 '초강수'…양국 무력충돌 '일촉즉발'
미국은 이란에 대한 무력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점을 예고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일 "게임이 바뀌었다"라며 "이란의 추가 도발 조짐이 보이고 충분히 위험하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라고 경고했다.

시아파 민병대 폭격을 '방어적 대응'이라고 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란에 대한 군사 대응 기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것이다.

이란 역시 미국을 겨냥해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대결을 예고했다.

당장 이란 최고지도자는 3일 낸 긴급성명에서 미국에 가혹하게 보복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호세인 살라미 총사령관은 2일 "이란의 군사력은 외국의 위협을 퇴치할 만큼 강력하다"라며 "군사 충돌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의 현안은 이란 없이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모두 알아야 한다"라며 "미국은 이라크의 반미 저항을 이란이 사주했다고 하지만 미국에 대한 적대는 이제 전 세계로 확산했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란 본토를 공격하지 않는다면 현재로선 이라크, 시리아에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 시설과 병력을 폭격할 공산이 크다.

국제전으로 비화할 위험이 있는 이란과 전면전의 부담을 피하면서도 이들 두 중동국가는 무력 행위가 일상적이어서 미군의 군사작전이 호전적이라는 비판을 희석할 수 있어서다.

동시에 이라크, 시리아 내 군사작전은 이란의 중동 내 개입 차단이라는 미국의 대이란 정책과도 일치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란은 그간 견고하게 구축한 중동 내 친이란 무장조직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국과 그 우방을 타격하는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

레바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 예멘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공격,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의 주이라크 미군 공격 등을 먼저 꼽을 수 있다.

미국 수준은 아니지만 이란 역시 미사일과 공격용 드론, 장거리 로켓포 기술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그 공격 범위는 중동 전체에 미칠 수 있다.

또 미국과 긴장이 커질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꺼낸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 수로를 지나는 미국과 그 우방의 상선 억류·공격도 이란이 쥔 카드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국지전이 아니라 중동 전 지역의 안보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중동연구원의 찰스 리스터 선임연구원은 3일 트위터에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벌어지느냐가 문제다.

솔레이마니의 살해는 놀랍도록 과감한 트럼프의 행동이다.

하지만 그가 결과를 감당할 준비가 됐는가"라고 우려했다.
美, 이란 군부실세 살해 '초강수'…양국 무력충돌 '일촉즉발'
미국과 이란이 실제로 무력 충돌한다면 그 무대는 이란 본토가 아닌 이라크가 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의 새로운 결전의 장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곳으로 떠올랐다"라며 "미국과 이란의 공공연한 대립이 이라크로 옮겨갔다"라고 해설했다.

미국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의 디나 에스판디어리 연구원은 이 신문에 "이란도 미국인 사망이 한계선이라는 것을 잘 안다"라며 "그 한계선을 이제 막 지났다는 사실이 우려되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이라크가 또다시 외세의 전쟁터가 될 위험성도 무척 커진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석달간의 반정부 시위로 정부가 사실상 마비된 이라크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폭사로 친미, 친이란 세력으로 양분돼 극심한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