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심재철 원내대표(왼쪽)가 3일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와 심재철 원내대표(왼쪽)가 3일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3일 밝혔다.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된 ‘리더십 위기론’을 정면 돌파하는 동시에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선거전에서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도 ‘수도권 수성’과 ‘호남 재탈환’ 등을 목표로 총력전에 들어갔다. 6일 ‘D-100일’을 맞는 총선 열기가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낙연 대 황교안 ‘빅 매치’ 성사되나

황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개최한 ‘희망 대한민국 만들기 국민대회’에서 “‘보수 통합’을 위해 저부터 앞장서겠다”며 “올해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간 한국당 안팎에선 황 대표의 ‘총선 역할’과 관련해 ‘수도권 출마설’ ‘비례대표설’ ‘불출마설’ ‘비례대표 위성정당 대표설’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왔지만 황 대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황 대표는 “우리 당에 뜻 있는 모든 의원, 모든 동지가 험지로 가 죽어서 살아나는 기적을 만들어내자”고 했다. 수도권 가운데 어느 지역구에 출마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한 한국당 의원은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구 모두 험지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전체 122개 수도권 지역구 중 79석을 차지하고 있다.

황 대표가 수도권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를 놓고 이낙연 국무총리와 황 대표 간 ‘빅 매치’가 성사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 총리와 황 대표는 대선 주자 지지도 1, 2위를 달리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이 총리의 종로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총리는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여러 가지 흐름으로 볼 때 어떤 지역을 맡게 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황 대표와의 ‘지역구 맞대결’ 가능성에 “당이 제안하면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황 대표와 종로에서 맞붙을 가능성에 대해 “황 대표가 출마한다면 도리가 없다”며 “일부러 반길 것도 없지만 피할 재간도 없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빅 매치가 성사될 경우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차기 대선 구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35석을 얻어 역대 최저 승률(28.7%)로 참패했다. 서울 강북 지역은 사실상 ‘전멸’ 수준이었다. 박완수 한국당 사무총장은 “수도권 의석 과반 획득 여부에 총선 승패가 달려 있다”고 했다.

민주당도 ‘수도권 지키기’ 총력전

민주당은 서울(35석), 인천(7석), 경기(37석) 등 지금의 수도권 의석을 수성하는 게 가장 중요한 총선 과제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내 총인구의 절반가량이 밀집한 수도권에서 이겨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유권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50% 수준을 나타냈다.

과거 ‘텃밭’인 호남 지역을 재탈환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민주당은 2016년 20대 총선 때 ‘녹색 바람’을 일으킨 국민의당에 밀려 전체 28개 호남 지역구 의석 중 세 석밖에 얻지 못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선 25석 이상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129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총 253개 지역구 중 130~140곳에서 승리하고, 비례대표 의석 6석 정도를 더 얻어 과반에 가까운 의석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단독으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도 여러 정당이 연합해 ‘범(汎)진보 연립 과반’을 달성한다면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루는 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2022년 정권 재창출을 위해 반드시 압승해야 하는 승부처로 보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신년 인사회에서 “총선에서 승리해야 문재인 정부가 성공적으로 개혁을 완수할 수 있고, 민주당이 재집권할 토대가 만들어진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달 설 연휴 전 선거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10여 명의 추가 인재 영입 및 공약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총선 체제로 전환할 예정이다.

유승민계 의원 8명이 이날 탈당한 바른미래당은 원내 3당 지위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당 지지율을 10%까지 끌어올리면 원내 교섭단체 지위(20석)는 지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임재훈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은 “안철수 전 대표가 당에 돌아오면 30~40석을 얻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