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공습에 살해된 거셈 솔레이마니/사진=연합뉴스
미군 공습에 살해된 거셈 솔레이마니/사진=연합뉴스
이란 군부 실세가 미군의 이라크 민병대 공습으로 사망했다. 이란은 즉각 보복을 다짐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유가는 4% 넘게 급등하기도 했다.

3일 CNN과 알자지라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군이 지난 2일 이라크의 바그다드 국제공항 터미널 인근에서 이라크 민병대가 호위하고 있던 차량 두 대를 폭격해 이란혁명수비대(IRGC)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사망했다. 이라크 민병대는 친(親)이란 성향의 시아파 민병대이며, 미군은 최근 이라크 내 미군 기지 공습 및 미국대사관 공격의 배후에 이라크 민병대가 있다고 보고 공습을 단행했다.

'이란 군부 실세' 미군 공습으로 사망…양국 무력충돌 임박
솔레이마니는 이란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장군이다.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당시 팔레비 왕조 붕괴에 일조해 이란의 ‘개국공신’ 수준 지위를 누렸다. 이후 이라크에서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이 벌어지자 이라크로 건너와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큰 공을 쌓았다.

솔레이마니는 미국과 이스라엘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미국은 IS를 퇴치하는 데 도움을 주긴 했지만 이라크에서 미군을 공격하는 시아파 민병대의 배후에 이란과 솔레이마니가 있다고 지목했다. 미국 행정부는 2011년부터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미국 국방부는 2일 “솔레이마니는 이라크 등 중동 일대에서 역내 미국인들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짜고 있었다”며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솔레이마니를 사살하는 ‘결정적 방어조치’를 취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정부는 즉각 강경 대응을 다짐하고 나섰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죽인 범죄자에겐 가혹한 보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NSC)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순교’ 건을 의제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란 정부는 사흘간 솔레이마니 사령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국제적 테러 행위를 벌였다”며 “이번 일이 낳을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미국에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이란은 전쟁에서 이긴 적이 없고, 그렇다고 협상에서 진 적도 없다”고 썼다. 이란의 보복 위협에 강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협상을 통한 해결의 문 역시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협상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 같다”며 “그러나 이란 최고지도자 등의 발언은 긴장이 고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이번 공습이 역내 갈등을 키우고, 미국과 이라크 정부 간 관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중동 정세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며 “이란과 역내 친이란 세력은 엄혹한 보복에 나서면서 중동 각지에서 대리전이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쏘시개 무더기에 다이너마이트를 던진 격”이라며 “정반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동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가파르게 치솟았다. 브렌트유 가격은 2일 한때 4.4% 치솟아 배럴당 70달러 근처에서 거래됐다. 다만 3일 들어선 상승폭이 줄어들어 3% 정도 오른 68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다.

선한결/정연일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