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명의 이란인들이 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금요 기도 행사가 끝난 뒤 반미 시위에 나선 가운데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천명의 이란인들이 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에서 금요 기도 행사가 끝난 뒤 반미 시위에 나선 가운데 미국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양국 간 긴장이 일촉즉발로 치솟은 가운데 북한이 이를 유리한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시선이 중동에 집중된 이 시기를 북한이 미국을 도발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최근 미국의 이란 공습에 따른 양국 갈등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3일 "북한은 아마 미국이 두 지역에서 동시에 적대 정책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유리한 기회로 삼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의 주요 외교 사안에서 중동문제가 시급하게 떠오르면서 북한이 이 시기를 도발의 기회로 활용할 우려가 있다"며 "북한이 이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같이 전에 없던 일을 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을 넘는 행동으로 판단해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은 2017년 초 미군이 시리아 공군기지를 공습한 바로 다음 날,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낸 바 있다. 시리아 사태는 오직 힘이 있어야 제국주의의 침략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피의 교훈을 주었다고 날을 세운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주권국가를 운운하며 시리아 사태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북한도 시리아와 같이 미국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이란 군부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을 공습으로 사살한 것도 북한에 심리적 압박이 됐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여전히 호의를 표하고 있는 만큼 돌발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차석대표는 미국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사령관을 공습 살해한 사건과 대북정책은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북한 문제는 여전히 미국의 주요 외교 사안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당국은 이번 공습이 테러를 막기 위한 선제공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 DC에 대한 공격을 기도했다가 미수에 그쳤다고 주장하며 이란 공습의 정당방위를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솔레이마니는 미국 외교관과 군 요원에 대해 임박하고 사악한 공격을 꾸미고 있었지만 우리는 그를 현장에서 잡아 끝을 냈다"며 "전쟁의 시작이 아니라 중단을 위한 것"이었다며 방어 차원의 조치였음을 역설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