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민진당 재집권 유력…양안관계 더 악화되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대만의 총통과 입법원 선거(대선·총선)가 오는 11일 진행된다. 최근 여론조사 추세를 보면 현 총통인 민주진보당 소속 차이잉원의 재선이 유력하다. 한때 '경제 무능'이라는 비판 속에 하락했던 지지율이 홍콩 사태로 악화된 반중 감정을 발판으로 급상승했다.
차이 총통과 민진당 정권은 '독립 대만'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본토 중국과 마찰을 빚어 왔다. 그의 재선으로 인해 양안 관계는 물론 미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정세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지지율 반등 성공한 차이잉원
대만 빈과일보가 여론조사업체 대만지표에 의뢰해 실시한 가장 최근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차이잉원 총통과 라이칭더 부총통 후보 진영(민주진보당)이 지지율 48.6%를 확보했다. 2위인 중국국민당(제1야당) 후보 한궈위 가오슝시장과 장산정 전 행정원장(총리) 조합(15.4%)을 여당이 세 배 이상의 압도적 격차로 앞서고 있다.
이 조사는 지난해 12월27~29일 실시해 31일 발표된 이번 대선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다. 대만 선거법에 따라 올 1월1일부터 선거 당일인 11일 오후 4시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여론조사나 출구조사 등을 보도해선 안 된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이렇게 높았던 것은 아니다. 차이 총통과 민진당은 2016년 대선에서 '독립 주권 국가로서의 대만'을 내세워 국민당의 8년 집권을 끝내고 정권을 탈환했다. 국민당의 지나친 중국 의존 성향을 공략한 것이다.
하지만 반중(反中), 탈원전 등 이념에 치우쳐 경제에 실패했다는 평가 속에 민진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912석 중 26.1%인 23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경제 살리기를 내세운 국민당은 394석(43.2%)를 확보하며 약진했다.
작년 7월초 여론조사에서도 한 시장이 38.4%로 25.5%에 그친 차이 총통을 크게 앞섰다. 대만의 대선은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원 총선도 함께 치른다. 민진당은 자칫 대권은 물론 입법원까지 내줄 판이었다.
◆홍콩 사태에 반사이익
바닥을 기던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반등한 결정적 이유로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홍콩 사태가 꼽힌다. 행정장관 직선제 등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친중 홍콩 정부가 이를 강압적으로 억누르는 과정에서 대만 시민들의 반중 감정이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대만을 대표하는 양당인 민진당과 국민당은 중국 대륙과의 '양안관계'에서 극명하게 입장이 나뉜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밀려 대만으로 넘어온 국민당의 주요 지지기반은 당시 함께 건너온 이른바 '외성인'이다. 국민당과 외성인은 2000년 민진당의 정권교체까지 50년 넘게 대만 주류층을 차지했다.
국민당은 '하나의 중국'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이념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인 양안경제합작구조협의(ECFA)를 체결한 것도 국민당 집권 시기인 2010년이다.
반면 민진당은 국공내전 이전부터 대만에서 살아온 '본성인'이 주축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기보다는 '대만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만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클리가 이번에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젊은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정체성 설문조사에서 83.1%가 '대만인'이라고 답한 반면 '대만인인 동시에 중국인'이라는 답변은 11.5%에 그쳤다.
차이 총통은 "홍콩의 정치적 위기는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대만을 제 2의 홍콩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 대만방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동아시아 긴장 고조되나
대만 국가원수인 총통은 미국처럼 임기 4년에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차이 총리가 연임에 성공하면 4년 동안 대만과 중국의 갈등은 더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만 입법원은 지난해 말 국민당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을 겨냥한 '반침투법'을 통과시켰다. 반침투법은 '외부 적대 세력'의 자금 지원이나 지시, 기부금 등을 받은 자의 선거 개입, 집회, 로비 등을 금지한다.
중국 정부는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반침투법 등으로 적대감을 선동하는 자들은 쓰라린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 정부는 중국이 경제 성장 둔화세가 지속되면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대만과의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차이 총통 취임 이후 '물밑 외교'로 대만의 6개 수교국에 압박을 가해 단교하도록 했다. 현재 대만의 수교국은 15개 뿐이다.
양안관계 악화는 미중 갈등 고조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많다. 중국은 무력 동원 가능성까지 시사할 정도로 대만의 독립 시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 대만은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최전선으로, 대만 독립을 유지하는 게 미국의 전략적 방향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6월 발간한 전략보고서에서 대만을 우방 '국가'라고 표기했다. '하나의 중국'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미군은 지난해 대만해협에 아홉 차례 군함을 통과시키는 등 언제든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미 해군 7함대는 "국제법에 인정된 장소라면 어디든 항행하면서 태평양과 인도양 평화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도 무력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진수한 첫 독자기술 항공모함 산둥호가 열흘 새 두 번이나 대만해협을 항행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차이 총통과 민진당 정권은 '독립 대만'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본토 중국과 마찰을 빚어 왔다. 그의 재선으로 인해 양안 관계는 물론 미국, 일본, 한국 등 동아시아 정세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지지율 반등 성공한 차이잉원
대만 빈과일보가 여론조사업체 대만지표에 의뢰해 실시한 가장 최근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차이잉원 총통과 라이칭더 부총통 후보 진영(민주진보당)이 지지율 48.6%를 확보했다. 2위인 중국국민당(제1야당) 후보 한궈위 가오슝시장과 장산정 전 행정원장(총리) 조합(15.4%)을 여당이 세 배 이상의 압도적 격차로 앞서고 있다.
이 조사는 지난해 12월27~29일 실시해 31일 발표된 이번 대선의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다. 대만 선거법에 따라 올 1월1일부터 선거 당일인 11일 오후 4시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여론조사나 출구조사 등을 보도해선 안 된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이렇게 높았던 것은 아니다. 차이 총통과 민진당은 2016년 대선에서 '독립 주권 국가로서의 대만'을 내세워 국민당의 8년 집권을 끝내고 정권을 탈환했다. 국민당의 지나친 중국 의존 성향을 공략한 것이다.
하지만 반중(反中), 탈원전 등 이념에 치우쳐 경제에 실패했다는 평가 속에 민진당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912석 중 26.1%인 238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경제 살리기를 내세운 국민당은 394석(43.2%)를 확보하며 약진했다.
작년 7월초 여론조사에서도 한 시장이 38.4%로 25.5%에 그친 차이 총통을 크게 앞섰다. 대만의 대선은 한국의 국회에 해당하는 입법원 총선도 함께 치른다. 민진당은 자칫 대권은 물론 입법원까지 내줄 판이었다.
◆홍콩 사태에 반사이익
바닥을 기던 차이 총통의 지지율이 반등한 결정적 이유로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된 홍콩 사태가 꼽힌다. 행정장관 직선제 등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친중 홍콩 정부가 이를 강압적으로 억누르는 과정에서 대만 시민들의 반중 감정이 깊어졌다는 분석이다.
대만을 대표하는 양당인 민진당과 국민당은 중국 대륙과의 '양안관계'에서 극명하게 입장이 나뉜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밀려 대만으로 넘어온 국민당의 주요 지지기반은 당시 함께 건너온 이른바 '외성인'이다. 국민당과 외성인은 2000년 민진당의 정권교체까지 50년 넘게 대만 주류층을 차지했다.
국민당은 '하나의 중국'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중국과 이념적으로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인 양안경제합작구조협의(ECFA)를 체결한 것도 국민당 집권 시기인 2010년이다.
반면 민진당은 국공내전 이전부터 대만에서 살아온 '본성인'이 주축이다. 이들은 스스로를 '중국인'이라기보다는 '대만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만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클리가 이번에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젊은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한 정체성 설문조사에서 83.1%가 '대만인'이라고 답한 반면 '대만인인 동시에 중국인'이라는 답변은 11.5%에 그쳤다.
차이 총통은 "홍콩의 정치적 위기는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실패를 증명하는 것"이라며 "대만을 제 2의 홍콩으로 만들지 않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 대만방안'을 정면으로 거부한 것이다.
◆동아시아 긴장 고조되나
대만 국가원수인 총통은 미국처럼 임기 4년에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차이 총리가 연임에 성공하면 4년 동안 대만과 중국의 갈등은 더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만 입법원은 지난해 말 국민당이 불참한 가운데 중국을 겨냥한 '반침투법'을 통과시켰다. 반침투법은 '외부 적대 세력'의 자금 지원이나 지시, 기부금 등을 받은 자의 선거 개입, 집회, 로비 등을 금지한다.
중국 정부는 '반중 정서를 부추기는 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반침투법 등으로 적대감을 선동하는 자들은 쓰라린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 정부는 중국이 경제 성장 둔화세가 지속되면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대만과의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차이 총통 취임 이후 '물밑 외교'로 대만의 6개 수교국에 압박을 가해 단교하도록 했다. 현재 대만의 수교국은 15개 뿐이다.
양안관계 악화는 미중 갈등 고조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많다. 중국은 무력 동원 가능성까지 시사할 정도로 대만의 독립 시도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 대만은 한국과 함께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최전선으로, 대만 독립을 유지하는 게 미국의 전략적 방향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6월 발간한 전략보고서에서 대만을 우방 '국가'라고 표기했다. '하나의 중국'을 정면으로 부인한 것이다.
미군은 지난해 대만해협에 아홉 차례 군함을 통과시키는 등 언제든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미 해군 7함대는 "국제법에 인정된 장소라면 어디든 항행하면서 태평양과 인도양 평화 유지에 기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도 무력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진수한 첫 독자기술 항공모함 산둥호가 열흘 새 두 번이나 대만해협을 항행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