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이 포함된 신재생에너지 산업 국내 제조업체들의 고용·매출·투자가 모두 쪼그라들고 있다. ‘탈원전’ 선언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해 성장동력이 되게 하겠다”고 했던 정부 장담과는 영 딴판이다. 태양광 발전단지는 여기저기서 급증하고 있지만 값싼 중국산이 밀려들면서 국내 업체는 오히려 위기에 내몰리는 역설적 현실이다. 가격 경쟁력은 중국에, 기술력은 독일 등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는 것이다.

친여 운동권 출신의 태양광 사업자 허인회 씨가 최근 5억원의 임금체불 혐의로 구속 직전까지 갔던 게 국내 업계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 정부 보조금이나 바라보며 시작한 사업의 구조적 한계다. 시장 자율의 산업생태계가 아닌, 관변의 ‘보조금생태계’가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이기도 할 것이다. “정부 사업 외에 할 만한 사업이 없다”는 말은 풍력이라고 다를 것도 없다.

‘억지 탈원전’에 따른 부작용과 산업생태계 파괴는 에너지산업 전방위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보조금을 둘러싼 특혜논란과 편법·탈법 시비 등을 보면 재앙적 수준이다. 위기에 몰린 원전 전문기업 두산중공업과 460여 곳 협력업체들의 경영 실상은 한국이 수십 년 쌓아올린 에너지산업의 한 축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규수출 등 해외진출은 사실상 헛구호가 됐고, 인력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연구생태계도 무너지고 있다.

정부는 탈원전 선언 이후 ‘원전해체산업 육성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원전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없이는 구두선에 그칠 것이다. 지난달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탈원전에서 ‘원전유지’로 방향을 바꾼 뒤, 국내 과학기술계 원로 13명도 ‘탈원전 철회 촉구 성명’을 통해 파장과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에너지는 당장의 손익 계산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국가발전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기본 인프라다. 정책이 순리를 거스를 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재앙을 탈원전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