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로펌시장…새해 생존 키워드는 '글로벌·인재·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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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국제자문 등 해외업무 확대"
세종 "외국기업·로펌 교류 늘릴 것"
태평양은 베트남, 동인은 中 공략
세종 "외국기업·로펌 교류 늘릴 것"
태평양은 베트남, 동인은 中 공략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
정계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신년 화두로 ‘단합’을 제시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조건 가운데 ‘하늘이 정해준 타이밍은 지리적 이점보다 못하고, 지형의 유리함은 사람들의 단결에 미치지 못한다’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다.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업계가 느끼는 위기의식은 1위 로펌 김앤장조차 똘똘 뭉쳐서 살아남자고 외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는 주요 로펌의 대표변호사들은 신년사에서 위기 돌파를 위한 키워드로 △세계시장 진출 △인재 영입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춘 조직 변화를 꼽았다.
“세계 시장에 로펌의 활로 있다”
대형 로펌 대표들은 한목소리로 국제적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변호사협회(IBA) 총회가 한국 로펌들의 글로벌화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정 대표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따라 국제적 법률 자문 수요가 늘어났고, 국제중재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며 해외 업무 발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은 해외팀, 마케팅팀을 적극 활용해 외국 회사들을 의뢰인으로 확보하는 데 더욱 힘쓰기로 했다. 김두식 세종 대표변호사는 “사내변호사가 급격히 늘어나고 AI 기술을 접목한 법률 서비스가 대중화하면서 전통적 의미의 로펌 서비스가 축소 또는 정체되고 있다”며 “외국 기업과 해외 로펌 간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지난해 구성한 외국기업마케팅그룹(FRG)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넓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동남아시아 유닛’을 조직한 태평양은 베트남팀을 더욱 키울 방침이다. 태평양은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서 외국 변호사 채용을 늘리고 현지 로펌과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김성진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2020년은 창립 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구성원 전원이 새해를 맞아 새로 창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 동인 대표변호사도 “이미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일본팀 이외에 중국 최대 규모의 대성 로펌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며 “베이징 대성사무소에 상주하는 동인 변호사와 상하이에서 일하는 대성 변호사, 서울 동인의 중국 전문변호사를 중심으로 중국팀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변호사 육성이 로펌 승부처”
로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인재를 뽑는 데 공을 들이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국내 변호사 수는 2006년 1만 명에서 2014년 2만 명을 넘어섰고, 2019년 3만 명을 돌파했다. 다양한 경력의 변호사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로펌 특색에 맞는 최적의 변호사를 채용하는 게 생존의 승부처로 떠올랐다.
안용석 광장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인재 영입에 투자를 강화하며 한층 두터운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며 “차세대 변호사들의 성장을 최대한 지원해 법률 서비스 산업의 더 큰 발전을 견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광장은 신규 변호사들이 입사할 때부터 전문 그룹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경영진이 ‘젊은 변호사 대표단’과 정례 회동을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안 대표는 “정도(正道) 경영과 프로 정신 그리고 배려를 기초로 한 ‘광장 정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표 로펌으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새해를 변화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는 “변호사업계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과 내부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며 “새로운 법률 수요에 선도적으로 부응하고 로펌이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제시해 보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율촌과 바른, 지평 등은 공익활동을 가장 강조한 게 돋보였다. 윤용섭 율촌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우리나라는 극심한 갈등을 겪었지만 새해에는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며 “법조인으로서 소명을 잊지 않고 사회공헌활동에도 제 몫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철 바른 대표변호사는 이병기 시인의 ‘난초’ 시구를 인용하며 “새해를 맞아 봉사하고 기여하는 일에 한층 힘 쏟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신뢰받고 사랑받는 법조가 되는 데 공헌하고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형 지평 대표변호사도 “창립 20주년을 맞아 고객에게 헌신하고 구성원들이 행복하며 사회에 공헌하는 법률전문가 공동체를 지향하겠다는 지평의 비전을 다시금 되새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삼성이 만드는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됐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정계성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신년 화두로 ‘단합’을 제시했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조건 가운데 ‘하늘이 정해준 타이밍은 지리적 이점보다 못하고, 지형의 유리함은 사람들의 단결에 미치지 못한다’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다.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업계가 느끼는 위기의식은 1위 로펌 김앤장조차 똘똘 뭉쳐서 살아남자고 외칠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다. 경자년(庚子年) 새해를 맞는 주요 로펌의 대표변호사들은 신년사에서 위기 돌파를 위한 키워드로 △세계시장 진출 △인재 영입 △인공지능(AI) 시대에 발맞춘 조직 변화를 꼽았다.
“세계 시장에 로펌의 활로 있다”
대형 로펌 대표들은 한목소리로 국제적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변호사협회(IBA) 총회가 한국 로펌들의 글로벌화에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정 대표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에 따라 국제적 법률 자문 수요가 늘어났고, 국제중재 분야에서 한국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며 해외 업무 발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세종은 해외팀, 마케팅팀을 적극 활용해 외국 회사들을 의뢰인으로 확보하는 데 더욱 힘쓰기로 했다. 김두식 세종 대표변호사는 “사내변호사가 급격히 늘어나고 AI 기술을 접목한 법률 서비스가 대중화하면서 전통적 의미의 로펌 서비스가 축소 또는 정체되고 있다”며 “외국 기업과 해외 로펌 간 관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지난해 구성한 외국기업마케팅그룹(FRG)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넓히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동남아시아 유닛’을 조직한 태평양은 베트남팀을 더욱 키울 방침이다. 태평양은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서 외국 변호사 채용을 늘리고 현지 로펌과의 협업을 강조하고 있다. 김성진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2020년은 창립 4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구성원 전원이 새해를 맞아 새로 창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 동인 대표변호사도 “이미 활발하게 활동 중인 일본팀 이외에 중국 최대 규모의 대성 로펌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며 “베이징 대성사무소에 상주하는 동인 변호사와 상하이에서 일하는 대성 변호사, 서울 동인의 중국 전문변호사를 중심으로 중국팀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변호사 육성이 로펌 승부처”
로펌들은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인재를 뽑는 데 공을 들이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국내 변호사 수는 2006년 1만 명에서 2014년 2만 명을 넘어섰고, 2019년 3만 명을 돌파했다. 다양한 경력의 변호사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로펌 특색에 맞는 최적의 변호사를 채용하는 게 생존의 승부처로 떠올랐다.
안용석 광장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인재 영입에 투자를 강화하며 한층 두터운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며 “차세대 변호사들의 성장을 최대한 지원해 법률 서비스 산업의 더 큰 발전을 견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광장은 신규 변호사들이 입사할 때부터 전문 그룹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경영진이 ‘젊은 변호사 대표단’과 정례 회동을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안 대표는 “정도(正道) 경영과 프로 정신 그리고 배려를 기초로 한 ‘광장 정신’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표 로펌으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규철 대륙아주 대표변호사는 새해를 변화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그는 “변호사업계의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과 내부 혁신을 준비하고 있다”며 “새로운 법률 수요에 선도적으로 부응하고 로펌이 나아가야 할 청사진을 제시해 보겠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율촌과 바른, 지평 등은 공익활동을 가장 강조한 게 돋보였다. 윤용섭 율촌 대표변호사는 “지난해 우리나라는 극심한 갈등을 겪었지만 새해에는 슬기롭게 극복하길 바란다”며 “법조인으로서 소명을 잊지 않고 사회공헌활동에도 제 몫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철 바른 대표변호사는 이병기 시인의 ‘난초’ 시구를 인용하며 “새해를 맞아 봉사하고 기여하는 일에 한층 힘 쏟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며 “신뢰받고 사랑받는 법조가 되는 데 공헌하고 헌신하겠다는 다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형 지평 대표변호사도 “창립 20주년을 맞아 고객에게 헌신하고 구성원들이 행복하며 사회에 공헌하는 법률전문가 공동체를 지향하겠다는 지평의 비전을 다시금 되새긴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삼성이 만드는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됐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