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형 장기불황 피하려면 과감한 통화·재정정책 동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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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미국경제학회
美·유럽 前 중앙은행 총재 3인의 '불황 대처법'
美·유럽 前 중앙은행 총재 3인의 '불황 대처법'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불을 끈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그의 바통을 이어받은 재닛 옐런 전 Fed 의장, 유럽 재정위기를 막아낸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일본형 장기불황(Japanification)’의 해법을 내놨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에서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경제가 장기간의 저금리 정책에도 저성장·저물가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일본형 장기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버냉키 전 의장은 지난 4일 ‘21세기 통화정책’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Fed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가능성을 닫는 건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너스 금리에 관해선 (호불호를 명확히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과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써야 할 상황이 언젠가 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버냉키 전 의장은 ‘저금리로 Fed가 경기침체에 맞서 싸울 수단이 없다’는 지적에 “Fed는 여전히 경기침체에 맞설 광범위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양적완화(QE: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와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방향 선제 안내)’를 대표적인 경기부양 수단으로 꼽았다. 특히 “중립금리가 연 2~3% 수준이면 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추가로 3%포인트 금리 인하에 해당하는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중립금리는 긴축적이지도, 완화적이지도 않은 금리로 미국의 중립금리는 현재 연 2%대 중후반으로 알려져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금리 인하 외에 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총동원해 위기를 수습했다. 당시 “무제한 돈풀기가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물가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버냉키표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옐런 전 의장도 5일 ‘일본형 장기불황’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가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버냉키 전 의장의 손을 들어줬다.
옐런 전 의장은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미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져들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며 “생산성 저하와 고령화로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구조적 장기침체는 총수요와 투자 부족, 만성적 저성장으로 저물가가 고착화된 상태로 일본형 장기불황과 비슷한 개념이다.
옐런 전 의장은 불황에 맞서 싸우기 위해선 통화정책만으론 불충분하며 재정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경기침체 대응에 유용한 역할을 할 순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작은 만큼) 충분한 수단이 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통화정책이 ‘동네의 유일한 놀이(정책수단)’가 돼선 안 된다”며 “미국은 불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했다.
드라기 전 총재도 이날 ‘일본형 장기불황’ 세션에 보낸 동영상 연설을 통해 “유럽은 일본형 장기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아직 (거품 붕괴 후) 일본처럼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지진 않았지만 시간이 무한정 남아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ECB가 지속적으로 ‘재정정책이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유럽이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으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기 전 총재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부터 지난해 10월까지 ECB를 이끌며 예금 금리를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내렸고 무제한 국채 매입 등을 통해 ‘돈풀기’에 나섰다. 그런데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목표치(2%)에 못 미쳤다.
드라기 전 총재는 불황이 닥친 뒤 제때 과감하게 대처하지 못해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1991년 거품 붕괴 후 금리 인하를 주저했고 양적완화도 2001년이 돼서야 뒤늦게 시작했다”며 “디플레이션 쇼크가 오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 조합을 지체없이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버냉키 전 의장은 지난 4일 ‘21세기 통화정책’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Fed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가능성을 닫는 건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이너스 금리에 관해선 (호불호를 명확히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과 일본처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써야 할 상황이 언젠가 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버냉키 전 의장은 ‘저금리로 Fed가 경기침체에 맞서 싸울 수단이 없다’는 지적에 “Fed는 여전히 경기침체에 맞설 광범위한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양적완화(QE: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와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방향 선제 안내)’를 대표적인 경기부양 수단으로 꼽았다. 특히 “중립금리가 연 2~3% 수준이면 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추가로 3%포인트 금리 인하에 해당하는 정책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중립금리는 긴축적이지도, 완화적이지도 않은 금리로 미국의 중립금리는 현재 연 2%대 중후반으로 알려져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금리 인하 외에 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 등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총동원해 위기를 수습했다. 당시 “무제한 돈풀기가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물가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버냉키표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옐런 전 의장도 5일 ‘일본형 장기불황’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양적완화와 포워드 가이던스가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버냉키 전 의장의 손을 들어줬다.
옐런 전 의장은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미국 경제가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에 빠져들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며 “생산성 저하와 고령화로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했다. 구조적 장기침체는 총수요와 투자 부족, 만성적 저성장으로 저물가가 고착화된 상태로 일본형 장기불황과 비슷한 개념이다.
옐런 전 의장은 불황에 맞서 싸우기 위해선 통화정책만으론 불충분하며 재정정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경기침체 대응에 유용한 역할을 할 순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작은 만큼) 충분한 수단이 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통화정책이 ‘동네의 유일한 놀이(정책수단)’가 돼선 안 된다”며 “미국은 불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정부 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했다.
드라기 전 총재도 이날 ‘일본형 장기불황’ 세션에 보낸 동영상 연설을 통해 “유럽은 일본형 장기불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아직 (거품 붕괴 후) 일본처럼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지진 않았지만 시간이 무한정 남아 있는 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ECB가 지속적으로 ‘재정정책이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유럽이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으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기 전 총재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부터 지난해 10월까지 ECB를 이끌며 예금 금리를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내렸고 무제한 국채 매입 등을 통해 ‘돈풀기’에 나섰다. 그런데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목표치(2%)에 못 미쳤다.
드라기 전 총재는 불황이 닥친 뒤 제때 과감하게 대처하지 못해 장기불황에 빠진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1991년 거품 붕괴 후 금리 인하를 주저했고 양적완화도 2001년이 돼서야 뒤늦게 시작했다”며 “디플레이션 쇼크가 오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 조합을 지체없이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