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학연구센터 "산복도로의 어제와 오늘, 변화된 모습"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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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는 6일 ‘산복도로의 어제와 오늘’을 발간했다.지난해 수행한 부산학 연구총서 4권 중 첫 번째다.
시민총서로 발간된 ‘산복도로의 어제와 오늘’은 김희재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수차례 현지조사 및 주민, 계획가, 활동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0여 년간의 산복도로의 어제와 오늘을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 평가했다. 산복도로에 대한 다양한 정책 시행 이후의 변화와 오늘날 모습들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부산만이 가진 독특한 장소성에 대한 미래 가치 발굴을 모색하고 있다.
부산이 거대도시로 성장하면서 급격히 늘어난 사람들을 품어준 보금자리가 산동네였다. 귀환동포,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평지에 마련된 수용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생존을 위한 공간으로 형성된 공간이 도심의 산지였다. 산동네는 도심의 생산 공간과 가까운 수정산, 구덕산, 천마산, 봉래산을 중심으로 일차적으로 형성된 뒤 점차 시 전역으로 확대됐다. 산복도로는 산 아래의 생산 공간으로 이어주는 도로로, 1960년대 초 시작해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만들어진 도로다.
산동네와 산복도로는 그간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전통산업기반의 일자리 감소를 비롯해 노후주거지역의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등으로 초래된 다양한 문제가 산적돼 왔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2011년부터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시행돼 왔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원도심 산동네 산복도로 일원 주거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경관 등 기존 자원을 활용한 주민 주도의 마을 종합재생 프로젝트이다. 부산시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2011~2020년 10개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빈집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마을 공동체 형성을 위한 기반시설 마련과 생활편의를 위한 각종 사업이 시행됐다. 공간재생, 생활재생, 문화재생을 통해 산복도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 도시재생사업이었다. 이 사업의 제도적 틀을 만들기 위해 특별법을 부산시가 제안해 지금의 도시재생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의 모태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자들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무엇을 어떻게 바꾸었고, 그 미래의 방향성이 어떤지를 알아보기 위해 원도심을 중심으로 형성이 가장 오래된 동구, 중구, 서구에 걸쳐 있는 망양로, 남부민 해돋이로, 영도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인 망양로의 경우 동구는 ‘이바구길’ 이라는 주제로 행해진 대부분 사업이 주민의 일상적인 삶이나 부산시민의 시각을 바꾸었다. ‘초량 이바구길’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형성된 관광지 중에서 감천 문화마을과 함께 탐방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중구, 서구 망양로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부산 원도심에 위치한 중구, 서구 망양로가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콘텐츠를 품고 있어서다. 중구, 서구 망양로가 다른 산복도로 르네상스 지역과 구별되는 특징은 주민공동체 활성화다. 주민공동체 형성에서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공간재생을 매개로 문화재생과 생활재생이 연결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남부민과 아미동에 걸친 산복도로 해돋이로는 2013, 2015년 두 차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시행됐다. 공간기반 조성, 주민 역량 강화, 사회경제 재생을 목표로 한 이 사업도 지역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아미 비석마을, 감천 태극도 마을 등 피란민촌이 ‘문화마을’로 성공적으로 변하면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도 산복도로는 르네상스 사업의 영향력이 가장 적게 미친 곳이다. 이곳은 산복도로 고도제한, 개발제한, 주거지 노후화, 빈집문제 등 생활불편이 가중되고 주민 상실감, 박탈감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곳이다. 그러나 이곳도 흰여울 문화마을을 비롯해 신기산업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카페투어 등을 통한 관광객 유치 효과를 내고 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의 직접적 사업은 아니었지만 후광효과로 나타난 카페 투어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연구진은 이런 측면에서 영도 산복도로의 숨은 가치를 재발견하고,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연구자들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산복도로 지역의 문제에 주목하고 이를 부산 전체의 고민으로 공유한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산복도로 지역에 숨겨진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부족하나마 주민의 관계 회복 및 공동체를 활성화 한 것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책임을 맡은 김희재 교수는 “공간재생과 콘텐츠를 결합한 시도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며 “이런 점은 단순히 가시적인 재원 투입에 따른 산출 정도로 평가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는 산복도로의 내일을 위해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이를 위해 주민의 관점에서 출발할 것을 주문한다. 산복도로 르네상스의 한계를 보완해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다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생활권 중심으로 공간을 구획하는 것을 포함해 다시 한 번 산복도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한다. 나아가 공공공간의 활용도 저하, 주민참여 미진, 사회적 경제조직의 활성화 미흡 등도 지적하고 있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복도로 미래에는 산복도로 주민의 목소리가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역설한다.
김형균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장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10년 사업에 대한 지역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산복도로의 새로운 미래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시민총서로 발간된 ‘산복도로의 어제와 오늘’은 김희재 부산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수차례 현지조사 및 주민, 계획가, 활동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10여 년간의 산복도로의 어제와 오늘을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 평가했다. 산복도로에 대한 다양한 정책 시행 이후의 변화와 오늘날 모습들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부산만이 가진 독특한 장소성에 대한 미래 가치 발굴을 모색하고 있다.
부산이 거대도시로 성장하면서 급격히 늘어난 사람들을 품어준 보금자리가 산동네였다. 귀환동포,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평지에 마련된 수용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생존을 위한 공간으로 형성된 공간이 도심의 산지였다. 산동네는 도심의 생산 공간과 가까운 수정산, 구덕산, 천마산, 봉래산을 중심으로 일차적으로 형성된 뒤 점차 시 전역으로 확대됐다. 산복도로는 산 아래의 생산 공간으로 이어주는 도로로, 1960년대 초 시작해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만들어진 도로다.
산동네와 산복도로는 그간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전통산업기반의 일자리 감소를 비롯해 노후주거지역의 인구 감소 및 고령화 등으로 초래된 다양한 문제가 산적돼 왔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활기를 되찾기 위해 2011년부터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시행돼 왔다.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원도심 산동네 산복도로 일원 주거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경관 등 기존 자원을 활용한 주민 주도의 마을 종합재생 프로젝트이다. 부산시는 산복도로 르네상스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2011~2020년 10개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빈집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마을 공동체 형성을 위한 기반시설 마련과 생활편의를 위한 각종 사업이 시행됐다. 공간재생, 생활재생, 문화재생을 통해 산복도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한 도시재생사업이었다. 이 사업의 제도적 틀을 만들기 위해 특별법을 부산시가 제안해 지금의 도시재생특별법이 만들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의 모태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자들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무엇을 어떻게 바꾸었고, 그 미래의 방향성이 어떤지를 알아보기 위해 원도심을 중심으로 형성이 가장 오래된 동구, 중구, 서구에 걸쳐 있는 망양로, 남부민 해돋이로, 영도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부산의 대표적인 산복도로인 망양로의 경우 동구는 ‘이바구길’ 이라는 주제로 행해진 대부분 사업이 주민의 일상적인 삶이나 부산시민의 시각을 바꾸었다. ‘초량 이바구길’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으로 형성된 관광지 중에서 감천 문화마을과 함께 탐방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중구, 서구 망양로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주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부산 원도심에 위치한 중구, 서구 망양로가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콘텐츠를 품고 있어서다. 중구, 서구 망양로가 다른 산복도로 르네상스 지역과 구별되는 특징은 주민공동체 활성화다. 주민공동체 형성에서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공간재생을 매개로 문화재생과 생활재생이 연결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남부민과 아미동에 걸친 산복도로 해돋이로는 2013, 2015년 두 차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시행됐다. 공간기반 조성, 주민 역량 강화, 사회경제 재생을 목표로 한 이 사업도 지역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아미 비석마을, 감천 태극도 마을 등 피란민촌이 ‘문화마을’로 성공적으로 변하면서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도 산복도로는 르네상스 사업의 영향력이 가장 적게 미친 곳이다. 이곳은 산복도로 고도제한, 개발제한, 주거지 노후화, 빈집문제 등 생활불편이 가중되고 주민 상실감, 박탈감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곳이다. 그러나 이곳도 흰여울 문화마을을 비롯해 신기산업 카페 등이 들어서면서 카페투어 등을 통한 관광객 유치 효과를 내고 있다. 산복도로 르네상스의 직접적 사업은 아니었지만 후광효과로 나타난 카페 투어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연구진은 이런 측면에서 영도 산복도로의 숨은 가치를 재발견하고, 발전시킬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연구자들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산복도로 지역의 문제에 주목하고 이를 부산 전체의 고민으로 공유한 것에 큰 의미를 둔다. 산복도로 지역에 숨겨진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부족하나마 주민의 관계 회복 및 공동체를 활성화 한 것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구책임을 맡은 김희재 교수는 “공간재생과 콘텐츠를 결합한 시도는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며 “이런 점은 단순히 가시적인 재원 투입에 따른 산출 정도로 평가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말했다.
이 책에서는 산복도로의 내일을 위해 더욱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는다. 이를 위해 주민의 관점에서 출발할 것을 주문한다. 산복도로 르네상스의 한계를 보완해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다시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생활권 중심으로 공간을 구획하는 것을 포함해 다시 한 번 산복도로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한다. 나아가 공공공간의 활용도 저하, 주민참여 미진, 사회적 경제조직의 활성화 미흡 등도 지적하고 있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산복도로 미래에는 산복도로 주민의 목소리가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역설한다.
김형균 부산연구원 부산학연구센터장은 “산복도로 르네상스 10년 사업에 대한 지역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산복도로의 새로운 미래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