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파병한 터키…영향력 확대·에너지 자원 확보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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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와 東지중해 두고 대립…리비아 '배후지' 노려
GAN와 이념적 동질성…'합법정부 지원' 명분 확보
잇단 군사 행보에 아랍국가들 '신 오스만 팽창주의' 경계 터키가 동·서로 나뉘어 분쟁 중인 리비아에 병력을 파견하면서 리비아 내전에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됐다.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터키 CNN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터키군이) 현재 리비아로 움직이고 있다"며 리비아 파병을 공식화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동부 군벌 세력의 공격으로 위기에 놓인 서부 리비아통합정부(GNA)의 군사 지원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지만, 인적·물적 손해를 감수하고 파병을 결정한 터키의 '셈법'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 동지중해 영향력 확대…에너지 자원 확보 노린 포석
이번 파병에 중동뿐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터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세력 과시 또는 영향력 확대'라는 눈에 보이는 측면뿐 아니라 배후에 깔린 '실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BBC는 6일 "에르도안의 적극성은 분명히 더 넓은 전략적 차원으로 해석된다"며 "터키는 리비아를 동(東)지중해의 배후지이자, 아프리카로 향하는 경제적 관문으로 인식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터키는 그리스·키프로스공화국(이하 키프로스)과 동지중해의 에너지 자원개발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동지중해의 키프로스섬은 그리스계 주민이 대다수인 키프로스와 친(親)터키계 정부가 들어선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이하 북키프로스)으로 분단돼 있다.
키프로스가 연안 대륙붕의 천연가스 자원 개발에 착수하자 터키는 북키프로스도 대륙붕 자원에 동등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키프로스가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선포한 해역에 시추선을 투입해 유럽연합(EU)과 그리스·키프로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 지난해 11월 터키가 리비아와 체결한 수역협정에는 그리스의 EEZ 일부를 침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그리스는 자국 주재 리비아 대사를 추방했으며, 터키는 북키프로스에 무인기를 배치하는 등 양국 간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이처럼 동지중해를 놓고 그리스·키프로스와 갈등이 심화하면서 터키에서는 동지중해의 자국 선박이 이용할 '배후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터키와 그리스를 제외하면 동지중해를 둘러싼 주요 국가는 시리아, 이집트, 리비아 정도가 남는다.
이 가운데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사실상 터키와 직접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터키는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온 시리아 반군의 최대 지원 세력이다.
불과 3달 전에는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의 민병대(YPG)가 자국 내 최대 안보 위협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라고 주장하며 국경을 넘어 시리아 북동부로 진격하기도 했다.
이집트와 터키는 한때 돈독한 관계였으나 현재는 적대 관계에 가깝다.
2012∼2013년 이집트에서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했을 당시 양국은 우호 관계를 형성했으나, 군부 쿠데타로 무슬림형제단 정부가 무너지자 양국 정부는 등을 돌리고 말았다.
결국, 동지중해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터키에 배후지가 될 수 있는 곳은 리비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BBC는 "터키는 리비아 내전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발언권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적어도 내전이 교착상태에 있기를 바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합법 정부' 요청에 따른 지원…파병 명분 챙겨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의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2014년부터 서부를 장악한 GNA와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의 동부 군벌 세력으로 양분됐다.
GNA는 터키와 카타르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러시아 등은 LNA 세력을 지지한다.
유엔이 인정한 합법 정부는 GNA지만, 넓은 영토와 석유 시설을 차지한 하프타르 세력을 지지하는 국가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하프타르 사령관과 통화하고 리비아의 석유 자원을 확보한 공로를 인정했으며, 프랑스 역시 GNA를 인정한다면서도 LNA가 통제하는 동부에 자국의 석유 시설이 있는 탓에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터키는 이번 파병으로 합법 정부임에도 힘과 경제 논리에 밀려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GNA를 돕는다는 대의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하프타르 세력을 지원하는 아랍 국가와 서방 국가를 언급하면서 "그들은 군벌을 돕고 있고, 우리는 합법적인 리비아 정부의 초청에 응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터키의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이념적으로도 GNA와 동질성을 보인다.
GNA는 이슬람주의를 지향하는 무슬림형제단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터키의 정의개발당 역시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는 보수 성향의 정당이다.
발원지인 이집트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이 이슬람 근본주의로 흐르면서 민중의 거센 반감을 샀고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도 무슬림형제단을 배격하고 있으나, 터키·카타르·GNA는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이다.
덕분에 에르도안 정부는 '곤경에 처한 형제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어렵지 않게 국내에서 파병 찬성 여론을 조성할 수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 '신 오스만 팽창주의' 경계하는 아랍국가들
아랍국가들은 터키의 잇단 대외 군사 행보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터키가 이른바 '신 오스만 팽창주의 노선'을 걷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은 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몰락하기 전까지 중동·아프리카·유럽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차지하고 이슬람 세계의 맹주를 자처했다.
오늘날 터키는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토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나,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향권 아래 있던 아랍국가들은 터키의 팽창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16년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추도식에서 "터키는 터키보다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78만㎢에 갇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UAE 언론인 '아랍 위클리'는 이날 "에르도안은 이미 사라진 오스만 제국의 커다란 옷을 입고 터키를 재설계하려는 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GAN와 이념적 동질성…'합법정부 지원' 명분 확보
잇단 군사 행보에 아랍국가들 '신 오스만 팽창주의' 경계 터키가 동·서로 나뉘어 분쟁 중인 리비아에 병력을 파견하면서 리비아 내전에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하게 됐다.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터키 CNN튀르크와의 인터뷰에서 "(터키군이) 현재 리비아로 움직이고 있다"며 리비아 파병을 공식화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동부 군벌 세력의 공격으로 위기에 놓인 서부 리비아통합정부(GNA)의 군사 지원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지만, 인적·물적 손해를 감수하고 파병을 결정한 터키의 '셈법'을 두고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 동지중해 영향력 확대…에너지 자원 확보 노린 포석
이번 파병에 중동뿐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터키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내포됐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세력 과시 또는 영향력 확대'라는 눈에 보이는 측면뿐 아니라 배후에 깔린 '실리'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BBC는 6일 "에르도안의 적극성은 분명히 더 넓은 전략적 차원으로 해석된다"며 "터키는 리비아를 동(東)지중해의 배후지이자, 아프리카로 향하는 경제적 관문으로 인식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터키는 그리스·키프로스공화국(이하 키프로스)과 동지중해의 에너지 자원개발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동지중해의 키프로스섬은 그리스계 주민이 대다수인 키프로스와 친(親)터키계 정부가 들어선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이하 북키프로스)으로 분단돼 있다.
키프로스가 연안 대륙붕의 천연가스 자원 개발에 착수하자 터키는 북키프로스도 대륙붕 자원에 동등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키프로스가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선포한 해역에 시추선을 투입해 유럽연합(EU)과 그리스·키프로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 지난해 11월 터키가 리비아와 체결한 수역협정에는 그리스의 EEZ 일부를 침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그리스는 자국 주재 리비아 대사를 추방했으며, 터키는 북키프로스에 무인기를 배치하는 등 양국 간 긴장이 고조하고 있다.
이처럼 동지중해를 놓고 그리스·키프로스와 갈등이 심화하면서 터키에서는 동지중해의 자국 선박이 이용할 '배후지'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터키와 그리스를 제외하면 동지중해를 둘러싼 주요 국가는 시리아, 이집트, 리비아 정도가 남는다.
이 가운데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은 사실상 터키와 직접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터키는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알아사드 정권에 맞서온 시리아 반군의 최대 지원 세력이다.
불과 3달 전에는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한 쿠르드족의 민병대(YPG)가 자국 내 최대 안보 위협 세력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분파라고 주장하며 국경을 넘어 시리아 북동부로 진격하기도 했다.
이집트와 터키는 한때 돈독한 관계였으나 현재는 적대 관계에 가깝다.
2012∼2013년 이집트에서 무슬림형제단이 집권했을 당시 양국은 우호 관계를 형성했으나, 군부 쿠데타로 무슬림형제단 정부가 무너지자 양국 정부는 등을 돌리고 말았다.
결국, 동지중해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터키에 배후지가 될 수 있는 곳은 리비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BBC는 "터키는 리비아 내전으로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발언권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적어도 내전이 교착상태에 있기를 바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합법 정부' 요청에 따른 지원…파병 명분 챙겨
리비아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의 여파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이후 2014년부터 서부를 장악한 GNA와 칼리파 하프타르 리비아국민군(LNA) 사령관의 동부 군벌 세력으로 양분됐다.
GNA는 터키와 카타르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러시아 등은 LNA 세력을 지지한다.
유엔이 인정한 합법 정부는 GNA지만, 넓은 영토와 석유 시설을 차지한 하프타르 세력을 지지하는 국가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4월 하프타르 사령관과 통화하고 리비아의 석유 자원을 확보한 공로를 인정했으며, 프랑스 역시 GNA를 인정한다면서도 LNA가 통제하는 동부에 자국의 석유 시설이 있는 탓에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
터키는 이번 파병으로 합법 정부임에도 힘과 경제 논리에 밀려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GNA를 돕는다는 대의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하프타르 세력을 지원하는 아랍 국가와 서방 국가를 언급하면서 "그들은 군벌을 돕고 있고, 우리는 합법적인 리비아 정부의 초청에 응하는 것"이라며 "이것이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터키의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은 이념적으로도 GNA와 동질성을 보인다.
GNA는 이슬람주의를 지향하는 무슬림형제단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터키의 정의개발당 역시 이슬람주의를 내세우는 보수 성향의 정당이다.
발원지인 이집트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이 이슬람 근본주의로 흐르면서 민중의 거센 반감을 샀고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도 무슬림형제단을 배격하고 있으나, 터키·카타르·GNA는 무슬림형제단에 우호적이다.
덕분에 에르도안 정부는 '곤경에 처한 형제를 돕는다'는 명분으로 어렵지 않게 국내에서 파병 찬성 여론을 조성할 수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 '신 오스만 팽창주의' 경계하는 아랍국가들
아랍국가들은 터키의 잇단 대외 군사 행보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터키가 이른바 '신 오스만 팽창주의 노선'을 걷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은 1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몰락하기 전까지 중동·아프리카·유럽에 걸쳐 광대한 영토를 차지하고 이슬람 세계의 맹주를 자처했다.
오늘날 터키는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토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나, 과거 오스만 제국의 영향권 아래 있던 아랍국가들은 터키의 팽창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실제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16년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추도식에서 "터키는 터키보다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78만㎢에 갇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UAE 언론인 '아랍 위클리'는 이날 "에르도안은 이미 사라진 오스만 제국의 커다란 옷을 입고 터키를 재설계하려는 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