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급감에도 실적 좋다니"…도 넘은 자화자찬 [조재길의 경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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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FDI, 6년 만에 줄었는데 “추세 좋다”
수출 10% 감소에도 “무역 1조 달러 돌파”
수출 10% 감소에도 “무역 1조 달러 돌파”
어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열렸던 ‘2019년 외국인 직접투자(FDI) 동향’ 브리핑에선 평소보다 많은 질의 응답이 오갔습니다. 정부가 배포한 보도자료가 지나치게 자화자찬 일색이었던 게 원인 중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정부 자료의 제목은 ‘작년 외국인 직접투자 역대 2위’‘5년 연속 200억 달러 달성’ 등이었습니다. “FDI 200억 달러대 유치 기조가 안착하는 단계”라는 평가도 내놨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잘 했을까요. 정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작년 FDI는 신고액 기준으로 233억 달러로 기록됐습니다. 전년(269억 달러) 대비 13.3% 감소했지요. FDI 신고액이 줄어든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3년(-10.7%) 이후 6년 만입니다. 잘 나가던 FDI가 작년에 오히려 고꾸라졌던 겁니다.
‘신고액’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에 투자 집행한 액수를 따져보면 훨씬 심각합니다. 작년 FDI 도착액은 127억8000만 달러에 불과했지요. 전년 대비 26.0% 급감했습니다. 신고 및 도착액 기준 FDI가 우려할 만큼 꺾였는데도 “200억 달러는 넘었으니 잘한 것”이라고 자찬한 겁니다.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이 중요한 건, 한 국가의 ‘기업환경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어야 외국인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지요. 투자가 늘면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지고, 기술 및 서비스 수준도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각 국마다 외국인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우리나라의 FDI 실적이 확 꺾인 건 ‘이상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사안입니다. 대개 FDI는 경제 성장과 함께 꾸준히 늘어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우리나라의 FDI는 금액 자체도 경제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한국의 FDI 규모는 세계 순위에서 20위 정도에 불과하지요. “지난 5년동안과 같이 200억 달러만 넘으면 괜찮다”고 자위할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브리핑에서 “2018년 (이례적인 이벤트성으로) FDI 실적이 워낙 좋았던 탓에 2019년에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것”이란 설명을 놓고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2018년 FDI 실적을 자랑했던 작년 초 보도자료에선 “정부의 다각적인 투자 유치 노력 덕분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해놓고선, 어제는 “2018년 FDI 실적이 급증했던 건 외투기업 법인세 감면 폐지를 앞두고 조기 신고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달라진 설명을 내놨습니다.
요즘 정부는 스스로 생산해낸 통계 결과에 대해 잇따라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1년 간의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10.3%)로 추락했는데도 “3년 연속 무역(수출+수입) 1조 달러를 넘어섰다”며 안주하지 말자고 했지요. 세계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와중에 수산물·공기압밸브 등 분쟁에서 연승을 달리고 있다면서 자축하기도 했습니다. 고용·분배 등 통계를 놓고선 유리한 숫자만 꺼내 홍보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고위 관료들이 수 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입니다. 지금처럼 결과가 분명한 통계조차 “잘했다”며 셀프 칭찬해선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정부 자료의 제목은 ‘작년 외국인 직접투자 역대 2위’‘5년 연속 200억 달러 달성’ 등이었습니다. “FDI 200억 달러대 유치 기조가 안착하는 단계”라는 평가도 내놨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잘 했을까요. 정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작년 FDI는 신고액 기준으로 233억 달러로 기록됐습니다. 전년(269억 달러) 대비 13.3% 감소했지요. FDI 신고액이 줄어든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3년(-10.7%) 이후 6년 만입니다. 잘 나가던 FDI가 작년에 오히려 고꾸라졌던 겁니다.
‘신고액’이 아니라 실제로 한국에 투자 집행한 액수를 따져보면 훨씬 심각합니다. 작년 FDI 도착액은 127억8000만 달러에 불과했지요. 전년 대비 26.0% 급감했습니다. 신고 및 도착액 기준 FDI가 우려할 만큼 꺾였는데도 “200억 달러는 넘었으니 잘한 것”이라고 자찬한 겁니다.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이 중요한 건, 한 국가의 ‘기업환경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어야 외국인들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겠지요. 투자가 늘면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지고, 기술 및 서비스 수준도 좋아지기 마련입니다. 각 국마다 외국인 투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죠. 우리나라의 FDI 실적이 확 꺾인 건 ‘이상 신호’로 받아들여야 할 사안입니다. 대개 FDI는 경제 성장과 함께 꾸준히 늘어야 하기 때문이죠. 특히 우리나라의 FDI는 금액 자체도 경제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한국의 FDI 규모는 세계 순위에서 20위 정도에 불과하지요. “지난 5년동안과 같이 200억 달러만 넘으면 괜찮다”고 자위할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브리핑에서 “2018년 (이례적인 이벤트성으로) FDI 실적이 워낙 좋았던 탓에 2019년에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것”이란 설명을 놓고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2018년 FDI 실적을 자랑했던 작년 초 보도자료에선 “정부의 다각적인 투자 유치 노력 덕분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해놓고선, 어제는 “2018년 FDI 실적이 급증했던 건 외투기업 법인세 감면 폐지를 앞두고 조기 신고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달라진 설명을 내놨습니다.
요즘 정부는 스스로 생산해낸 통계 결과에 대해 잇따라 후한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 1년 간의 수출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10.3%)로 추락했는데도 “3년 연속 무역(수출+수입) 1조 달러를 넘어섰다”며 안주하지 말자고 했지요. 세계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와중에 수산물·공기압밸브 등 분쟁에서 연승을 달리고 있다면서 자축하기도 했습니다. 고용·분배 등 통계를 놓고선 유리한 숫자만 꺼내 홍보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고위 관료들이 수 차례 언급했던 것처럼, 우리 경제는 ‘엄중한’ 상황입니다. 지금처럼 결과가 분명한 통계조차 “잘했다”며 셀프 칭찬해선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겁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