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출신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 도쿄올림픽 출전권 확보
목표는 동메달…"한국에 꼭 메달 선물하고 싶어"
[도쿄올림픽] 기대주 ② 오주한
케냐 출신의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32·케냐명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이 태극마크를 달고 2020년 도쿄 올림픽 무대를 누빈다.

오주한은 지난해 10월 20일 경주에서 열린 2019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서 42.195㎞ 풀코스를 2시간08분42초에 완주해 도쿄올림픽 기준기록(2시간11분30초)을 통과했다.

1월 7일 현재 한국 남자 마라토너 중 올림픽 기준기록을 통과한 선수는 오주한뿐이다.

오주한은 대리인인 오창석 백석대 교수를 통해 "올림픽에서 한국에 꼭 메달을 선물하고 싶어한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올림픽 남자 마라톤은 대회 폐회일인 8월 9일 삿포로 오도리공원에서 열린다.

오주한은 '동메달'을 목표로 올림픽을 준비한다.

한국 남자 마라톤은 1992년 바르셀로나 황영조(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이봉주(은메달)가 시상대에 오르며 '황금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후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걸었고, 메달권에서 멀어졌다.

한국 육상계 내부에서는 찬반이 엇갈렸지만, 오주한은 2018년 9월 한국 국적을 얻었고 국가대표 자격도 갖췄다.

오주한은 오랫동안 기록보다 '국적' 문제와 싸워야 했다.

문서상의 걸림돌도 지난해 3월에야 해결됐다.

대한육상연맹과 오창석 교수는 세계육상경기연맹(IAAF)에 2018년 12월과 2019년 2월 '오주한의 국가대표 자격 재심사'를 요청했고, "오주한이 3월 7일부터 한국 대표로 뛸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

애초 IAAF는 "오주한이 2021년 8월부터 한국 국가대표 자격을 얻는다"라고 통보했다.

IAAF는 지난해 7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국적 변경 선수의 국가대표 출전이 가능한 시점을 '승인 신청 후 3년 뒤'로 정한다"고 밝혔다.

종전 '한 나라를 대표해 국제대회에 출전한 선수는 귀화 후 3년이 지나야 새로운 나라의 대표로 뛸 수 있다.

국가대표 경력이 없는 선수는 귀화 1년 뒤 새로운 국가의 대표로 나설 수 있다'는 규정을 강화한 것이다.

그러나 오창석 교수는 "재심사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오주한이 귀화 절차를 마무리하자, 대한육상연맹도 적극적으로 IAAF에 재심을 요청했다.

결국, IAAF가 재심을 통해 새로운 해석을 내리면서 오주한에게 올림픽 출전의 길이 열렸다.

[도쿄올림픽] 기대주 ② 오주한
오주한의 2019년 세계랭킹은 140위다.

하지만 상위권 선수는 케냐, 에티오피아에 몰려 있고 올림픽 출전권은 나라당 3장 이하다.

케냐, 에티오피아 선수가 줄어들면 오주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오창석 교수의 판단이다.

오주한의 개인 최고 기록은 2016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05분13초다.

그는 2017년에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06분57초로 우승했다.

한국에서 훈련하며 습한 기후에 익숙해진 오주한이 일본 삿포로에서 최상의 몸 상태로 뛰면 '사건'이 벌어질 수도 있다.

오창석 교수는 "귀화를 준비할 때부터 오주한은 2020년 8월에 태극마크를 달고 도쿄올림픽 시상대에 서는 걸 목표로 세웠다"며 "올림픽 기준 기록을 통과해 더 의욕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