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역대급 분노…중동 진출하던 한국車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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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진출 韓 완성차 분위기 주시
▽ 현지 업자 통한 간접 수요 위축될 듯
▽ 미-이라크 전쟁 이후 긴장감 최고조
▽ 현지 업자 통한 간접 수요 위축될 듯
▽ 미-이라크 전쟁 이후 긴장감 최고조
미군의 공습으로 이란 군부 최고 실세였던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 혁명수비대 사령관이 사망하면서 국제 정세가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중동에 자동차 수요가 늘고 있던 터라 이 지역에 공을 들이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 업계 "중동 분위기 좋았는데…" 미국과 이란 사이 감도는 전운에 대해 7일 현대차는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는 없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중동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 미래를 보고 들어간 시장이기 때문에 국제 정세가 안정되길 기다릴 뿐"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도 "다행히 현재까지 비즈니스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두 국가의 전쟁 위기는 중동을 넘어서 세계 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을만한 일이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쌍용차에게 불안해진 중동 정세는 근심거리다. 양 사 모두 중동 시장에서 연이어 낭보를 터뜨리며 순조롭게 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8세대 쏘나타 하이브리드 택시 1232대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물량은 두바이 택시 수주 물량을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다. 8세대 쏘나타는 지난달 10일 '제41회 사우디 국제 모터쇼'(SIMS)에서 '2020 세단 부문 최고의 차'(2020 Best Sedan)'로 선정되면서 겹경사를 맞았다.
두바이와 사우디에서 잇따라 훈풍이 불자 현대차는 오만과 이라크 등 인접국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었다. 오만에서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순금 마케팅'을 벌였고 이라크의 심장병·안구손상 환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수술을 지원했다. 이들의 성공적인 수술을 축하하는 행사에는 주한 이라크 대사가 참석하고 이라크 공영 방송국 취재진도 함께했다. 쌍용차도 부진한 수출을 만회할 활로를 중동에서 모색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내셔널 오토모빌스(SNAM)와 현지 조립 생산을 위한 제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3만대 수준까지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을 수출하기로 했다.
침체됐던 중동 자동차 수요도 회복세로 돌아서며 양 사는 순풍에 돛을 단 상황이었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는 시장 규모가 2015년 84만4000여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42만대 수준으로 반토막났지만, 정부의 노력으로 극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사우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전통적으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 제재에서 자유롭고, 중동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들이다.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 영향력 확대를 노렸다. 특히 사우디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현지 업자들을 통해 직접 진출이 어려운 이란 등 주변국 간접 수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었다.
◆ 시장 위축 넘어 직접 피해 우려도
미국과 이란의 강대강 대치로 중동 전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실제 전쟁을 벌인다면 얽히고 섥힌 종교문제 탓에 중동 전체의 싸움으로 커지기 쉬운 탓이다. 중동 국가들은 종교적으로 크게 이슬람 수니파와 이슬람 시아파로 나뉜다. 사우디는 수니파 맹주이고 이란은 시아파 맹주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벌인다면 시아파 국가들로의 확전이 예상된다.
미국과 우호적인 수니파 국가들과 미국에 적대감을 가진 시아파 국가 사이 분쟁이 벌어져 중동 전체가 전쟁의 참화에 휩싸일 우려도 나온다. 회복세를 보이던 중동 시장의 수요 위축도 동반될 전망이다.
때문에 업계는 물론 우리 정부도 중동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6일 후속 대책 논의를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참석해 관련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중동에서 원유 수급이 끊길 가능성에 대비해 비축유를 보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금 상황은 2003년 미국,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의 긴장감이 가장 높아진 시기"라며 이란의 미국에 대한 보복 강도, 양국간의 마찰 장기화에 따라 산업계의 방향이 결정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을 검토 중인 점도 자동차 업계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파병은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 활동하는 해적으로부터 상선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미국이 요청해 검토가 이뤄졌고 정부도 파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분쟁으로 파병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영해인 탓에 파병 국가들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탓이다.
본래 파병 취지와 상관없이 이란을 비롯한 시아파 국가들은 파병국을 적국인 미국의 요청을 받아 군대를 보낸 국가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실제 파병이 이뤄진다면 적국에 준하는 반감을 사서 향후 중동 시장 절반에 대한 직간접적 진출 기회가 막히게 된다. 가뜩이나 위축된 시장에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셈이다. 정체된 선진 시장을 대체할 신흥 시장 발굴에 나섰던 완성차 업계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강경주·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 업계 "중동 분위기 좋았는데…" 미국과 이란 사이 감도는 전운에 대해 7일 현대차는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는 없지만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중동은 성장 가능성이 높아 미래를 보고 들어간 시장이기 때문에 국제 정세가 안정되길 기다릴 뿐"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쌍용차도 "다행히 현재까지 비즈니스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두 국가의 전쟁 위기는 중동을 넘어서 세계 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을만한 일이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쌍용차에게 불안해진 중동 정세는 근심거리다. 양 사 모두 중동 시장에서 연이어 낭보를 터뜨리며 순조롭게 시장 공략을 추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8세대 쏘나타 하이브리드 택시 1232대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물량은 두바이 택시 수주 물량을 통틀어 역대 최대 규모다. 8세대 쏘나타는 지난달 10일 '제41회 사우디 국제 모터쇼'(SIMS)에서 '2020 세단 부문 최고의 차'(2020 Best Sedan)'로 선정되면서 겹경사를 맞았다.
두바이와 사우디에서 잇따라 훈풍이 불자 현대차는 오만과 이라크 등 인접국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었다. 오만에서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순금 마케팅'을 벌였고 이라크의 심장병·안구손상 환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수술을 지원했다. 이들의 성공적인 수술을 축하하는 행사에는 주한 이라크 대사가 참석하고 이라크 공영 방송국 취재진도 함께했다. 쌍용차도 부진한 수출을 만회할 활로를 중동에서 모색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 내셔널 오토모빌스(SNAM)와 현지 조립 생산을 위한 제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향후 3만대 수준까지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을 수출하기로 했다.
침체됐던 중동 자동차 수요도 회복세로 돌아서며 양 사는 순풍에 돛을 단 상황이었다.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는 시장 규모가 2015년 84만4000여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 42만대 수준으로 반토막났지만, 정부의 노력으로 극적인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사우디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전통적으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 제재에서 자유롭고, 중동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들이다. 때문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중동 지역에 영향력 확대를 노렸다. 특히 사우디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현지 업자들을 통해 직접 진출이 어려운 이란 등 주변국 간접 수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었다.
◆ 시장 위축 넘어 직접 피해 우려도
미국과 이란의 강대강 대치로 중동 전 국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이 실제 전쟁을 벌인다면 얽히고 섥힌 종교문제 탓에 중동 전체의 싸움으로 커지기 쉬운 탓이다. 중동 국가들은 종교적으로 크게 이슬람 수니파와 이슬람 시아파로 나뉜다. 사우디는 수니파 맹주이고 이란은 시아파 맹주다.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벌인다면 시아파 국가들로의 확전이 예상된다.
미국과 우호적인 수니파 국가들과 미국에 적대감을 가진 시아파 국가 사이 분쟁이 벌어져 중동 전체가 전쟁의 참화에 휩싸일 우려도 나온다. 회복세를 보이던 중동 시장의 수요 위축도 동반될 전망이다.
때문에 업계는 물론 우리 정부도 중동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6일 후속 대책 논의를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참석해 관련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중동에서 원유 수급이 끊길 가능성에 대비해 비축유를 보급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금 상황은 2003년 미국, 이라크 전쟁 이후 중동의 긴장감이 가장 높아진 시기"라며 이란의 미국에 대한 보복 강도, 양국간의 마찰 장기화에 따라 산업계의 방향이 결정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 정부가 호르무즈 파병을 검토 중인 점도 자동차 업계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파병은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서 활동하는 해적으로부터 상선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미국이 요청해 검토가 이뤄졌고 정부도 파병을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다만 미국과 이란의 분쟁으로 파병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의 영해인 탓에 파병 국가들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탓이다.
본래 파병 취지와 상관없이 이란을 비롯한 시아파 국가들은 파병국을 적국인 미국의 요청을 받아 군대를 보낸 국가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실제 파병이 이뤄진다면 적국에 준하는 반감을 사서 향후 중동 시장 절반에 대한 직간접적 진출 기회가 막히게 된다. 가뜩이나 위축된 시장에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셈이다. 정체된 선진 시장을 대체할 신흥 시장 발굴에 나섰던 완성차 업계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강경주·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