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1경원 넘는 가계 예금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여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장에선 가계 예금 중 일부라도 유입되면 올해 중국 증시가 활기를 띨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7일 중국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4일 발표한 올해 업무 지침에 ‘가계 예금의 주식형펀드 유입을 촉진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가계 예금은 70조위안(약 1경1700조원)으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80%에 달한다. 은행보험감독위는 가계 예금을 어떻게 주식형펀드로 끌어들일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이 정부의 권한이 막강한 사회주의 국가이긴 하지만 정부가 개인의 주식형펀드 가입을 강제할 수는 없다.

시장에선 은행이 예금을 받아 보관 중인 자금을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를 통해 예금 중 일부가 자연스럽게 주식으로 전환될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은행들은 대부분 국유 은행이어서 정부 지침에 큰 영향을 받는다.

중국 증시는 선진국 증시에 비해 기관투자가와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낮다. 상하이와 선전증시 거래량에서 개인투자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에 이른다. 이 때문에 작은 풍문에도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변동성이 크다. 상하이에 있는 시바인베스트먼트의 저우링 펀드매니저는 “은행에 있는 개인 예금이 증시로 들어오면 장기 투자자금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으로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상하이거래소에 과학기술혁신판(커촹반)을 개설하는 등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자본시장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를 비롯한 중국 정부의 산업 지원 정책을 노골적으로 견제하자 경제성장을 이끌 중요 산업 육성을 위한 자금의 일부를 자본시장에서 조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도 정부의 자본시장 육성책에 힘입어 중국 증시의 벤치마크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작년 한 해 20%가량 상승했다. 상하이증시와 선전증시 상장사의 전체 시가총액은 각각 36조위안, 24조위안가량을 기록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