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갈등 중인 이란이 이란핵합의의 우라늄 농축 관련 조항을 전부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중동 역내 갈등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폭탄을 만들 능력이 있다는 데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관건은 시간과 용의다. 주요 외신들이 보도한 이란의 실제 핵무기 개발 가능성과 핵 무기 보유까지 소요 예상 기간 등을 알아봤다.

핵무기 개발은 방사능 물질을 충분히 축적해 핵반응을 내는게 골자다. 일단 핵연료로 쓰일 방사능 물질을 확보하는 것부터가 쉽지않은 일이다. 우라늄 원석을 바로 핵발전에 쓸 수 없어서다.

원자핵분열이 가능한 우라늄235는 우라늄 원광의 0.7% 비중에 그친다.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 거치는 절차가 우라늄 농축이다. 기존 이란핵합의는 이 단계부터 제한을 걸어놨다. 우라늄을 3.67%까지만 농축해 최대 300㎏까지만 저장한다는 내용이다.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우라늄235을 80% 후반에서 90% 이상까지 농축해야 한다. 켈시 데번포트 미국 군축·비확산센터 실장은 “이란이 작년에 저농축 우라늄 저장한도 300kg를 넘겼다고 공언했지만 이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의 핵 무기 전문가인 마일스 폼퍼 선임연구원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본격 나설 경우 핵무기 확보까지 최소 1년이 걸릴 것”이라고 추정했다. 고농축우라늄을 충분히 만들어 저장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이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핵무기 개발엔 고농축 우라늄 50㎏ 이상이 필요하다. 우라늄량이 이보다 적으면 연쇄반응으로 폭발을 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본격 나설 경우 우라늄 원료를 확보하는 데에만 1년 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이 현재 운용 중인 구형 원심분리기만을 사용했을 때 기준이다. 이란은 이란핵합의 이후 개량형 원심분리기 가동을 중단하고 해체했다. 폼퍼는 “이란의 기존 원심분리기는 구형으로 원시적인 수준에 그친다”며 “이란이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재개발하고 있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충분한 규모로 설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이란도 핵무기 개발에 당장 돌입할 생각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이란핵합의에 따라 분해했던 원심분리기를 재조립해 가동시킬 경우엔 고농축우라늄 확보까지 석 달 가량이 걸릴 수도 있다”며 “이는 2015년 이란핵합의 이전과 같은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농축 우라늄을 충분히 확보하면 핵분열 반응을 일으키도록 포장 고열처리 등을 거치고, 이를 연료봉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기간을 놓고는 전문가들간 이견이 크다. FP는 “전문가들도 이란이 고농축우라늄을 충분히 확보한 뒤 실제 배치 가능한 핵무기를 보유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며 “수개월에서 2년 가량까지 예상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기존 예상보다 핵무기 개발 기간이 짧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현재 전문가들은 대부분 2015년 이란핵합의 당시 자료를 토대로 핵무기 제작 소요 기간을 추정하고 있어서다. 대릴 킴볼 미 군축협회 사무총장은 “이란이 핵무기를 만드는 데에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는 일은 매우 복잡한 일”이라며 “기존 추정보다는 소요 기간이 적게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이 실제 핵무기 개발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다는게 중동·무기 분야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FP는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얻고자 하기보다는 상징적인 조치로 이란 핵합의 준수범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미국과의 갈등상황에서 레버리지를 얻고자 핵개발 카드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데번포트 미국 군축·비확산센터 실장은 “이란의 조치는 제재 완화 협상을 위한 ‘계산된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중동서 군비경쟁에 본격 나설 경우 ‘오일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이란엔 부담이다. 미군에서 중동해역을 관할하는 미 5함대 출신인 존 밀러 전 미군 사령관은 “이란은 자국의 핵무기 개발이 큰 군사적 이점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1년 지나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한다면 사우디가 핵무기를 들여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헨리 롬 유라시아그룹 이란 선임연구원은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우라늄 제한 안 지키겠다는 발표는 실상 큰 일은 아니다”며 “운전자가 '속도제한 안 지킬 것'이라고 얘기해놓고 간혹 제한속도보다 시속 4~5㎞ 가량 빨리 달리는 상황과 비슷한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란핵합의는 이란의 이번 발표 전에도 간신히 연명한 수준이었고 지금도 그때와 같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알렉산드라 벨 미국 군축·비확산센터 선임정책국장은 “이란은 일단 (핵무기 개발) 얘기를 던져놓고 반응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은 자국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