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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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홍콩 증시로 향하고 있습니다.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지난해 11월 홍콩 증시에 상장한 데 이어 중국 최대 검색 포털업체 바이두도 홍콩에서 2차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바이두는 2005년 8월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했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바이두가 최근 2차 상장을 위해 내부 평가를 실시했다고 7일 보도했습니다. 바이두는 홍콩에서 IPO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채용하고 몇몇 대형 투자은행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두는 상장 계획 여부를 묻는 글로벌타임스의 문의에 답변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과 전자상거래 업체 넷이즈도 홍콩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 본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씨트립과 넷이즈는 각각 2003년 12월과 2000년 6월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두 기업 역시 홍콩 증시 2차 상장에 대해선 침묵했지요.

증시 전문가들은 많은 중국 기업들이 홍콩 증시 2차 상장을 관망해오다 작년 알리바바의 성공적인 상장에 고무됐다며 올해 홍콩 증시로 향하는 중국 IT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이 해외에서만 거래되면 중국 내 기관 투자자와 개인들이 접근하기 힘들다"면서 "홍콩 증시에 상장되면 본토와 홍콩 사이의 주식 연계 메커니즘이 있어 자금 흐름이 훨씬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해외 증시에 상장한 중국 IT기업들이 홍콩 증시로 몰려가는 것은 홍콩거래소가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선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홍콩거래소는 2018년 3월 상장 규정을 고쳐 대주주가 경영권을 보다 수월하게 방어할 수 있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차등의결권은 한 개 주식에 한 개 의결권을 주는 게 아니라 특정 주식에 많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대주주 지배권을 강화하는 제도입니다.

해외 증시에 상장돼 있는 중국 본토 기업들이 홍콩 증시에 2차 상장을 하려면 뉴욕, 런던 등 세계 상위 시장에 상장돼 있어야 하고 기업가치가 4000억달러(약 466조원) 이상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200개의 중국 기업 중 30곳이 이런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전했습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