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기자bjk07@hankyung.com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범준기자bjk07@hankyung.com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는 7일 '협치 내각' 구상을 밝히면서 스웨덴식 협치 모델인 '목요 클럽'에 주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목요 클럽과 같은 대화 모델을 되살려 각 정당과 각계각층의 대표들을 정기적으로 만나겠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목요 클럽이란 23년간 집권하며 스웨덴 역사상 가장 성공한 총리로 평가받는 타게 에르란데르 스웨덴 전 총리(1946~1969년 재임)가 고안한 모델이다.

2차 세계 대전 직후 스웨덴은 좌우 갈등이 극심했다. 이에 에르란데르 전 총리는 매주 목요일 노·사·정 만찬을 통해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이런 점 때문에 그는 대표적인 '소통의 정치인'으로 꼽힌다.

별도의 총리 관저가 없던 시절인 1952년, 당시 스웨덴의 갑부였던 칼 아우구스트 비칸데르는 에르란데르 전 총리에게 스톡홀름 서쪽 하르프순드(Harpsund)에 있는 자신의 영지를 스웨덴 총리 별장으로 기부한다. 에르란데르 전 총리는 이곳에서 목요 클럽을 개최하기 시작한다.

'하르프순드 민주주의'라고도 불린 목요 클럽에는 정부를 중심으로 경영자협회와 노동조합이 참여했다. 현재까지도 스웨덴 노·사·정의 중요한 대화는 주로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목요 클럽은 스웨덴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같은 정 후보자의 발언은 여야가 극한의 대립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일종의 대안 제시 차원으로 해석된다.

특히 그 시점을 21대 총선 이후라고 명시한 것이 눈에 띈다. 시점을 못 박은 것은 총선 시기에는 정당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는 만큼 총선 전 협치 내각을 제안할 경우 야권 분열을 유도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4·15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 후 치러지는 첫 선거로 선거 이후에는 정당 구성이 지금보다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국 정치에서도 협치가 더욱 필요해지는 이유다.

다만 근로자 단체와 경영자 단체를 배제한 채 여야의 협치가 이뤄질 경우 경제·사회 분야 주요 정책에 대해 갈등이 첨예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협치 내각 현실화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남아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정 후보자는 취임 이후 매주 한 차례 노·사·정을 비롯한 각계 대표들을 초청해 대화하는 만찬 자리를 가질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 후보자가 협치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국회의장 출신이 행정부 2인자 자리로 가는 것이 '삼권분립 훼손'이란 지적이 나오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국회의장 출신 총리'가 될 경우 의회에서의 소통 경험을 국정운영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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