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철도협력 현실적 방안,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언급 주목
"분단이 평화번영에 장애 돼선 안돼"…대북제재·北호응이 관건
文대통령, '평화경제' 재소환…'독자적 협력공간' 확대 시사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핵심 화두 중 하나로 다시 한번 '평화경제'를 제시함에 따라 앞으로 이 구상에 얼마나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7일 신년사에서 "평화를 통해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평화경제"라며 "평화경제는 분단이 더는 평화와 번영에 장애가 되지 않는 시대를 만들어 남북한 모두가 주변국들과 함께 번영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시한 '평화경제'는 평화가 곧 경제라는 뜻으로,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경제 번영까지 불러올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는 북한이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에 대한 조건 없는 재개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온 상황을 염두에 둔 구상이기도 했다.

북한은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측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우선 정상화'에 합의했으며, 그해 12월에는 한반도의 끊어진 '혈맥'을 잇기 위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여파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난기류에 휩싸이고 남북 관계마저 얼어붙으면서 '평화경제' 구상은 초기 동력조차 얻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평화경제'를 다시 소환한 배경에는 결국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남북관계 소강 국면을 어떻게 해서든지 타개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깔려있는 셈이다.
文대통령, '평화경제' 재소환…'독자적 협력공간' 확대 시사
중요한 것은 '평화경제' 관련 대북사업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 여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접경지역 협력'을 비롯해 '남북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사실상 '평화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추진방안들로 제시했다.

특히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사업과 관련해서는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낸다면 국제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 간의 관광 재개와 북한의 관광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은 현 정부가 구상하는 '평화경제' 핵심이다.

환동해권과 환서해권, 남북 접경지역 등 3대 벨트를 중심으로 한반도를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고 더 나아가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만든다는 원대한 구상을 담고 있다.

'끊임없는 대화'와 함께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노력"을 강조한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조만간 금강산 관광 문제 협의 등을 위한 당국 간 회담을 다시 한번 제안할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관계부처 차원에서는 '평화경제' 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지원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文대통령, '평화경제' 재소환…'독자적 협력공간' 확대 시사
남북관계 주무 부처인 통일부는 '교류협력실'과 '접경협력과' 신설 등을 골자로 한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 강조 배경에는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선순환이 아닌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비핵화 대화와는 별개로 남북관계 협력공간을 확대해나가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러나 대북제재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초기 단계에서 '평화경제'를 추진할 수 있다고 해도 본격적인 사업 추진은 결국 대북제재라는 '큰 산'을 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사업만 해도 본격적인 공사를 위한 물자와 장비의 반입이 대북제재로 막히면서 사실상 1년 넘게 방치돼 있다.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북한의 호응 여부도 미지수다.

북한은 금강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열자는 우리 측 제안에 대해서도 '대북제재 공조' 이탈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