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7일 신년사를 통해 미·북 대화에 의존해온 비핵화 프로세스를 남북한이 진전시켜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1년 만에 ‘김정은 답방’을 직접 언급하며 남북이 하루빨리 여건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했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임기 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의지와 조급함이 뒤섞인 발언이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까지 한반도에 드리웠던 전쟁의 먹구름이 물러가고 평화가 성큼 다가왔지만, 지난 1년간 남북 협력에서 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미·북 대화에만 의지해온 기존 해법을 작년 한 해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원인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 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북·미 대화가 성공하면 남북 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더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새해에는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방안을 찾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대화의 교착 속에서 남북관계의 후퇴까지 염려되는 지금 남북 협력을 증진시켜 나갈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진단했다.

문 대통령은 “나는 거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끊임없이 대화할 용의가 있다”며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노력도 계속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강조해온 동아시아철도 구상을 재차 언급하며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사업을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남북이 함께 찾아낸다면 북한의 관광 활성화에도 큰 뒷받침이 될 수 있을 것”이란 ‘당근’도 제시했다. 올림픽 공동 개최,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등 체육·문화 교류로 물꼬를 트겠다는 의지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핑크빛 청사진이 북한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특별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그동안 이뤄지지 않은 김정은 답방이 성사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데다 미·북 대화가 진전되지 않고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진정한 성과를 거두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뒤늦게 미국에 좌지우지돼온 것에 대한 반성을 담았지만, 돌아선 북한을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으로 돌려세우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김정은 답방 제안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재탕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