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재 씨…칸영화제부터 호흡, 단편영화 연출 경험도

"자막,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Once you overcome the one-inch tall barrier of subtitles, you will be introduced to so many more amazing films)"
봉준호 감독이 지난 5일(현지시간) 골든글로브 수상 직후 했던 소감이 연일 화제가 되는 가운데 이를 통역한 최성재(샤론 최) 씨에게도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칸영화제부터 봉 감독과 호흡을 맞춘 최씨는 봉 감독 특유의 말맛을 살려 통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봉테일'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꼼꼼한 봉 감독이 "언어의 아바타"라고 칭송했을 정도다.

영화계에 따르면 20대 중반인 최씨는 전문통역사가 아니라 한국 국적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나왔고, 영화를 촬영하기도 했다.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봉 감독의 의도를 정확하게 살려 통역한다는 평을 듣는다.

최씨의 통역 실력은 지난달 10일 방송된 미국 NBC TV 간판 진행자 지미 팰런의 '더 투나이트 쇼'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미 팰런이 줄거리 소개를 부탁하자 봉 감독은 "이 자리에서 되도록 말을 안 하고 싶다.

스토리를 모르고 가야 더 재미있을 것 아니냐"고 답했다.

최씨는 세심한 어휘 선택과 남다른 언어 세공술로 이를 맛깔나게 전달해 주목받았다.
봉준호 감독 말맛 살린 '완벽한 통역' 화제
이 방송이 담긴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 100만뷰를 넘었고, 국적과 관계없이 "통역이 나를 사로잡았다" "통역이 놀랍다"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최씨의 각종 통역 영상은 유튜브에서 영어 교재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다.

외신들도 최씨를 주목한다.

'더 할리우드 리포터'는 골든글로브 수상 후 봉 감독 등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례적으로 최씨에게도 마이크를 들이댔다.

진행자가 "당신도 스타가 됐다"며 소감을 묻자 최씨는 당황스러워했고, 이에 봉 감독이 나서 "그는 큰 팬덤을 가졌다.

우리는 언제나 그에게 의지하고 있고, 훌륭한 감독이기도 하다"며 치켜세웠다.

그러자 진행자는 "내년에는 영화감독으로서 이 자리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영국 가디언지도 이달 2일 최씨 등을 조명하는 기사를 실으면서 "수상 시즌의 MVP", "세계 최고" 등의 세평을 전했다.

유려한 통역에 힘입어 '자막의 장벽을 넘자'는 취지의 봉 감독 골든글로브 수상 소감도 현지에서 회자하고 있다.

한 영화 평론가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에 "봉 감독이 할리우드의 근시안적인 문화를 지적했다"고 썼다.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찍은 영화들만을 대상으로 상을 주는 것 자체가 포용적인 제스처가 아니라 더 큰 상을 받을 수 있는 경쟁을 막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생충'은 골든글로브에서 영어 대사가 전체 50%를 넘어야 한다는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작품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SNS에선 "자막을 읽기 싫어하는 미국인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등의 글들도 많이 올라왔다.

앞서 봉 감독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을 두고도 "국제적인 축제가 아니라 지역 축제"라고 일갈한 적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