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요리하는 인간'에게 필요한 7가지 식재료
전설적인 바람둥이 카사노바는 성관계를 맺기 전에 초콜릿 음료를 마셨다고 한다. 당시 초콜릿은 최음제로 여겨졌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가톨릭 국가에서는 금식 기간에 초콜릿 음료를 허용하느냐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1662년 교황 알렉산드르 7세가 “음료는 금식을 어기는 것이 아니다”고 선언한 뒤 초콜릿의 인기가 더 높아졌다고 한다. 초콜릿의 원재료인 카카오는 남아메리카 마야문명에서 종교의식에 쓰였고, 통화의 한 종류로도 사용됐다. 남아메리카를 정복한 스페인인들이 카카오를 유럽으로 가져왔다.

베스트셀러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레스토랑 1001》의 책임편집장을 맡았던 음식 칼럼니스트 제니 린포드는 저서 《호모 코쿠엔스의 음식이야기》에서 인류에게 중요한 7가지 식재료인 돼지고기, 꿀, 소금, 칠리, 쌀, 카카오, 토마토의 음식문화사를 소개한다. ‘요리하는 인간’이란 뜻의 호모 코쿠엔스는 요리가 다른 동물과 구분 짓는 인간의 특징이자 음식을 요리해 여러 명이 함께 먹을 때 만족이 더 커지는 사회적 유대의 표현이란 점에서 나온 용어다.

저자가 카카오 등 7가지 식재료를 선택한 이유는 이들 재료가 오늘날 많이 먹는 식재료 가운데 특히 역사적으로 정치, 경제, 종교, 문화적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들은 저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품고 있어 읽다 보면 인간이 얼마나 독창적이고 호기심이 많은지를 깨닫게 한다.

이들 식재료의 공통점도 있다. 처음에는 비싸고 사치품으로 여겨지다가 수세기 동안 인간의 창의성과 노력으로 가격이 저렴해져 대중화됐다는 점이다.

꿀은 인류 최초의 감미료다. 약 1만 년 전 동굴벽화에 꿀을 채집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효과 덕분에 오랜 기간 상처 치료제로 사용됐다. 봉급을 뜻하는 ‘샐러리’의 어원인 소금(salt)은 고대에 통화 역할을 했을 만큼 필수품이자 귀중품이었다.

이런 식재료들로 만들어진 말레이시아의 나시고랭(볶음밥), 북미의 브라우니(초콜릿 과자) 등 전통요리들의 레시피도 함께 소개한다. (강선웅·황혜전 옮김, 파라북스, 320쪽, 1만8000원)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