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천년 전 북극성 역할을 한 '용자리 알파'(α Dra)가 짝별과 서로 일식한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투반'(Thuban)으로도 알려진 용자리 알파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됐음에도 일식 현상이 여태껏 드러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 비행센터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 빌라노바대학의 안젤라 코초스카 박사는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미국천문학회(AAS) 235차 회의에서 용자리 알파의 일식 현상에 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코초스키 박사는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은 '어떻게 이걸 놓칠 수가 있었지?'였다"면서 "일식이 6시간만 진행되며 짧게 끝나 지상 관측만으로는 쉽게 놓쳤을 수도 있고, 별이 너무 밝아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감지기를 순식간에 포화 시켜 일식을 가렸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구에서 약 270광년 떨어진 용자리의 알파 별이 짝별과 함께 쌍성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은 알려져 있었지만 용자리 알파와 짝별이 상호 일식하는 것은 '외계행성 사냥꾼'이라는 별칭을 가진 '테스'(TESS) 위성이 수집한 자료를 확인한 뒤에야 드러났다.
별 앞을 지나는 행성이 가리는 별빛의 변화를 통해 행성의 존재를 찾아내는 테스는 미세한 별빛의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섹터를 나눠 27일씩 관찰하는데 이를 통해 용자리 알파의 일식을 포착해냈다.
코초스카 박사는 용자리 알파의 일식 현상을 지난 10월 논문으로 발표한 시드니대학 박사과정 연구원 다니엘 헤이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용자리 알파 쌍성계의 세부 사항을 확인 중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용자리 알파와 짝별이 태양~수성 거리를 약간 웃도는 약 6천100만㎞를 두고 51.4일 주기로 돌고 있다.
지구에서 볼 때 용자리 알파계의 궤도면이 3도 가량 높아 한쪽이 다른쪽 별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용자리 알파는 태양의 4.3배에 달하며 표면 온도는 9천700도로 태양보다 70% 더 뜨겁다.
짝별은 크기가 용자리 알파의 절반에 불과하며 밝기는 5분의 1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온도는 태양보다 40% 가량 더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용자리 알파는 첫째 별이라는 의미의 '알파' 명칭이 부여돼 있지만 밝기로는 용자리 별 중에서 네 번째다.
기원전 3942년부터 1793년까지 북극성 역할을 하면서 이집트 초기 피라미드 건설에 활용된 것으로 유명하다.
천구의 북극에 자리 잡고 있는 별을 지칭하는 북극성은 세차운동의 영향으로 지구의 자전축이 2만5천770년 주기로 움직이면서 바뀌어 왔는데, 현재는 작은곰자리의 알파별 '폴라리스'가 북극성 역할을 하고 있다.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의 테스 프로젝트 담당 과학자 패디 보이는 "널리 알려져 있고, 밝고,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별에서 일식현상을 발견한 것은 테스가 천문학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고도로 정밀하게 연속 관측된 테스의 자료는 이전에 달성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별의 특성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