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중동에 병력 보내길 희망"…한미일 안보 고위급협의서도 압박 가능성
이란 "美반격 가담하면 공격 목표"…한국상선 위협시 美와 별도로 움직일 수도
美는 '동참 압박'·이란은 "가담시 표적"…호르무즈 파병 딜레마
미국과 이란 간 전면전 위협이 고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둘러싼 정부의 딜레마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미국은 주한 대사가 나서 한국을 향해 "파병을 원한다"며 요청을 공식화하고 있지만, 이란은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그들도 공격 목표라고 경고하고 나서 한국의 선택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7일 방송된 KBS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면서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길 희망한다"고 말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 고위급협의에서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더욱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이 회의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참석할 예정으로, 북핵 공조와 함께 중동에서의 군사 협력 방안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미국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요구를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일본은 이미 자국 선박 안전확보를 위해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를 중동 해역에 파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미국의 압박은 한국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美는 '동참 압박'·이란은 "가담시 표적"…호르무즈 파병 딜레마
한국도 당초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 수행 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 간 전운이 고조되면서 자칫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보다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류가 돌아섰다.

더구나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미군이 주둔하는 이라크 군기지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낸 성명에서 "미국의 우방은 우리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미국의 반격에 가담하면 그들의 영토가 우리의 공격 목표가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하이파 등을 예로 들었다.

만약 한국이 미국의 요청으로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에 동참한다면 이란의 공격 목표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면서 "중동 정세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에 대한 기여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도 일본처럼 미국과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한국 선박 보호를 위해 청해부대가 출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한국 선박의 자유로운 운행이 위협받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청해부대가 즉각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 루트로, 사실상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의 하나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 이상도 이곳을 통해 공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