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산업계 '축적의 시간' 대학 육성에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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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가 인류 첫 비행 가능케 했듯이
'경험 지식' 쌓이면 혁신의 문 열릴 수도
기업 노하우 활용하는 산학협력 강화해야
장영재 KAIST 교수·산업 및 시스템공학
'경험 지식' 쌓이면 혁신의 문 열릴 수도
기업 노하우 활용하는 산학협력 강화해야
장영재 KAIST 교수·산업 및 시스템공학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 철강산업…. 현재 글로벌 1위이거나 과거 10년 이상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했던 우리나라 산업이다. 하지만 반도체 관련 연구를 하거나 조선업 관련 기술을 공부하러 한국에 유학 오는 외국인을 많이 본 적은 없다. 바이오 산업의 메카인 미국 케임브리지에 바이오공학 부동의 1위인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있고, 정보기술(IT)산업 중심인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퍼드대가 있다. 그러나 경기도에 세계 학계가 인정하는 반도체 분야 대표 대학이, 거제도에 세계적인 조선공학 대학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국가 산업과 학계 전략이 서로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해볼 만하다.
기술 혁신과 과학적 이론의 관계를 설명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가 라이트 형제와 랭글리 박사의 비행기 개발 경쟁이다. 라이트 형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의외로 이들의 본업이 자전거 제작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라이트 형제의 성공 비결은 당대 주류 공학자들이 품고 있던 안정된 구조를 가진 비행체 설계를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사람이 끊임없이 조종하며 안정을 유지하는 개념의 비행기 설계에 있다.
라이트 형제와 대조적으로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랭글리 박사는 당대 물리학 이론을 기초로 비행기를 설계했다. 항공역학이 정립되지 않은 시점에서 제한된 이론으로 비행기를 제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라이트 형제의 50배에 이르는 연구비와 정부 기관의 지원을 바탕으로 비행기를 제작했지만 두 차례 유인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기술 혁신이란 관점에서 라이트 형제와 랭글리 박사의 사례를 연구한 칼 베레터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 따르면, 기술을 완성할 수 있는 이론인 ‘원리적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수많은 실험과 경험을 통해 체득한 통찰력, 즉 ‘경험적 지식’으로 기술 혁신이 가능하다.
비행체에 대한 원리적 이론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론에만 집착한 랭글리 박사에 비해 라이트 형제는 몸소 미완의 비행체를 직접 조종하며 1000번이 넘는 실험과 실패를 통해 부족한 이론의 빈자리를 경험적 지식으로 채웠다. 이것이 ‘축적의 시간’이다.
이론이 정립된 뒤 이를 바탕으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기술 혁신이 새로운 학문의 장을 여는 경우가 많다. 라이트 형제의 유인 동력비행 성공이라는 기술 혁신 후 항공학이 급속하게 발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일본과의 통상 마찰로 이슈가 된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도 원리적 지식이 완벽히 정립되지 않은 분야다. 하지만 이 분야의 강소 기업들은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로 이론의 빈자리를 채우고, 결국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달성했다.
특히 고품질의 대량생산을 추구하는 제조업에서는 설계, 제조, 운영 분야의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조 산업들은 과거 외국 기업 노하우를 벤치마킹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이후 우리 환경에 맞는 한국형 제조기술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글로벌 1위가 가능했다.
기업이 망해도 산업은 유지되는 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을 ‘제도화’하는 산학협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산학협력이라 하면 학계의 원리적 지식을 산업계로 전수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이는 암묵적으로 학계가 상위 지식을 가지고 산업계에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역으로 산업계에서 축적의 시간으로 이룩한 경험적 지식과 기술 혁신을 학계로 유입해 새로운 학문의 발전과 학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아쉽게도 우리 학계 문화는 기술장이들로 표현되는 산업계의 지식이 학계의 지식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글로벌 1위인 기업은 있어도 글로벌 1위인 대학은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런 인식은 폐기돼야 마땅하다.
우리나라 기업이 경험을 통해 축적한 기술을 학계 제도권으로 편입,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글로벌 대학을 육성하는 정책을 고려해볼 수 있다. 산업계도 경험의 지식을 학계와 함께 체계화해 제조 기반 지식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산업계와 학계, 정책이 엇박자 없이 윈윈할 수 있는 전략과 기술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기술 혁신과 과학적 이론의 관계를 설명할 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례가 라이트 형제와 랭글리 박사의 비행기 개발 경쟁이다. 라이트 형제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의외로 이들의 본업이 자전거 제작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라이트 형제의 성공 비결은 당대 주류 공학자들이 품고 있던 안정된 구조를 가진 비행체 설계를 과감히 포기하고, 대신 사람이 끊임없이 조종하며 안정을 유지하는 개념의 비행기 설계에 있다.
라이트 형제와 대조적으로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랭글리 박사는 당대 물리학 이론을 기초로 비행기를 설계했다. 항공역학이 정립되지 않은 시점에서 제한된 이론으로 비행기를 제작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라이트 형제의 50배에 이르는 연구비와 정부 기관의 지원을 바탕으로 비행기를 제작했지만 두 차례 유인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기술 혁신이란 관점에서 라이트 형제와 랭글리 박사의 사례를 연구한 칼 베레터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 따르면, 기술을 완성할 수 있는 이론인 ‘원리적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수많은 실험과 경험을 통해 체득한 통찰력, 즉 ‘경험적 지식’으로 기술 혁신이 가능하다.
비행체에 대한 원리적 이론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론에만 집착한 랭글리 박사에 비해 라이트 형제는 몸소 미완의 비행체를 직접 조종하며 1000번이 넘는 실험과 실패를 통해 부족한 이론의 빈자리를 경험적 지식으로 채웠다. 이것이 ‘축적의 시간’이다.
이론이 정립된 뒤 이를 바탕으로 기술 혁신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기술 혁신이 새로운 학문의 장을 여는 경우가 많다. 라이트 형제의 유인 동력비행 성공이라는 기술 혁신 후 항공학이 급속하게 발전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일본과의 통상 마찰로 이슈가 된 반도체 소재부품 산업도 원리적 지식이 완벽히 정립되지 않은 분야다. 하지만 이 분야의 강소 기업들은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로 이론의 빈자리를 채우고, 결국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달성했다.
특히 고품질의 대량생산을 추구하는 제조업에서는 설계, 제조, 운영 분야의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제조 산업들은 과거 외국 기업 노하우를 벤치마킹해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이후 우리 환경에 맞는 한국형 제조기술 완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에 글로벌 1위가 가능했다.
기업이 망해도 산업은 유지되는 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을 ‘제도화’하는 산학협력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산학협력이라 하면 학계의 원리적 지식을 산업계로 전수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이는 암묵적으로 학계가 상위 지식을 가지고 산업계에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의미를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역으로 산업계에서 축적의 시간으로 이룩한 경험적 지식과 기술 혁신을 학계로 유입해 새로운 학문의 발전과 학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아쉽게도 우리 학계 문화는 기술장이들로 표현되는 산업계의 지식이 학계의 지식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글로벌 1위인 기업은 있어도 글로벌 1위인 대학은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런 인식은 폐기돼야 마땅하다.
우리나라 기업이 경험을 통해 축적한 기술을 학계 제도권으로 편입, 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글로벌 대학을 육성하는 정책을 고려해볼 수 있다. 산업계도 경험의 지식을 학계와 함께 체계화해 제조 기반 지식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산업계와 학계, 정책이 엇박자 없이 윈윈할 수 있는 전략과 기술에 대한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