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의 ‘기술 올림픽’이 한창이다. 7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 행사장에 마련된 스타트업 전시관 ‘유레카파크’가 메인 스타디움이다.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이스라엘 등의 국가관들이 자국 스타트업을 한데 모아 놓고 기술력을 뽐냈다. 프랑스는 ‘라 프렌치 테크’, 네덜란드는 ‘홀란드 테크 스퀘어’, 일본은 ‘제이 스타트업’이라는 단일 브랜드를 내건 대형 전시관을 차렸다.

국가별로 유레카파크에 별도의 전시관을 만드는 것은 스타트업이 CES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CES는 전통적으로 대기업의 경연장이었으나 2~3년 전부터 스타트업이 몰려 있는 유레카파크 쪽으로 관심이 넘어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대기업들이 ‘오늘’의 기업이라면 유레카파크의 스타트업은 혁신 기술과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내일’의 기업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국가 브랜드를 등에 업는 것은 스타트업에도 도움이 된다. 많은 부스를 한꺼번에 예약하기 때문에 자리 배치에서 우선권을 얻을 수 있다. 프랑스 국가관은 유레카파크 입구에서 코닿을 거리였다. 화려하게 꾸며진 국가관 안에선 ‘무명 선수’도 빛이 난다. 하나의 팀이라는 이유로 한 번 더 찾게 돼 홍보 효과가 높다.

아쉬운 점은 유레카파크에 한국의 국가대표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 스타트업(179개)은 미국(320개), 프랑스(207개) 다음으로 많았지만 네덜란드(53개)보다도 눈에 덜 띄었다. KOTRA, 서울시, 성남산업진흥원, 경기콘텐츠진흥원 등 각기 다른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한 전시관이 깨진 도자기 조각처럼 분산돼 있었기 때문이다. 유레카파크를 찾은 한 관람객은 “프랑스와 네덜란드 스타트업은 쉽게 찾아서 구경할 수 있었지만, 한국 스타트업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선수 개개인이 아무리 뛰어나도 감독이 무능하면 오합지졸이 된다. 정부와 지자체가 스타트업을 ‘똑똑하게’ 지원하지 않으면 혈세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라스베이거스=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