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가전·IT 업체가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올해도 역시 '라스베이거스의 모터쇼'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았다.

개막날인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는 완성차 제조업에서 벗어나 변신을 꾀하는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전장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전·IT 업체의 모빌리티 향연이 펼쳐졌다.

◇ 車업체, 업종 경계 넘나들며 모빌리티 기업으로 변신
자동차 관련 업체들은 자동차보다 더 큰 그림을 들고 왔다.

모빌리티(이동성)와 여기에서 파생되는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라는 설명이 더 적절해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CES에서 자동차 대신 개인용 비행체(PAV)를 들고 왔다.

PAV를 기반으로 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허브(모빌리티 환승거점)를 미래 대도시 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내놨다.
도요타는 일본 후지산 주변에 70만8천㎡ 규모의 스마트 시티 '우븐 시티'(Woven City)를 내년 초 착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살아있는 실험실'로 구상된 우븐 시티는 자율주행차와 로봇, 퍼스널 모빌리티, 스마트홈,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현실 환경에서 실증하는 기능을 한다.

올라 칼레니우스 다임러 AG 및 메르세데스-벤츠 AG 이사회 의장은 6일(현지시간) 'CES 2020' 기조연설에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 영감을 얻은 자율주행 콘셉트카 '비전 AVTR'을 공개했다.

이는 '지속 가능한 모던 럭셔리'를 재정의하는 동시에, 지속가능한 모빌리티를 달성하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목표를 상징한다고 벤츠는 전했다.
아우디의 자율주행차 'AI:ME'는 교감하는 모빌리티 파트너이자 집도 직장도 아닌 제3의 생활 공간'으로 구상됐다.

탑승자는 시선 추적 기능을 통해 차량과 직관적으로 소통하고 VR(가상현실) 고글을 쓰면 가상 비행을 즐길 수 있다.

BMW는 고급스러운 이동성이 차량 크기와 상관이 없음을 보여주는 i3 어반 스위트 모델을 선보였다.

i3 어반 스위트는 차량 실내를 편안한 호텔 같은 느낌으로 꾸몄고 탑승객은 이동 중에 천장에서 내려오는 스크린, 개인용 사운드 구역 등을 활용해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 전자업계가 꿈꾸는 연결의 모빌리티…소니는 전기차 공개
전자 업계도 모빌리티에 뛰어들고 있다.

가전은 사물인터넷(IoT), 부품은 서비스의 확장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어디서든 내 집처럼'을 주제로 LG 씽큐 존을 꾸미며 '커넥티드카 존'을 별도로 설치했다.

집에서 이동수단으로까지 이어지는 인공지능(AI) 경험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커넥티드카 존에는 소형 의류관리기와 냉장고를 비롯해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대형 화면이 설치된 미래형 자율주행차가 전시됐다.

또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룩소프트와의 모빌리티 합작사 설립을 발표하는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는 5세대 이동통신(5G)로 연결된 모빌리티의 미래를 전시했다.

가장 강조된 건 세계 최초로 5G 기술을 적용한 TCU(차량용 통신 장비) 기술이었다.

5G 기술이 적용된 TCU는 수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차량에 제공하고 다양한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이밖에 이번 CES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전통적인 전자업체인 일본 소니의 전기차 '비전-S'였다.
차 안팎의 33개 센서로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전 좌석 와이드스크린 디스플레이와 정교한 오디오, 커넥티비티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이는 소니의 이미지 센서가 얼마나 열에 잘 버티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콘셉트카로 아직 출시 계획은 없다.

배터리 회사인 SK이노베이션도 미래 전기차 비전인 'SK 인사이드'를 공개했다.

핵심 배터리 기술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를 모형으로 만들어 전시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말하는 'e-모빌리티' 분야 성장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SKC는 미래 모빌리티 소재의 핵심으로 꼽히는 배터리 음극재 동박, 차량 경량화 소재인 PCT 필름, 디스플레이 소재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 차량 내장재용 친환경 폴리우레탄 등을 CES에 소개했다.

◇ IT업계도 미래 먹거리로 '모빌리티' 지목
SK텔레콤도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모빌리티'를 지목했다.

전시 부스에 자사와 글로벌 전장기업 파이오니아 스마트 센싱 이노베이션즈(PSSI)가 개발한 차세대 단일 광자 라이다를 전시했다.

라이다(LiDAR)는 레이저를 목표물에 비춰 사물과의 거리 및 다양한 물성을 감지하고 이를 3D 영상으로 모델링하는 기술이다.

자율주행차의 '눈'과 같은 핵심 역할을 한다.

SK텔레콤은 또 T맵, 인공지능 '누구', 음원 서비스 '플로', OTT 서비스 '웨이브' 등 다양한 자사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을 구현했다.

SK텔레콤은 7일(현지시간) 전기차 업체 바이톤과 국내 출시 차량에 이 같은 IVI를 공급하기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종호 SK텔레콤 모빌리티사업단장은 "자동차가 스마트 디바이스로 되어가는 과정에서 시장 니즈에 맞춰 지속해서 기회를 살피고 있다"며 "T맵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을 발전 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용 칩셋 업체인 퀄컴은 자율주행 전용 플랫폼인 '스냅드래곤 라이드'를 공개하며 모빌리티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 플랫폼은 퀄컴은 "올해 상반기 중 자동차 제조업체 및 티어1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스냅드래곤 라이드 사전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스냅드래곤 라이드가 적용된 차량은 2023년에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