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8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전격 발표했다. 정권을 향한 수사를 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들은 사실상 모두 유배‧좌천됐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으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전보됐다. 강남일 대검 차장은 대전고검장으로, 이두봉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대전지검장으로 이동한다.

심지어 추 장관은 검찰청법에 명시된 '검찰총장 의견수렴' 절차까지 생략하고 인사를 강행했다.

당장 야권은 수사방해를 목적으로 한 권한남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도 논평을 통해 "법무부의 검찰인사가 지나치다"며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선 '예상보다 너무 강도가 센 인사'라며 여권이 여론 눈치는 보지 않고 지지층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이 불과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여권이 검찰 인사를 밀어붙인 것은 높은 지지율과 야권이 분열된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부터 현 정권과 관련한 각종 수사가 시작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지지율 1위를 뺏긴 적이 없다.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1(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대안신당)'이 예산안과 선거법, 공수처법 등을 강행처리해도 여론에 큰 변화는 없었다. 이에 자신감이 생긴 여권이 일방독주를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현 정권의 행태가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한국당에서는 "우리가 정권을 잡았을 때도 저렇게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향후 정권이 바뀌더라도 현 정권 사례를 들며 일방독주식 정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한 한국당 인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이 친정이었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당 지도부가 직권상정을 요구해도 거절하며 중립을 지켰다. 이제 이런 장면은 우리나라 국회에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