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美의 '차이나 드림'과 시진핑의 '중국몽'은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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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통상 전문가 안세영 교수
위대한 중국은 없다
'中이 WTO 가입하면
자유민주주의國 될 것'
위대한 중국은 없다
'中이 WTO 가입하면
자유민주주의國 될 것'
“2001년에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반대했습니다. 시장경제국이 아니어서 자격이 없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미국은 순진한 ‘차이나 드림’을 품고 중국의 진입을 찬성했습니다. 자유무역으로 중국의 경제가 번성하면 자연스럽게 자유무역체제의 질서에 편입할 거라 기대했죠.”
중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 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작 내민 건 2050년에 세계 1위의 경제, 군사 대국이 되겠다는 ‘중국몽’이었다. 지난 7일 만난 안세영 성균관대 국제협상전공 특임교수(67)는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동상이몽’을 한 셈”이라며 “미국은 너무 낭만적인 꿈을 꿨고 중국은 신의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의 WTO 가입을 지지하면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궁극적으로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옛 소련에 이어 중국마저 탈공산화시킬 수 있다고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 교수는 ‘중국 예외주의’에 빠진 공산당의 오만은 역사 왜곡과 영토 팽창욕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중국은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를 쓴 이유다. 서울대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한 안 교수는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을 거쳐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위원,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국제 협상 및 통상 전문가로 중국을 자주 오가던 그는 중국의 야욕과 교만이 지도층에서 일반으로 퍼지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런 중국의 오만에 우리가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중 관계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5년 전부터 집필을 준비하면서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프랑스와 몽골, 터키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된 자료를 두루 찾아봤다. 역사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책은 천하의 중심인 ‘중원’과 주변의 ‘속국’으로 이분하는 중화사상을 한국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변하고 있는 중국의 실체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는다.
2017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시 주석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 교수는 이를 ‘망언’이라 했다. 그는 “시 주석이 ‘위대한 중국’을 외칠 때 우리는 냉정하게 ‘진짜 중국’을 바라봐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중 관계를 새롭게 조명해 우리 민족과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한·중 양자관계를 넘어 삼각관계로 그린다. 한족 왕조를 기반으로 한 중원과 몽골, 만주 등 북방 몽골리안, 그리고 고려와 조선이 있었던 한반도다. 고구려의 안시성 싸움이나 고려의 귀주대첩 등을 예로 들어 중원이 천하의 중심이 아니며, 한반도는 속국이 아니라 중국과 ‘군사동맹국’ 관계였음을 보여준다.
현재진행형인 미·중 갈등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안 교수는 “1차 합의엔 도달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힘겨루기는 오래갈 것”이라며 “관세전쟁이 아니라 패권전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단은 무역협정이지만 다음 단계에선 미국이 정부 주도형 산업발전정책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국가 발전 시스템 자체에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국은 해외 투자를 받아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거듭나면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 안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한 국제 생산 분업체제가 무너지면 결국 중국이 ‘지는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치적 갈등이 있는 곳에선 투자금이 빠져나간다”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지면 체제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책에선 2050년이 돼도 중국이 미국을 제칠 수 없는 이유를 추가로 제시한다. 중국이 군비 확장에 퍼붓는 달러는 대부분 미국에서 흘러나온 돈이라는 점, 미국에 비해 동맹국이 적고 다른 나라들이 동조할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지 못한다는 점도 들었다.
안 교수는 “한국은 중국에 굴복하지 않고 ‘미들 파워 국가’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국제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창조적 인적 자본’이기 때문이다. 창의는 다양성이란 토양에서 뿌리를 내리고, 다양성은 민주사회에서 다져진다. 안 교수는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민주화를 하지 않고 선진화에 성공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안세영 지음, 한국경제신문, 232쪽, 1만5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중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 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정작 내민 건 2050년에 세계 1위의 경제, 군사 대국이 되겠다는 ‘중국몽’이었다. 지난 7일 만난 안세영 성균관대 국제협상전공 특임교수(67)는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동상이몽’을 한 셈”이라며 “미국은 너무 낭만적인 꿈을 꿨고 중국은 신의를 저버렸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의 WTO 가입을 지지하면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궁극적으로 중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옛 소련에 이어 중국마저 탈공산화시킬 수 있다고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안 교수는 ‘중국 예외주의’에 빠진 공산당의 오만은 역사 왜곡과 영토 팽창욕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가 《중국은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를 쓴 이유다. 서울대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한 안 교수는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을 거쳐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위원회 위원, 서강대 국제대학원장 등을 지냈다.
국제 협상 및 통상 전문가로 중국을 자주 오가던 그는 중국의 야욕과 교만이 지도층에서 일반으로 퍼지고 있음을 감지했다. 이런 중국의 오만에 우리가 잘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중 관계를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5년 전부터 집필을 준비하면서 한국과 중국뿐 아니라 프랑스와 몽골, 터키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된 자료를 두루 찾아봤다. 역사학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책은 천하의 중심인 ‘중원’과 주변의 ‘속국’으로 이분하는 중화사상을 한국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변하고 있는 중국의 실체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는다.
2017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시 주석이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 교수는 이를 ‘망언’이라 했다. 그는 “시 주석이 ‘위대한 중국’을 외칠 때 우리는 냉정하게 ‘진짜 중국’을 바라봐야 한다”며 “이를 기반으로 한·중 관계를 새롭게 조명해 우리 민족과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한·중 양자관계를 넘어 삼각관계로 그린다. 한족 왕조를 기반으로 한 중원과 몽골, 만주 등 북방 몽골리안, 그리고 고려와 조선이 있었던 한반도다. 고구려의 안시성 싸움이나 고려의 귀주대첩 등을 예로 들어 중원이 천하의 중심이 아니며, 한반도는 속국이 아니라 중국과 ‘군사동맹국’ 관계였음을 보여준다.
현재진행형인 미·중 갈등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안 교수는 “1차 합의엔 도달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힘겨루기는 오래갈 것”이라며 “관세전쟁이 아니라 패권전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단은 무역협정이지만 다음 단계에선 미국이 정부 주도형 산업발전정책을 기반으로 한 중국의 국가 발전 시스템 자체에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중국은 해외 투자를 받아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거듭나면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 안 교수는 이를 기반으로 한 국제 생산 분업체제가 무너지면 결국 중국이 ‘지는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정치적 갈등이 있는 곳에선 투자금이 빠져나간다”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지면 체제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책에선 2050년이 돼도 중국이 미국을 제칠 수 없는 이유를 추가로 제시한다. 중국이 군비 확장에 퍼붓는 달러는 대부분 미국에서 흘러나온 돈이라는 점, 미국에 비해 동맹국이 적고 다른 나라들이 동조할 ‘보편적 가치’를 내세우지 못한다는 점도 들었다.
안 교수는 “한국은 중국에 굴복하지 않고 ‘미들 파워 국가’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 국제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창조적 인적 자본’이기 때문이다. 창의는 다양성이란 토양에서 뿌리를 내리고, 다양성은 민주사회에서 다져진다. 안 교수는 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민주화를 하지 않고 선진화에 성공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다.” (안세영 지음, 한국경제신문, 232쪽, 1만5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