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지나도 훼손되지 않는 디지털콘텐츠…중고 거래하면 불법? 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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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서 엇갈린 판결로 이목집중
유럽사법재판소 "전자책은 안돼"
프랑스 법원 "게임은 가능"
유럽사법재판소 "전자책은 안돼"
프랑스 법원 "게임은 가능"
게임과 음원, 전자책 같은 디지털 콘텐츠도 중고거래가 가능할까. 최근 유럽에선 엇갈리는 판결이 나왔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전자책 중고거래는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프랑스 법원은 게임의 중고거래를 막는 것은 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국내 관련 업계에서도 화제가 됐다. 판결을 내린 논리가 향후 국내 디지털 콘텐츠 중고거래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EU “전자책 중고거래는 불법”
유럽연합(EU)의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달 네덜란드의 중고 전자책 거래 중개업체 ‘톰 캐비넷’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놨다. 톰 캐비넷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방식으로 전자책 중고거래를 돕는 사업을 해왔다. 전자책을 재판매(중고거래)한 판매자는 갖고 있던 전자책을 삭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출판사들은 이런 방식이 저작권법을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출판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톰 캐비넷의 중고거래 방식으로는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에서 전자책을 송신했기 때문에 저작권법(공중송신권)을 침해했다는 설명이다. 유럽사법재판소는 또 “권리 소진의 원칙은 애초에 종이책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많이 읽힐수록 훼손되는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은 시간이 지나도 훼손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판결로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중고거래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파리 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미국 게임사 밸브가 운영하는 글로벌 게임 유통 서비스인 스팀이 이용자의 게임 재판매를 막는 약관이 불법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같은 디지털 콘텐츠 중고거래를 두고 파리 지방법원은 합법이라는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해당 소송은 프랑스의 한 소비자단체가 ‘게임 중고거래 금지’ 등 스팀의 일부 조항이 소비자 권리를 해친다며 밸브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재판부는 “디지털 게임 재판매를 금지하는 조항은 ‘유럽연합(EU) 내 상품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국내에도 영향 미칠까
국내 디지털 콘텐츠업계 방침은 네덜란드의 출판사 및 밸브와 비슷하다. 대부분 이용자 약관을 통해 재판매를 막고 있다. 온라인 음원 서비스업체들은 중고거래를 ‘회사의 서비스 정보를 이용해 얻은 정보를 회사의 사전 승낙 없이 복제 또는 유통시키는 행위’로 본다. 음악 MP3 파일 재판매는 불법 복제라는 얘기다.
게임과 전자책 관련 디지털 콘텐츠 제공업자들은 보통 이용자 계정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자책 한 권 등 개별 판매는 불가능한 구조다. 소비자가 중고거래를 하려면 본인의 계정을 팔아야 한다. 역시 약관에서 금지하는 행위다. 하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 등에서는 게임 계정, 전자책 계정 등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중고거래가 원칙적으로는 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임보경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용자가 음원이나 전자책을 팔면서 자신이 가진 관련 디지털 정보를 완전 삭제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콘텐츠 제공업자가 이용자의 중고거래를 막는 조항이 오히려 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있다. 밸브 소송 건처럼 소비자의 권한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 중고거래가 허용되면 제품 판매가 아닌, 대여 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나 왓챠처럼 월정액을 받고 여러 콘텐츠를 즐기는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다는 분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U “전자책 중고거래는 불법”
유럽연합(EU)의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달 네덜란드의 중고 전자책 거래 중개업체 ‘톰 캐비넷’이 저작권법을 위반했다는 판결을 내놨다. 톰 캐비넷은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방식으로 전자책 중고거래를 돕는 사업을 해왔다. 전자책을 재판매(중고거래)한 판매자는 갖고 있던 전자책을 삭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출판사들은 이런 방식이 저작권법을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출판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톰 캐비넷의 중고거래 방식으로는 권리 소진의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에서 전자책을 송신했기 때문에 저작권법(공중송신권)을 침해했다는 설명이다. 유럽사법재판소는 또 “권리 소진의 원칙은 애초에 종이책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많이 읽힐수록 훼손되는 종이책과 달리 전자책은 시간이 지나도 훼손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판결로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중고거래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앞서 파리 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미국 게임사 밸브가 운영하는 글로벌 게임 유통 서비스인 스팀이 이용자의 게임 재판매를 막는 약관이 불법이라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같은 디지털 콘텐츠 중고거래를 두고 파리 지방법원은 합법이라는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해당 소송은 프랑스의 한 소비자단체가 ‘게임 중고거래 금지’ 등 스팀의 일부 조항이 소비자 권리를 해친다며 밸브를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재판부는 “디지털 게임 재판매를 금지하는 조항은 ‘유럽연합(EU) 내 상품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국내에도 영향 미칠까
국내 디지털 콘텐츠업계 방침은 네덜란드의 출판사 및 밸브와 비슷하다. 대부분 이용자 약관을 통해 재판매를 막고 있다. 온라인 음원 서비스업체들은 중고거래를 ‘회사의 서비스 정보를 이용해 얻은 정보를 회사의 사전 승낙 없이 복제 또는 유통시키는 행위’로 본다. 음악 MP3 파일 재판매는 불법 복제라는 얘기다.
게임과 전자책 관련 디지털 콘텐츠 제공업자들은 보통 이용자 계정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자책 한 권 등 개별 판매는 불가능한 구조다. 소비자가 중고거래를 하려면 본인의 계정을 팔아야 한다. 역시 약관에서 금지하는 행위다. 하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인 ‘중고나라’ 등에서는 게임 계정, 전자책 계정 등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중고거래가 원칙적으로는 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임보경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용자가 음원이나 전자책을 팔면서 자신이 가진 관련 디지털 정보를 완전 삭제하는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콘텐츠 제공업자가 이용자의 중고거래를 막는 조항이 오히려 법 위반이라는 주장도 있다. 밸브 소송 건처럼 소비자의 권한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 중고거래가 허용되면 제품 판매가 아닌, 대여 방식이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나 왓챠처럼 월정액을 받고 여러 콘텐츠를 즐기는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지 않으면 생존이 힘들다는 분석이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