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0] "AI 시대 주도하려면 '혁신·협업·속도' 한국형 성공 방정식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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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 KAIST 특별취재단
CES 방담회
CES 방담회
한국경제신문은 인공지능(AI)이 가장 큰 화두였던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을 심층보도하기 위해 국내 AI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KAIST와 함께 특별취재단을 꾸렸다. 총 27명으로 구성해 수많은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석학들을 인터뷰했다. 또 AI를 폭넓게 활용하는 국내외 대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신기술과 신제품을 살펴봤다. 이를 통해 한계에 직면한 한국 기업들이 AI로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8일(현지시간) 방담회를 열었다. KAIST에선 신성철 총장과 5명의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한국경제신문에선 차병석 편집국장을 포함해 9명이 함께했다.
▷차병석 국장(사회)=CES 2020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이 뭔가요.
▷신성철 총장=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눈이 정말 반짝반짝하더군요. CES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가와 기업 간 총성 없는 전쟁터 같았습니다.
▷최성율 부학장=1등과 1등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무라타와 모바일 운영체제(OS) 1위인 구글이 협업해 지능형 반도체(TPU)를 개발해 시연했습니다. 융합은 각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업체들이 만나야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전체적으로 올해 CES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요.
▷문재균 학부장=세 가지 단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센서화입니다. 센서가 모든 기기를 지배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둘째는 단순 연결을 넘은 초연결입니다. 셋째는 AI입니다. 이 세 가지가 융합됐습니다. 센서로 데이터를 취득한 뒤 초연결을 통해 취합하고 AI로 분석하는 것이죠.
▷박경수 교수=‘CES 2018’의 키워드도 AI였습니다. 당시엔 신기함을 강조하는 전시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바로 쓸 수 있는 상업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이관우 레저스포츠산업부장=전자와 자동차 분야에선 AI가 폭넓게 사용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다른 분야에서도 그런가요.
▷신 총장=생각보다 더딘 게 의료 분야입니다. AI를 응용한 바이오 분야는 초기 단계입니다. 이 분야는 전자시장보다 10배나 큰 블루오션입니다.
▷사회=이번에 제가 느낀 변화는 제조업의 서비스화였습니다. 현대자동차 전시장에 자동차가 없었습니다. 현대차는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라고 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업의 본질을 잘 재해석해 어떻게 서비스화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됐습니다.
▷안현실 전문위원=그런데 한국의 서비스 생산성은 미국의 50%도 안 됩니다. 생산성을 올릴 가능성과 필요성이 그만큼 큽니다.
▷문 학부장=제조업체가 서비스 중심으로 바뀐다고 해도 전통 제조업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생산은 하는데 그 물건을 서비스로 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홍열 IT과학부장=‘스타트업 왕국’ 이스라엘에선 AI 기업들의 M&A가 활발합니다. 그리고 그 인수자금이 이스라엘에 남아 선순환이 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제도적으로 이 같은 생태계를 막고 있습니다. ▷사회=해결책이 뭘까요.
▷신 총장=대기업 중심에서 스타트업 중심의 경제로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융합형 AI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하드웨어를 전공했지만 소프트웨어도 이해하는 인력이 필요합니다. AI 전문가와 특허 수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김태완 지식사회부장=융합형 인재나 AI 인재가 갑자기 부족해진 것도 아닐 텐데요.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나요.
▷제민규 부교수=지금은 AI 인재가 환영받지만 ‘AI의 겨울’도 있었습니다. KAIST에도 1980년대부터 AI를 연구한 교수가 있었는데 푸대접받았습니다. 누군가가 꾸준히 AI를 연구하고 고도화할 필요가 있었는데 여러 이유로 단절된 겁니다.
▷안재석 금융부장=AI가 뜬다고 하니까 자식들이 그 분야를 전공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많습니다. 자식을 융합형 인재로 키우려면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해야 하나요.
▷원유집 ICT석좌교수=외국에선 수학을 공부하다 법학을 하고 의학을 공부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문과와 이과로 나누고 대학에도 두꺼운 칸막이가 있습니다. 대학 학부에선 하나를 전공하더라도 대학원에선 여러 개를 전공해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박 교수=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자녀를 들들 볶지 말고 그냥 놔둬야 합니다. 우리 모두 내버려둡시다. 생각하다 걷고, 잠시 고민하고 사색하게 해야 합니다.
▷유병연 마켓인사이트부장=결국 핵심기술과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나라가 승리합니다. 우리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원천기술 확보에 더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원 석좌교수=이스라엘엔 노벨상 수상자가 많습니다. 이유는 일본과 비슷합니다. 한 분야를 열심히 하면 굉장히 존경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한국은 추격자 습성이 오래 배어 있어 전형적인 ‘동네축구’를 합니다. 동네축구로 세계 1위를 하려면 몸이 망가집니다. 잠 안 자고 몸으로 버텨 잠시 1위를 해도 일류는 될 수 없습니다.
▷제 부교수=AI에 들어오는 돈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는 다른 분야 투자액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AI 투자액을 늘립니다.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AI에 투자하면 다른 분야가 설움을 받습니다. 제가 통신네트워크 전공인데 요즘에 지원이 확 줄었습니다.
▷사회=5세대(5G) 이동통신을 연구하는 네트워크가 그 정도면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겠네요.
▷이건호 산업부장=모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AI 수준이 형편없다고 혹평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 기업끼리 빨리 제휴하고 연합군을 구성해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 부학장=우리 대기업들은 외국 기업하고는 잘합니다. 그런데 국내 기업끼리는 하지 않습니다. 한국 국회에서 여야가 손잡기 힘든 것처럼 말이죠.
▷김용준 생활경제부장=기업들이 AI를 연구하고 응용하려고 합니다. 이런 AI 시대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신 총장=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충분히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우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매우 강합니다. 그리고 제조업 강국입니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전 국민적으로 관심이 높습니다.
▷사회=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 총장=우선은 혁신해야 합니다. 인재를 양성하고 교육을 개혁해야 합니다. 둘째는 협업입니다.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정부, 산·학·관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셋째가 속도입니다. 규제를 속도감 있게 개혁해야 하는 거죠. 이것만 하면 한국형 성공 방정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정인설/고재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
▷차병석 국장(사회)=CES 2020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이 뭔가요.
▷신성철 총장=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눈이 정말 반짝반짝하더군요. CES는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가와 기업 간 총성 없는 전쟁터 같았습니다.
▷최성율 부학장=1등과 1등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세계 1위 업체인 일본 무라타와 모바일 운영체제(OS) 1위인 구글이 협업해 지능형 반도체(TPU)를 개발해 시연했습니다. 융합은 각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업체들이 만나야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전체적으로 올해 CES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요.
▷문재균 학부장=세 가지 단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센서화입니다. 센서가 모든 기기를 지배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둘째는 단순 연결을 넘은 초연결입니다. 셋째는 AI입니다. 이 세 가지가 융합됐습니다. 센서로 데이터를 취득한 뒤 초연결을 통해 취합하고 AI로 분석하는 것이죠.
▷박경수 교수=‘CES 2018’의 키워드도 AI였습니다. 당시엔 신기함을 강조하는 전시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바로 쓸 수 있는 상업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이관우 레저스포츠산업부장=전자와 자동차 분야에선 AI가 폭넓게 사용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다른 분야에서도 그런가요.
▷신 총장=생각보다 더딘 게 의료 분야입니다. AI를 응용한 바이오 분야는 초기 단계입니다. 이 분야는 전자시장보다 10배나 큰 블루오션입니다.
▷사회=이번에 제가 느낀 변화는 제조업의 서비스화였습니다. 현대자동차 전시장에 자동차가 없었습니다. 현대차는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라고 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업의 본질을 잘 재해석해 어떻게 서비스화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 됐습니다.
▷안현실 전문위원=그런데 한국의 서비스 생산성은 미국의 50%도 안 됩니다. 생산성을 올릴 가능성과 필요성이 그만큼 큽니다.
▷문 학부장=제조업체가 서비스 중심으로 바뀐다고 해도 전통 제조업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생산은 하는데 그 물건을 서비스로 대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홍열 IT과학부장=‘스타트업 왕국’ 이스라엘에선 AI 기업들의 M&A가 활발합니다. 그리고 그 인수자금이 이스라엘에 남아 선순환이 됩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제도적으로 이 같은 생태계를 막고 있습니다. ▷사회=해결책이 뭘까요.
▷신 총장=대기업 중심에서 스타트업 중심의 경제로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융합형 AI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하드웨어를 전공했지만 소프트웨어도 이해하는 인력이 필요합니다. AI 전문가와 특허 수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김태완 지식사회부장=융합형 인재나 AI 인재가 갑자기 부족해진 것도 아닐 텐데요. 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나요.
▷제민규 부교수=지금은 AI 인재가 환영받지만 ‘AI의 겨울’도 있었습니다. KAIST에도 1980년대부터 AI를 연구한 교수가 있었는데 푸대접받았습니다. 누군가가 꾸준히 AI를 연구하고 고도화할 필요가 있었는데 여러 이유로 단절된 겁니다.
▷안재석 금융부장=AI가 뜬다고 하니까 자식들이 그 분야를 전공하기를 바라는 부모가 많습니다. 자식을 융합형 인재로 키우려면 대학에서 무엇을 전공해야 하나요.
▷원유집 ICT석좌교수=외국에선 수학을 공부하다 법학을 하고 의학을 공부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선 문과와 이과로 나누고 대학에도 두꺼운 칸막이가 있습니다. 대학 학부에선 하나를 전공하더라도 대학원에선 여러 개를 전공해 영역을 확장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박 교수=현실적으로 어렵지만 자녀를 들들 볶지 말고 그냥 놔둬야 합니다. 우리 모두 내버려둡시다. 생각하다 걷고, 잠시 고민하고 사색하게 해야 합니다.
▷유병연 마켓인사이트부장=결국 핵심기술과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나라가 승리합니다. 우리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원천기술 확보에 더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원 석좌교수=이스라엘엔 노벨상 수상자가 많습니다. 이유는 일본과 비슷합니다. 한 분야를 열심히 하면 굉장히 존경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한국은 추격자 습성이 오래 배어 있어 전형적인 ‘동네축구’를 합니다. 동네축구로 세계 1위를 하려면 몸이 망가집니다. 잠 안 자고 몸으로 버텨 잠시 1위를 해도 일류는 될 수 없습니다.
▷제 부교수=AI에 들어오는 돈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는 다른 분야 투자액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AI 투자액을 늘립니다.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AI에 투자하면 다른 분야가 설움을 받습니다. 제가 통신네트워크 전공인데 요즘에 지원이 확 줄었습니다.
▷사회=5세대(5G) 이동통신을 연구하는 네트워크가 그 정도면 다른 분야는 말할 것도 없겠네요.
▷이건호 산업부장=모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AI 수준이 형편없다고 혹평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 기업끼리 빨리 제휴하고 연합군을 구성해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 부학장=우리 대기업들은 외국 기업하고는 잘합니다. 그런데 국내 기업끼리는 하지 않습니다. 한국 국회에서 여야가 손잡기 힘든 것처럼 말이죠.
▷김용준 생활경제부장=기업들이 AI를 연구하고 응용하려고 합니다. 이런 AI 시대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신 총장=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충분히 퍼스트무버가 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점에서 그렇습니다. 우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매우 강합니다. 그리고 제조업 강국입니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전 국민적으로 관심이 높습니다.
▷사회=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 총장=우선은 혁신해야 합니다. 인재를 양성하고 교육을 개혁해야 합니다. 둘째는 협업입니다.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정부, 산·학·관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셋째가 속도입니다. 규제를 속도감 있게 개혁해야 하는 거죠. 이것만 하면 한국형 성공 방정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정인설/고재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