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탑승객 소속국·보잉 전문가, 사고조사 참관 가능"
서방 격추설 한목소리에 우크라, 국제사회에 관련증거 공유 당부


지난 8일(현지시간) 테헤란 인근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됐다는 주장이 확산하는 가운데 이란 정부가 이를 재차 부인했다.
이란 "여객기 격추설은 심리전"…캐나다에 증거제출 요구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의 알리 라비에이 대변인은 9일 "(이런 주장을 담은)이 모든 보도들은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주장하며 이번 추락 사고로 자국민이 희생된 나라들이 사고 조사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라비에이 대변인은 "이번 추락 사고로 희생된 탑승객이 속한 모든 나라는 (조사에 참여할) 전문가를 파견할 수 있다"며 "사고 여객기의 제조사인 보잉 역시 블랙박스 조사 과정에 참여할 대표를 보낼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란 외교부의 압바스 무사위 대변인도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비극적인 사고로 국민을 잃은 나라들이 사고 조사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무사위 대변인은 또 "캐나다 총리와 이번 사고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모든 정부에 요청한다.

소지하고 있는 정보를 이란의 사고조사위원회에 넘겨달라"고 덧붙였다.
이란 "여객기 격추설은 심리전"…캐나다에 증거제출 요구
이란 정부의 이 같은 반응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오타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캐나다 정부가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우발적으로 발사된 이란 미사일에 격추됐음을 시사하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공개한 직후 나온 것이다.

미국 당국도 이란 수도 테헤란 외곽에서 추락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이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에 피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CNN방송은 정보 사항에 정통한 당국자발로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이란의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SA-15) 두 발에 의해 격추된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란을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누군가의 실수", "의심을 갖고 있다" 등의 표현으로 '기계적 결함' 때문에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했다는 이란 측 설명을 일축했다.

8일 오전 6시 12분께 테헤란에서 출발해 우크라이나 키예프로 향하던 우크라이나항공 소속 B737-800 여객기는 이륙 3분 뒤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모두 숨졌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국적별 사망자는 이란 82명, 캐나다 63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영국과 독일 각 3명이다.

공교롭게도 사고가 이란 혁명수비대의 이라크 미군 기지 미사일 공격과 비슷한 시각에 벌어지면서 서방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격추 또는 오폭설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이번 사고로 자국민을 잃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아마도 의도치 않게 발사된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됐다는 증거가 있다"며 미국과 캐나다의 주장에 무게를 실었다.

사고 항공사인 우크라이나 항공사의 모국으로, 기장과 승무원 등 11명의 희생자를 낸 우크라이나는 사고 조사에 도움이 되는 증거들을 전달해 줄 것을 국제 사회에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성명에서 "우리는 진실을 찾길 원한다"며 "이 비극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갖고 있는 나라로부터 정보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란은 당초 이 여객기가 엔진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추락했다는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사고 현장에서 회수한 블랙박스 2개를 미국 측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