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인 조사 위해 경찰 출석…"성폭력 사건, 누가 어떻게 덮었는지 수사 필요"
'김학의 부실수사' 고발 여성단체 경찰 출석…"실체 밝혀야"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 관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혐의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고발한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경찰에 출석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등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도착했다.

고 대표는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며 "이 사건을 누가 어떻게 덮고, 은폐했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이번 수사에서는 실체적 진실이 반드시 밝혀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이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정의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대표는 '윗선 수사'가 어디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조사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다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37개 여성단체는 2013∼2014년 검찰이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성범죄 의혹을 부실하게 수사해 두 차례 불기소 처분했다며 당시 수사에 관여한 검사 4명을 경찰에 직권남용 혐의로 지난달 고발했다.

김 전 차관과 윤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도 특수강간 등 혐의로 이들을 경찰에 재차 고소한 상태다.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은 건설업자 윤씨가 2006년 전후로 강원도 원주 자신의 호화 별장 등지에서 김 전 차관 등 사회 고위층 인사들에게 성 접대했다는 의혹이다.

2013년 경찰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불기소 처분했다.

이듬해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여성이 김 전 차관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소환 조사 없이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를 두고 '외압'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듭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뤄진 세 번째 수사 끝에 검찰은 2006∼2008년 윤씨에게서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과 성 접대를 받은 혐의로 김 전 차관을 구속기소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다거나, 대가성 등이 입증되지 않았고, 일부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를 들어 작년 11월 김 전 차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 위반(강간 등 치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씨는 1심에서 성폭력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면소 또는 무죄 판결을 받고, 일부 사기 등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총 5년 6개월과 추징금 14억8천여만원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