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외교차관급 회담 13일 개최…구체적 내용 논의할 듯
내달 '中 외교정책 총괄'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 방일


오는 4월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일을 앞두고 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할 역사적인 다섯번째 정치문서(제5의 정치문서)를 작성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10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오는 13일 중국 시안(西安)에서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회담한다.

두 사람은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의 국빈방일에 맞춰 발표될 제5의 정치문서 작성 문제를 집중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5의 정치문서는 1972년 국교 정상화에 합의한 중일 양국이 정상 간 합의를 거쳐 내놓을 5번째 문서를 의미한다.

중국과 일본은 1972년 중국의 전쟁배상 청구권 포기 등을 골자로 하는 첫 번째 정치문서인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中日, 시진핑 방일 앞두고 '5번째 정치문서' 논의 본격화
이어 1978년 선린우호, 상호 불가침, 내정 불간섭, 패권 불추구 등을 핵심으로 하는 평화우호조약을 맺었고, 1998년에는 평화와 발전을 위한 우호협력 파트너십을 규정한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마지막으로 2008년에 전략적 호혜 관계를 바탕으로 상호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4번째 정치문서로 발표했다.

이 가운데 3, 4번째인 1998년과 2008년의 정치문서는 각각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의 국빈방일에 맞춰 발표됐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의 이번 국빈방일을 계기로 새로운 정치문서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은 기정사실로 굳어진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작년 12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베이징(北京)을 방문했을 때 시 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제5의 정치문서에 담을 내용의 방향성을 확인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교도통신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아키바 차관과 러 부부장 간의 이번 회담에서 동아시아를 포함한 세계의 평화 및 안정을 위해 중일 양국이 져야 할 책임이 있음을 명기하는 것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측은 제5의 정치문서를 통해 경제와 군사 양면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의 책임을 명문화해 국제질서를 존중하며 행동하라고 촉구하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일본 측은 문서 내용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 등 지구 차원의 과제와 북한을 포함한 지역 정세를 다루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양국 간에는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영유권 문제와 중국에서의 일본인 구속 등 쟁점 현안이 많아 구체적인 문구 조정 과정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시 주석이 제창하는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나 '인류운명공동체'라는 문구는 제5의 정치문서에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문구 조정 협상에 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주도로 문서작성이 추진됐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사히신문은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방일도 내달 예정돼 있는 등 새로운 정치문서 작성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제5의 문서는 전략적 호혜 관계로 양국 관계를 평가했던 2008년 공동성명을 바탕으로 중일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