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의 이혼담이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A 씨는 자신이 활동하던 게임 커뮤니티에 '현질부터 이혼까지'란 제목과 함께 '확인서'라고 적힌 사진을 게재했다. A 씨는 "집에 아무도 없는 공허함에 글을 쓴다"면서 게임 때문에 이혼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현질은 현금을 주고 아이템이나 게임머니 등을 사는 행위를 말한다.
게임은 직장인이었던 A 씨의 유일한 취미였다. 이전에도 콘솔 또는 PC게임을 하며 한 달에 몇만 원씩 '현질'(게임 아이템 구매)을 했던 A 씨는 지난해 온라인 축구 게임에 빠지면서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현질 규모를 늘렸다.
"처음엔 10만 원만 했는데, 조금만 더 하면 뭔가 더 나올 것 같다는 느낌에 400만 원이 넘는 돈을 반나절 만에 카드결제 했어요. 경기에 자신감도 생기고, 커뮤니티에 한 번씩 글을 쓸 때마다 부러워하던 사람들의 시선으로 시작했던 현질이 계속 욕심이 나기 시작하더라고요."
A 씨는 결국 그 다음 달에는 600만 원을 결제했다고 고백했다. "아내가 카드 명세서를 보며 펑펑 울었다"는 A 씨는 "적금 통장이 있어서 그걸로 (카드값을) 상환했지만, 그 이후로 주말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고, 질 때마다 욕을 퍼붓는 저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며 달라진 부부 관계를 전했다.
이후에도 A 씨의 '현질'은 계속됐다. 이후에도 200만 원을 추가 결제한 것.
뿐만 아니라 게임을 하다가 딸 아이를 밀쳐 아이의 눈 위쪽이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찢어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결국 A 씨 아내는 이혼을 통보했다.
A 씨는 "아내가 건넨 이혼 합의서를 보고 홧김에 서명하고 돌아섰는데, 아내는 그 길로 처가로 갔다"며 "법원에서 연락이 와 판사 앞에서 이혼 합의를 했고, 공교롭게도 그날 새 시즌이 출시돼 법원에서 나온 뒤 아내랑 인사도 안 하고 집에 와서 또 현질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혼하고 첫 주말인데 게임이고 뭐고 집이 너무 조용하니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아내와 딸이 보고 싶다"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A 씨의 한탄에 "이젠 게임 좀 그만하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1000만 원이나 되는 카드 값을 같이 갚아야 했던 아내가 불쌍하다"는 의견도 줄을 이었다.
"저도 게임하고 현질도 하지만 누가 저 정도 금액을 게임에 쓰냐", "글 내용을 보니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한 것 같다", "보고싶긴, 그럴 자격도 없다", "어차피 게임하느라 8년 동안 주말 동안 혼자 놀았으니 앞으로도 혼자 놀아라" 등 날 선 반응도 적지 않았다.
과도한 게임 결제로 A 씨 가정은 파탄이 났다. 하지만 A 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PC게임 이용자 중 49.3%가 PC 게임 머니 및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현금을 지출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월평균 '2~5만 원 미만'의 비용을 지출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하지만 현질에 빠지는 이용자는 더 많다는 게 공통적인 반응이다. 특히 게임 현질 대상 대부분은 돈을 내고 뽑기를 하는 형태인 '확률형 아이템'인데,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유도하며 사실상 도박처럼 운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문제로 2018년 한 모바일게임 이용자들은 "무분별하게 아이템 구매를 유도하고, 어떠한 제한 장치를 두지 않는다"면서 해당회사에 소송을 걸었다. 소송인들은 유료 아이템 구매에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최대 1억1200만 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유료 아이템 판매를 규제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하면서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화두다. 지난해 6월 게임물관리위원회 주도로 성인에 대한 PC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폐지가 결정됐음에도 3개월 만인 지난 9월엔 모든 게임에 결제금액 한도를 두자는 게임산업진흥법률안 개정안이 발의됐을 정도다.
성인의 게임 결제 한도는 법적 근거와 무관하게 행정 절차로 작용해왔다. 2007년 게임물등급분류 규정에 한도를 신설해 2019년까지 이어져 온 것. 하지만 헌법에 명시된 성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과 해외 게임사와 공정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폐지가 논의됐다.
법알못(법을 알지 못하다) 자문단인 이인철 이혼전문 변호사는 "게임중독이 삼해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되면 이혼사유가 된다"면서 "더욱이 자녀를 밀쳐 다치게 한 것은. 가정폭력이고 역시 이혼사유다"라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폭력, 알콜, 게임, 도박중독은. 결혼생활을 파탄시키는 주된 원인이다"라며 "결혼 전에 미리 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같이 PC방, 강원랜드, 술자리 각종 상황에서 상대방이 어떤 성격인지 어떤행동을 하는지 잘 관찰해야 후회하는 결혼을 막을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알못 자문단 = 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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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나/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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