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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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원 아니면 이름도 못 내민다.

얼마 전까지 한국영화의 블록버스터 기준은 100억 원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200억 원 정도는 써야 "대작"의 대열에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거품이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최근엔 해외 판권,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유지했던 영화 '백두산'의 순 제작비는 260억 원이다. 지난해 개봉한 작품 중 2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작품은 '백두산'이 유일하다. 하지만 2020년엔 '비상선언', '모가디슈', '승리호' 등 순제작비만 200억 원 이상 작품들이 줄줄이 개봉이 예정돼 있다.

여기에 '남산의 부장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도', '영웅' 등 150억 원 안팎의 순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을 합하면 '블록버스터의 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다.
/사진=흥국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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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은 2017년 0편에서 꾸준히 늘어왔다. 2020년 개봉작의 제작비 상승을 바라보는 시선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영화 추출이 활발해지고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이전처럼 한국 극장만 바라보던 분위기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판로가 개척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볼거리 다양해 지고, 후반작업 중요해 지고"
한국 영화 제작비 상승의 요인으로는 공통적으로 VFX(visual effect) 비용이 꼽힌다. 이전까지 시도하지 못했던 장르들도 기술의 발전으로 구현이 가능하게 되면서 VFX 의존도가 높아지게 된 것.

여기에 주52시간 시행과 스태프 처우 개선 등으로 인건비가 상승하고, 유명 배우들의 멀티캐스팅, 해외 로케이션 촬영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영화 최초로 우주를 배경으로 한 '승리호', 복제인간을 다룬 '서복', '부산행'의 4년 후 모습을 그린 '반도' 등의 작품은 현실성있는 볼거리를 위해서라도 VFX가 필수적인 작품들이다.
/사진=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사진=영화 '남산의 부장들' 스틸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주연의 '남산의 부장들'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 여기에 북미, 프랑스 로케이션 촬영이 이뤄지면서 제작비가 상승하게 됐다. 황정민, 현빈 주연의 '교섭'과 송중기, 김태리 주연의 '보고타'는 각각 중동과 콜롬비아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한 중견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이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돈이 들어간다"며 "제작비를 알맞은 곳에 적합하게 사용해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온다면 한국 영화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극장이 전부는 아니다…부가수입 확장
얼마 전까지만해도 총제작비 대비 순익분기점에 해당하는 관객수 계산이 딱 맞아떨어졌다. 영화 제작비 환수를 위한 수익처가 극장이 가장 큰 역할을 했기 때문.

아직도 극장의 영향력이 크긴 하지만 "절대적이진 않다"는 게 영화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최근 넷플릭스 등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확대되고 IPTV 등 플랫폼이 다양화됐기 때문. 뿐만 아니라 해외 판매도 증가하면서 극장에서는 순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지만 "손해보지 않았다"는 작품들이 늘어났다.
/사진=영화 '반도' 포스터
/사진=영화 '반도' 포스터
영화 '백두산'만 보더라도 순제작비 260억 원, 광고와 마케팅 비용까지 합하면 3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이 배경인 만큼 세트도 새로 지어야 했고, 화산폭발을 소재로 해 VFX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여기에 이병헌, 하정우, 마동석, 수지 등 멀티 캐스팅을 택했다.

일반적으로 계산했을 때 '백두산'의 순익분기점은 730만 명 정도였지만, 현재까지 90개국에 판매되면서 관객 동원 부담을 줄였다.

조태나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제는 극장만이 답이 아니다"며 "일부 텐트폴 영화의 경우 OTT향 판매로만 제작비 20% 회수가 가능하다. 워너브라더스 '악질경찰'은 IPTV 판매 매출이 극장판매 매출을 넘어섰고, '반도'의 경우 선판매 부가매출로만 순익분기점 관객수가 450만 명에서 300만 명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수익률의 해법은 '극한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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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제작비는 2014년 51억 원에서 2018년 103억 원으로 2배 이상 상승했다. 극장 관객수는 사실상 정체기인 상황에서 제작비만 증가하는 부분에 대해 우려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영화인들은 지난해 개봉해 400%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극한직업'의 사례를 모범으로 꼽고 있다. "신선한 기획만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극한제작'의 총제작비는 9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6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해 가장 흥행한 작품으로 꼽힌다. '엑시트', '기생충' 등 추정 수익률이 100% 이상일 것으로 관측되는 작품 모두 탄탄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반면 'PMC:더 벙커', '사자', '자전차왕 엄복동' 등의 작품은 볼거리를 강조했지만,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실패하면서 순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실패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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