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57.1%, 한궈위 38.61%…유권자들 '대만주권 수호'에 힘 실어줘
"우리 민주주의 큰 목소리로 위협하면 더 큰 목소리로 수호"…국회 과반도 확보
대만독립 성향 차이잉원, 역대 최다 득표로 재선 성공
대만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11일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 대선은 작년부터 거세진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수용 압박과 홍콩 시위의 영향으로 대만에서도 반중 정서가 크게 고조된 가운데 치러졌다.

차이 총통의 재선 성공은 다수의 대만 유권자들이 투표로 중국의 대만 압력에 강한 반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 후보인 차이 총통은 817만231표(57.13%)를 득표해 552만2천119표(38.61%)를 얻은 중국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을 264만여표 차이로 누르고 15대 중화민국 총통에 당선됐다.

친민당의 쑹추위(宋楚瑜) 후보는 60만8천590표(4.25%)를 얻는 데 그쳤다.

차이 총통은 이번 선거에서 1996년 대만에서 총통 직선제가 시행되고 나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라는 새 기록을 세웠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확보한 지지율도 4년 전 당선 때의 56.12%보다 1%포인트 더 높아졌다.

과거 투표에 소극적이던 젊은 유권자들이 적극적인 투표 의지를 보인 이번 대선에서는 1천931만명의 유권자 중 1천446만명이 투표해 74.9%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인 2016년 대선 때의 66.27%보다 높아진 것이다.

차이 총통은 이날 밤 타이베이 민진당 중앙당사에서 마련된 선거본부에서 연 당선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압력에는 계속 단호하게 대처해나가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그는 "우리는 민주와 자유의 생활 방식을 소중히 여긴다"며 "우리의 주권과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때, 우리 인민은 더욱 큰 목소리로 우리의 의지를 외칠 것"이라고 밝혔다.

차이 총통은 그러면서도 중국이 대만을 대등한 상대로 여기고 평화적으로 대한다면 충분히 양안 관계를 개선해 나갈 의지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평화, 대등, 민주, 대화가 양안 간의 긍정적 상호 작용의 관건이자 양안 인민 간의 거리를 가깝게 해 호혜적 관계를 이루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선거 결과는 차이 총통이 우세할 것이라는 기존 관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최근까지 나온 각종 대만의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은 50% 안팎의 고른 지지도를 얻었다.

지난달 27∼28일 진행된 양안정책협회의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54.9%로 국민당 한궈위 후보의 22.1%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았다.

한 시장은 선거운동 막판에 타이베이(臺北)와 가오슝에서 초대형 유세 행사를 여는 등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끝내 판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다만 한 시장이 얻은 지지율 38.61%는 2016년 국민당 주리룬 후보의 31.04%보다는 높았다.

한 시장은 이날 가오슝시 선거운동 본부 앞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지지자들에게 "차이잉원 총통에게 방금 당선 축하 전화를 했다.

선거 결과에 승복한다"고 밝혔다.

올해 대만 대선은 작년부터 거세진 중국의 일국양제 수용 압박과 홍콩 시위의 영향으로 대만에서도 반중 정서가 크게 고조된 가운데 치러졌다.

최근 치러진 홍콩의 지방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한 데 이어 대만 유권자들까지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의 재선을 선택함에 따라, 일국양제를 바탕으로 대만 통일이라는 중국의 마지막 역사적 위업을 달성하고자 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을 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민진당은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과반 의석을 달성해 차이 총통은 차기 4년 동안도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할 정치적 기반을 마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