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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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은 2019년 펀드시장을 한마디로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단어가 아닌가 싶다. 금융회사들은 공모펀드의 높은 가격 변동성에 지친 투자자들에게 최근 몇 년간 중수익 펀드를 앞다퉈 판매했다. 자산운용사들은 관련 신상품을 출시하면서 적극 호응했다. 그 결과 작년 6월까지 사모펀드 시장은 급증했지만, 파생결합펀드(DLF)와 국내 유명 헤지펀드에서 대규모 손실 및 환매 중단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하반기 이후 사모펀드 시장 분위기는 빠르게 얼어붙었다. 뜨거운 열기가 되레 펀드시장 전반에 ‘독’이 된 셈이다.

원인은 2018년 말부터 제기된 경기 침체 우려로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주식형 펀드보다 수익구조가 안정적인 채권형과 대체투자 펀드를 대안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년 펀드시장에서 관련 상품으로 자금이 크게 쏠렸고 주식형에서는 자금 순유출이 지속됐다. 대체투자 펀드는 편입자산의 속성상 공모 형태보다는 49인 이하 소수에게서 신속하게 자금을 모집하는 사모 형태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가운데 무리하게 판매된 일부 사모펀드에서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급성장하던 사모펀드 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2020년은 어떨까. 펀드시장의 판매(수요 측면)를 담당하는 은행과 증권사, 출시(공급 측면)를 담당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올해 금융시장 전망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에 따른 저금리 환경 지속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완화와 정보기술(IT)업종 회복에 따른 미국·한국 등 증시의 긍정적 전망 △국내외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금융시장 가격 변동성 확대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산운용사들은 올해 전망이 긍정적인 시장이나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를 개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금리 상황을 고려할 때 국내외 리츠 등 부동산 간접투자, 해외 고금리 채권과 글로벌 배당주로 구성된 인컴형 펀드가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IT 및 5세대(5G) 이동통신 관련주, 중국 성장주 등 새해 긍정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섹터의 주식형 펀드도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2020년 펀드시장에서 주목받을 상품은
마지막으로는 높은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멀티에셋형, 자산배분형 펀드를 들 수 있다. 최근 변동성 장세에서 나름 양호한 성과를 낸 EMP펀드(ETF를 활용한 자산배분형 펀드)는 종류가 많아지고 규모도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는 신뢰도가 훼손된 국내 상품보다는 장기 성과가 검증된 해외 헤지펀드에 재간접투자해 안정성을 보강한 공모펀드가 지난해에 이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곽재혁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