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 격추' 치명적 실책 낸 이란…"내외 정세 급변수"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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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민간기를 미국 미사일로 오인해 공격 인정
"최악의 실수" 반미 결집했던 자국 여론 등돌리나
트럼프 대통령도 여론전 가세…"반정부 시위 응원"
"최악의 실수" 반미 결집했던 자국 여론 등돌리나
트럼프 대통령도 여론전 가세…"반정부 시위 응원"
이란이 최근 우크라이나항공 항공기 추락사고는 이란의 미사일 발사 때문에 일어났다고 11일(현지시간) 공식 인정하자 이란 국내외 정세가 급격히 바뀌는 분위기다. 이란군이 민간기를 오인 피격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간 반미 여론을 타고 득세했던 이란 군부와 대미(對美) 강경파들의 입지가 확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전날 이란 군 당국은 이란 국영TV를 통해 “우크라이나 항공기가 사람의 실수로 격추됐다”며 “비행기가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주요 군사기지 근처로 방향을 틀자 (군이) 비행기를 적대적 표적으로 오인했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우크라이나 항공기를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로 오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란 고위급 인사들은 일제히 사과문을 발표하고 책임자를 엄벌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사고 희생자와 유족들에 애도를 표한다”며 “군 참모진에 책임 규명을 위해 후속 조사를 하라고 명했다”는 성명을 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용서할 수 없는 실수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계자에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이란 군부와 정부엔 상당한 타격이란 분석이다.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IRGC 대공사령관은 같은날 자국 방송을 통해 “이제 내 목은 머리카락보다 가늘어졌다”며 “책임을 인정하며, 모든 처분을 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지난 8일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공격을 주도한 인물이다. IRGC 고위 장성이 공개 석상에서 이같이 저자세를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자국내 여론도 일부 돌아선 분위기다. 이날 테헤란 시내에선 비행기 격추를 비판하는 반군부 시위가 열렸다. 대학생 등 수백명이 모여 “거짓말쟁이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하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시위대는 민간기 격추와 사실 은폐에 책임 있는 이들은 전부 해임·기소해야 한다며 추가 시위를 예고했다.
AP통신은 “이란이 이번 비행기 추락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은 당국에 대한 자국내 비판 여론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선 지난달 민생고와 미진한 경제정책 등을 비판하는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열렸다. 미국과의 대립 상황에 반미 여론이 결집하면서 자국 내 불만이 잠시 사그라들었지만 이번 사태로 다시 반정부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P통신은 “이란 당국은 왜 군에는 긴급 경계 태세 상황을 지시했으면서 국제공항과 영공은 폐쇄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여론전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란어와 영어로 각각 반정부 시위 응원 트윗을 올렸다. 그는 “미 행정부는 용감한 이란 국민들을 지지하며, 이들의 반정부 시위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며 “이란은 이번 시위대에 위해를 가해선 안된다. 세계가 보고 있다”고 썼다.
이번 사고가 군의 오폭으로 인한 것으로 결론나면서 외교전으로도 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고 비행기 탑승자 중엔 이란 국민 외에도 캐나다인, 우크라이나인, 스웨덴인 등이 있었다. 이란과 캐나다 당국 등에 따르면 사망자는 이란 82명, 캐나다 57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독일과 영국 각각 3명 등이다. 캐나다인은 대부분 이란계 캐나다 학생들로 이란에서 겨울방학을 마치고 캐나다로 되돌아가는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피해국인 캐나다와 우크라이나의 정상과 각각 통화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이란과 캐나다는 2012년 이후 단교 상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캐나다 정부는 사고와 관련해 명확한 정황 규명을 요구한다”며 “이란은 희생자 유족들에게도 보상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번 사고의 진실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란이 담당자를 처벌하고, 사고 희생자 유해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이란의 외교적 신뢰성이 상당히 훼손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날 이란 주영대사 등은 그간 우크라이나 사고를 놓고 한 발언을 공식 철회했다. 이란은 사고 발생 후 수일간 이번 항공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기기 결함 탓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과 캐나다 등은 자체 첩보 등을 기반으로 이란이 지대공미사일을 쏴 우크라이나 항공기를 격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이번 일이 향후 고위급 이란 인사들의 발언 신뢰성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12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전날 이란 군 당국은 이란 국영TV를 통해 “우크라이나 항공기가 사람의 실수로 격추됐다”며 “비행기가 이란혁명수비대(IRGC)의 주요 군사기지 근처로 방향을 틀자 (군이) 비행기를 적대적 표적으로 오인했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우크라이나 항공기를 미국의 크루즈 미사일로 오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란 고위급 인사들은 일제히 사과문을 발표하고 책임자를 엄벌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사고 희생자와 유족들에 애도를 표한다”며 “군 참모진에 책임 규명을 위해 후속 조사를 하라고 명했다”는 성명을 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용서할 수 없는 실수의 진상을 규명하고, 관계자에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 조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이란 군부와 정부엔 상당한 타격이란 분석이다.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IRGC 대공사령관은 같은날 자국 방송을 통해 “이제 내 목은 머리카락보다 가늘어졌다”며 “책임을 인정하며, 모든 처분을 달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자데 사령관은 지난 8일 이라크 내 미군 주둔 기지 공격을 주도한 인물이다. IRGC 고위 장성이 공개 석상에서 이같이 저자세를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자국내 여론도 일부 돌아선 분위기다. 이날 테헤란 시내에선 비행기 격추를 비판하는 반군부 시위가 열렸다. 대학생 등 수백명이 모여 “거짓말쟁이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하야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시위대는 민간기 격추와 사실 은폐에 책임 있는 이들은 전부 해임·기소해야 한다며 추가 시위를 예고했다.
AP통신은 “이란이 이번 비행기 추락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것은 당국에 대한 자국내 비판 여론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란에선 지난달 민생고와 미진한 경제정책 등을 비판하는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열렸다. 미국과의 대립 상황에 반미 여론이 결집하면서 자국 내 불만이 잠시 사그라들었지만 이번 사태로 다시 반정부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AP통신은 “이란 당국은 왜 군에는 긴급 경계 태세 상황을 지시했으면서 국제공항과 영공은 폐쇄하지 않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여론전에 가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란어와 영어로 각각 반정부 시위 응원 트윗을 올렸다. 그는 “미 행정부는 용감한 이란 국민들을 지지하며, 이들의 반정부 시위를 주의깊게 보고 있다”며 “이란은 이번 시위대에 위해를 가해선 안된다. 세계가 보고 있다”고 썼다.
이번 사고가 군의 오폭으로 인한 것으로 결론나면서 외교전으로도 비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고 비행기 탑승자 중엔 이란 국민 외에도 캐나다인, 우크라이나인, 스웨덴인 등이 있었다. 이란과 캐나다 당국 등에 따르면 사망자는 이란 82명, 캐나다 57명, 우크라이나 11명, 스웨덴 10명, 아프가니스탄 4명, 독일과 영국 각각 3명 등이다. 캐나다인은 대부분 이란계 캐나다 학생들로 이란에서 겨울방학을 마치고 캐나다로 되돌아가는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피해국인 캐나다와 우크라이나의 정상과 각각 통화해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이란과 캐나다는 2012년 이후 단교 상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캐나다 정부는 사고와 관련해 명확한 정황 규명을 요구한다”며 “이란은 희생자 유족들에게도 보상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번 사고의 진실을 덮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란이 담당자를 처벌하고, 사고 희생자 유해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이란의 외교적 신뢰성이 상당히 훼손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같은날 이란 주영대사 등은 그간 우크라이나 사고를 놓고 한 발언을 공식 철회했다. 이란은 사고 발생 후 수일간 이번 항공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기기 결함 탓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과 캐나다 등은 자체 첩보 등을 기반으로 이란이 지대공미사일을 쏴 우크라이나 항공기를 격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이번 일이 향후 고위급 이란 인사들의 발언 신뢰성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