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이란 내 반(反)정부 시위대를 공개 지지하는 ‘이란어 트윗’을 올리며 이란 정권을 압박했다. 176명이 사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추락 참사가 이란혁명수비대의 미사일 오인 발사 때문으로 드러난 뒤 이란 내에서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자 그 틈을 파고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영어와 이란어로 “용감하고 오랫동안 견뎌온 이란 국민에게 고한다”며 “나는 임기 시작 이래 당신들을 지지해왔으며 미 행정부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신들의 시위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당신들 용기에 고무돼 있다”고 했다.

이어 이란 정부를 향해 “인권 단체들이 이란 국민의 시위를 현장에서 감시하고 보도하는 걸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또 “평화로운 시위대에 대한 또 하나의 대학살이나 인터넷 폐쇄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트윗은 이란 대학생 수백 명이 이날 테헤란 시내 아미르카비르 공대 앞에 모여 혁명수비대 등 군부와 정부를 비판하는 집회를 연 직후 나왔다. 이들은 “쓸모없는 관리들은 물러가라” “거짓말쟁이에게 죽음을” 같은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나섰고 이란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정부 비판 시위가 테헤란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열렸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정권 흔들기’는 이란이 새로운 핵 합의를 위한 협상장에 나올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 10일 이란의 이라크 내 미군기지 공격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도 내놨다. 총 17곳의 이란 철강·알루미늄·구리 생산업체와 8명의 이란 고위 관료, 이란 금속을 거래한 중국 기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번 제재를 “이란 안보조직의 심장부를 타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이라크 정부가 자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강제로 철수시키면 이라크 중앙은행의 미 중앙은행(Fed) 계좌 접근권을 차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라크 의회가 지난 5일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약 5300명의 미군을 전원 철수시키는 결의안을 가결한 데 따른 압박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