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대공분실 시민 품에 넘어온 뒤 두번째 추모행사
"민주인권기념관 빠르면 올해 말 첫 삽 뜬다"
"박종철 열사에 우리 모두 빚져" 옛 대공분실서 33주기 추모제
박종철 열사의 33주기를 이틀 앞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 조성 예정지(옛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주최로 박 열사의 3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행사 시작 전부터 많은 시민이 참석해 주최 측이 마련한 자리가 모두 찼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이 보낸 화환도 눈에 띄었다.

몇몇 유튜버들은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풍물패의 북춤 등 사전공연이 이어졌고, 추모식이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묵념을 한 뒤 한목소리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김세균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박종철 열사가 민주주의에 몸 바친지 33년이 지났다"며 "박 열사가 꿈꾼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를 달성하고, 정치적 민주주의를 넘어 사회적 민주주의를 성취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은 추모사에서 "박 열사가 죽음과 맞서가며 끝내 지키려 했던 민주주의와 자유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힘차게 나가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33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가 오늘 이곳에 다시 모여 열사 이름을 부르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대공분실을 민주·인권·평화를 기념하는 민주인권기념관으로 가꿔가야 하는 새로운 사명이 있다"며 "민주인권기념관은 빠르면 올해 말 첫 삽을 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박 열사는 부당한 권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자기 목숨을 버렸다"며 "우리 모두 그에게 빚을 지고 있다.

1987년 이후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많이 발전했고 우리는 그 혜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국가는 박 열사를 비롯한 많은 민주화운동을 펼친 이들을 유공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여러분의 힘으로 유공자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열사의 형인 박종부씨는 유족을 대표해 "종철이의 영가(靈魂)를 모신 절에서 지난 32년간 제사를 지내왔고, 이번 33번째 제사를 마지막으로 할 예정"이라며 "종철이의 30주기를 마쳤을 때 아버지께서 '그동안 충분히 많이 했다.

이제 그만하자'고 하셨다.

추모행사보다는 문화행사로 내년에도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매년 추모제에서 청소년동아리를 선정해 수여하는 '박종철 장학금'은 이화여고 역사 동아리 '주먹도끼'와 용인한국외대 부설고 인권 동아리 '스펙트럼'에 돌아갔다.

'주먹도끼'는 2014년부터 세월호 추모 사업을 전교 학생들과 진행했고, '우리 학교 작은 소녀상 건립 운동'을 전개해 256개 학교에 소녀상을 건립했다.

'스펙트럼'은 지난해 3.1절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독립운동가, 불법영상 유포 피해자들과 일본군 위안부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재조명하는 전시회와 펀드레이징을 진행해 수익금 전체를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와 나눔의 집에 기부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1976년 치안본부 산하에 설립됐으며 대공 혐의자들 조사를 명분으로 30여년 동안 민주화 운동가들을 고문하는 장소로 사용됐다.

이후 폐쇄 여론이 거세지자 2005년 경찰청 인권센터로 바뀌었으나 시민 품에 되돌려야 한다는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6·10민주항쟁 31주년 국가기념식 기념사에서 남영동 대공분실을 민주인권기념관으로 조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옛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의 관리권이 행정안전부로 이관됐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관리·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