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사에서 "검찰권 절제해 행사…경찰은 형사절차 동반자" 강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검찰개혁 요구에 동참"
이성윤(58·사법연수원 23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13일 취임 일성으로 검찰개혁에 동참해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 2층 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고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한 본회의 표결 절차가 진행되는 등 검찰을 둘러싼 형사절차가 앞으로 크게 바뀔 것이라 예상된다"며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 요구와 열망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겠느냐"고 물은 뒤 "검찰 구성원 한 분 한 분이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되새기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검찰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소통함으로써,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요구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그 답"이라고 했다.

이 지검장은 검찰권을 절제해 행사하고 민생과 관련된 검찰 본연의 임무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절제된 수사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되고 인권보호도 이뤄져 종국적으로는 당사자 모두가 수긍하는 수사결과도 나올 수 있다"면서 인권보호 수사규칙과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등 최근 도입된 관련 법령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검찰개혁 기조 가운데 하나인 형사·공판부 강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이 지검장은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 수사가 검찰에 맡겨진 중요 업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생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한다"며 "한정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역량을 현안수사는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매우 중요한 민생과 직결된 사건에도 투입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효율적인 수사 시스템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경찰을 형사절차의 협력과 동반자로 확실히 인식하고, 경찰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우리 검찰의 임무"라고 말했다.

이 지검장은 지난 8일 검사장급 인사를 전후해 인사대상인 대검찰청 고위 간부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때문에 논란을 빚었다.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문자 내용의 첫 부분에는 약을 올리는 듯한 표현이 들어가 있고, 중간에는 독설에 가까운 험한 말이 들어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문자 메시지 전문을 공개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첫 출근길에서 문자 메시지 논란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검 형사부장을 맡았다.

이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핵심 보직을 거쳐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을 이끌게 됐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검찰 내 대표적 '친문(친 문재인)'으로 꼽힌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부임과 함께 청와대·여권 상대 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날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옛 균형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을 다시 시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영장을 제시하고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청와대의 거부로 무산됐다.

청와대는 전날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상세목록을 제시하지 않았고, 수 시간이 지난 뒤 상세목록을 제시했다.

이 목록은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압수수색 영장과 무관하게 임의로 작성된 목록"이라며 '위법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청와대가 집행 승인이나 거부에 대해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아, 영장에서 예정하고 있는 대상 물건 중 필요 최소한의 범위를 한정해 기재한 목록을 제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연합뉴스